양이현의 사진일기

밤의 꽃

최근에 있었던 일이다. 이곳에 오는 분들에게 같은 질문을 받았는데,

"이곳에 있으면 무섭지 않아요?" 그럴 때, 나는 전혀 안 그렇다는 듯이 웃으면서 괜찮다고 말했다.

밤이면 고라니의 비명 같은 울음소리와 불 하나 없는 캄캄한 밤이 무섭지 않았을 리가 없다.

그때는 하늘의 별빛도 어두웠고, 진한 백합의 향기도 맡지 못할 정도로 코의 감각도 둔했다.

 

밤에 피는 꽃이 있다. 선녀가 옥비녀를 떨어뜨린 자리에 피어난 꽃이라는 이야기가 있어, 옥잠화라 불린다.

백합과로 향기는 백합보다 덜하지만 냄새가 비슷하다. 

 

여름날 하얗게 만개했던 무궁화가,  피어나는 꽃보다 떨어진 꽃잎이 많아진다.

아직 구절초가 파랗다는 건 무궁화가 좀 더 뽐낼  날이 남았다는 것!.... 

 

구절초

야생화라고 말하는데...!

원래 꽃은 야생이 아닐까.. 들꽃이고.. 산 꽃이고.. 여기 .. 저기..  밭에도 꽃이 피고.. 

 

참외꽃이에요.

나는 내가 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축하와 감사와 애정으로 건네는 그 꽃들은 곧 시들어 버릴 것이다.

꽃다발로 있는 꽃. 예쁘게 장식으로 피어 있는 그 꽃. 

 나에게  그것은 사치였다. 

 

해바라기

이 공간을 가꾸고 모든  꽃을 심은 소금꽃이 말씀하셨다. "여기는 꽃이 없는 날이 없지..! "

 

하얀 무궁화 나무와

해를 쫓아 나날이 키가 쑥쑥 자라서 해만보는 해바라기,

  바람에 살랑거릴 구절초.. 가을이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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