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거기에 없는 풍경The Landscape that is no more There

이만나展 / LEEMANNA / 李만나 / painting 

2022_1125 ▶ 2022_1224 / 일요일 휴관

 

이만나_더 이상 거기에 없는 풍경_캔버스에 유채_194×259cm_2020

 

초대일시 / 2022_1125_금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요일 휴관

 

선화랑

SUN GALLERY

서울 종로구 인사동5길 8(인사동 184번지)

Tel. +82.(0)2.734.0458

www.sungallery.co.kr

 

뒷산 위로 신기루처럼 신축 아파트가 솟아오르면, 어릴 적 기억 속에 길을 잃을 정도로 깊숙했던, 나름 마을의 영산(靈山)이라 여겼던 그 산은 한낱 언덕이 되어버린다. ● 도로를 만들기 위해 절개된 산자락, 아름다운 숲이나 평야 사이로 불쑥불쑥 솟아 있는 고층 아파트들. 언제나 건설적인 이곳의 속도감은 위협적이지만, 우리에겐 지극히 익숙하고 평온한 풍경이기도 하다. 이런 상충된 감정과 이질성의 묘한 조화가 바로 우리의 현재를 반영하는 것이기에, 이런 과도적 풍경을 이른바 'Korean Beauty'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 터널 위에 위태롭게 집들이 자리잡은 그 풍경을 처음 보았을 때, 나에겐 그 모습이 마그리트의 그림만큼이나 낯설게 느껴졌다. 물론 그곳의 풍경이 처음부터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산 자락에 얼기설기 자리잡은 판잣집이 몇 차례 도시정비를 거쳐 그렇게 전형적인 한국식 주택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을 테고, 1980년대에 이르러 '마침내' 든든한 터전이었던 발 밑에 거대한 동공(洞空)이 뚫리게 된 것이다. 이런 낯선 인상조차 어느새 정감 있는 한국적인 아름다움으로 익숙해질 무렵, 돌연 푸른 천막이 집들의 자리를 대체하고 신축 아파트의 구조물이 솟아오르는 모습은 가히 초현실적이었다. 그리고, 가을이 아름답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이만나_첫 봄 밤_캔버스에 유채_60.6×291cm_2020~1
이만나_작은 숲_캔버스에 유채_100×80cm_2022
이만나_숲_캔버스에 유채_130×97cm_2022
이만나_동산_캔버스에 유채_91×116.8cm_2022
이만나_강변 2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2×27cm_2022
이만나_강변 1_캔버스에 유채_24×41cm_2020
이만나_벽 앞 3, acrylic_캔버스에 유채_41×24cm_2022
이만나_벽 앞 1_캔버스에 유채_40×40cm_2020
이만나_벽 앞 2_캔버스에 유채_40×40cm_2020
이만나_깊이 없는 풍경_캔버스에 유채_97×130cm_2020
이만나_5월_캔버스에 유채_89.4×145.5cm_2021

마치 회화가 그러하듯, 그런 아름다움은 애써 붙잡으면 이내 사라져버리거나 때로는 채 다가가기도 전에 이미 거기에 없다. ● 국립현대미술관 뒤편에 있던 낡은 담벼락을 소재로 한 작품들도 그러했다. 담 뒤편으로 가림막이 쳐지고 공사가 진행되더니, 2013년 미술관 개관 전에 완전히 철거되어 지금은 다시 볼 수 없는 풍경이 되어버렸다. 그 벽들이 모두 사라진 것을 알고 난 후에야 그곳을 소재로 5 점의 벽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우연히 그곳을 발견하고 그려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당시만 해도 그들의 운명을 짐작하진 못했지만, 그날 뜬금없이 잘 알지도 못하는 골목길로 나의 발길을 이끈 건 사라져가는 것들의 어떤 끌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 그곳의 역사와 기후와 시간을 켜켜이 간직하고 있던 것들을 긴 호흡으로 되살린다. 모든 사라져가는 것들에, 지켜주지 못하는 것들에 따뜻한 시선이나마 오래도록 머물렀으면 하는 마음으로. ● 이번 전시는 그렇게 여전히 이행(移行) 중이어서 낯선, 영속적이지 않아서 아름다운 우리의 풍경을 위한 헌시이다. ■ 이만나

 

Vol.20221126c | 이만나展 / LEEMANNA / 李만나 / pain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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