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사람들

“창조주가 만들어낸 세계의 행복함을 나누고 싶어요.”

생명에 대한 은총과 경이로움을 화면 속에 담아온 작가 박은숙이 인사동 선화랑에서 20회 개인전(‘근원, 빛으로’)을 연다.

작가는 광활한 하늘과 그 하늘에 무수히 빛나는 별빛, 은하수와 그 하늘을 우러러 보는 듯한 군집된 모습을 원과 삼각형태의 존재를 통해 표현해왔다. 그가 붓을 들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한마디로 말하면 ‘생명의 근원에 대한 이야기’다.

이번 전시에서는 ‘Origin Pray’ ‘Original Delight’ ‘Original Harmony’ 등 아름다운 빛으로 물든 신작 40여점을 선보인다.

신작들은 전체적으로 종전보다 한층 화려해졌다. 빨강, 노랑, 파랑, 초록 등 4원색조가 돋보이고 금색과 은색을 도입하는 등 색채의 기법 면에서 3차원의 깊이를 시도한 게 특징.

“근작들은 빛의 근원을 콘셉트로 빛으로부터 생명이 탄생하고 우주가 열리며 생명들이 조화의 세계를 이루는 모습을 다루어 빛의 본체인 광원 아래서 가상의 생명체들이 축제를 열어 생명의 탄생을 찬미하는 세계상을 그리고자 한다.”(2013 작가노트)

그의 작품 앞에 서면 웬지 모를 행복감에 사로잡힌다. 황홀한 광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기 때문이다. 화면에는 별들이 마치 금가루를 뿌려놓은 듯이 창공을 수놓는다. 두 눈을 다 담아낼 수 없는 웅대함이 보는 이를 숙연하게 만든다. 영롱한 광채로 서로를 향해 눈인사를 나눈다. 화폭에서 비춰주는 반짝이는 빛의 물결은 각박한 세파를 헤쳐나가는 우리에게 큰 희망과 환희를 안겨준다.

그의 그림은 찬찬히 곱씹으며 보는 그림이랄 수 있다. 팍팍한 삶을 피해 ‘고요의 장막’ 속으로 들어가게 하는 힘을 지녔다. ‘은유’를 강하게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근원-빛으로’(91×72.6cm) 작품은 하늘과 땅과 만물들의 조화와 공존을 아름답고 신비하게 그렸다. 그림 하단에는 도형을 의인화한 삼각형 형태가 무리지어 있다. 원형의 꼭지점들은 고개를 쭉 빼고 모두 경쟁을 하기라도 하듯 이글거리는 하늘을 응시하고 있다. 기독교적 관점에서 보면 구원을 바라는 인간의 염원일수도 있고, 영원히 죽지 않는 생명체로 거듭나는 부활에 대한 강렬한 인간들의 소망의 표현일 수 있다. 

서성록 안동대 교수(미술학과)는 이와 관련 “박은숙 작가는 세모꼴과 꼭지점 그리고 그 위의 창공을 통해 자신의 세계관을 나타내주고 있는데 그것은 기독교의 창조론적 지평 위에서 우주를 인식한다는 뜻이 된다”며 “믿음의 눈으로 볼 때 우주는 더욱 광대하고 오묘하다. 작가는 작품을 하기 전에 ‘주께서 지혜로 다 지으셨으니 주의 부요가 땅에 가득 하니이다’라는 시편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박은숙의 그림은 관찰에 의한 묘사나 실경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실제의 자연에다 자신의 바람을 담은 ‘심상 풍경화’라고 볼 수 있다. 그의 그림은 단순한 풍경의 기록이라기보다 한 편의 시요 묵상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저는 하나님의 은혜와 우주 속에 있는 생명체를 그리고 있어요.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계의 생명들이 편안하고 즐겁게 살아가고 있는 모습들을 그려내는 거죠. 그렇지만 보는 사람에 따라 자기 나름대로 해석을 할 수 있는 게 재미있는 것 같아요. 나이에 따라, 직업에 따라, 또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그림을 틀리게 볼 수 있는 거죠. 하나님의 사랑을 조금이라도 느꼈으면 좋겠다, 창조주가 만들어낸 그 세계의 행복함을 느꼈으면 좋겠다, 그런 것을 나누고 싶은 생각입니다.”

20회 개인전을 앞둔 작가의 바람은 소박하다.

“제 그림을 통해 잠시나마 기쁨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우리가 누리고 있으면서도 느끼지 못하는 그런 자연의 섭리라든가 창조주의 사랑을 제 그림을 통해 느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박은숙의 회화세계는 추상화에 해당한다. “옛날엔 꽃그림도 좀 그렸어요. 수채화도 전시를 열지 않았지 엄청 많이 그렸죠. 하지만 그런 그림은 누구나 많이 그리기 때문에 제 나름대로 개성있는 그림을 그리자고 생각하고 이 걸로 계속 나아가고 있어요.”

# 300여년간 추상회화 외길… "난 생명 근원의 작가"

대학 졸업 후 30여년간 계속 추상회화라는 외길을 달려온 박은숙은 분명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이미 구축해 놓고 있다. 이러한 그를 어떤 작가로 불러야 할까. 그는 “‘생명의 근원의 작가’라고 할 수 있겠죠”라고 웃으며 말했다. 미대생 시절 추상화의 거장 몬드리안을 동경하며 미술사에 길이 남는 작가가 되길 꿈꿨다. 그는 그 꿈을 한시도 놓아본 적이 없다. 소녀시절 품었던 꿈은 식지 않는 예술에 대한 열정의 근원이요, 빛이다.

“제가 다름 사람들보다? 더 바쁘고 부지런하게 살죠. 새벽 5시30분에 일어나서 밤 11시까지 활동합니다. 그 사이에 그림 그리면서 쉬고 그림 그리면서 놀기도 해요. 그 짬짬이 가정생활도 하는 거고요. 모든 것이 즐거움을 다 차 있다고 생각하면 돼요. 요즘은 그림 그리는 것이 생활을 즐기는 하나의 방편이 된 것 같아요. 작은 화면 안에서 제 마음대로 표현하고 하나님과 같이 창조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도 저한테는 큰 기쁨이죠.”

박은숙은 홍익대 미대(서양화과·1978년)와 동 대학원 서양화과를 졸업한 전업작가다. 한국미술협회, 한국전업미술가협회, 프랑스 국립미술원 회원이다. 전시는 16일부터 22일까지(선화랑 1·2층 전시실). 작가는 2005년 선화랑서 초대전을 연 바 있다. (02)734-0458

[스포츠월드]글·사진 강민영 기자 mykang@sportsworl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