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일전 포항에서 열린 포트폴리오 전시에 갔다가, 반가운 사람을 만났다.
포항에서 ‘인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초상사진가 장기봉씨와 김정혜씨 부부였다.
두 내외가 포항에서 성공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어느 정도인지는 잘 몰랐다.






오래 전 포항시가지에 대형 스튜디오를 지어 웨딩사진업에 올인 했는데, 손님이 줄을 이었다는 것이다.
덕분에 오도리 해수욕장이 있는 오도에다 야외 스튜디오까지 지은 것이다.
이젠 두 곳에서 운영하는 스튜디오뿐만 아니라 외곽에 있는 사과과수원까지 매입했다는데,
사진으로도 이처럼 부를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아무튼, 돈 벌기를 포기한 나와는 반대로, 두 내외는 잘 나가는 것 같았다.
한 가지 걱정스러운 것은, 돈이란 것의 욕심은 끝이 없는 무서운 존재라,
자칫 돈의 노예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젠 돈을 버는 것보다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고민해야 할 때인 것 같았다.






마침 김정혜씨가 행사장인 송도 코모도호텔에 다시 왔기에, 그를 따라 오도 스튜디오에 가 보았다.
10여 년 전 포항시내에 있는 스튜디오는 가보았지만, 야외 스튜디오는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보니 말이 스튜디오지 마치 궁전 같았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는 외곽 건물이 아니라 장기봉씨의 일에 대한 애착이었다.
촌로처럼 자연을 가꾸느라 일하고 있었지만,
그 건 일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진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일한다고 생각하면 오래 버티지 못한다.
즐기는 가운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고난의 길이 사진이다.





김정혜씨와의 인연은 30여 년 전 인사동에 있었던 ‘꽃나라’라는 흑백암실에서 시작되었다.
포항 아가씨를 암실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사진이 좋아 무작정 상경했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모델까지 해가며 고생 고생했으나, 돈 버는 게, 그리 만만한 게 아니었다.
그렇게 고생하여 번 쥐꼬리 만한 돈 부모님께 보내준 착한 여자였다.
한 동안 사진 활동을 같이하다 한 참을 잊고 지낸 것이다.






그리고는 몇 년 지나 내가 일하던 ‘삼성포토스페이스’에 나타났는데,
장기봉이란 처음 듣는 사람의 초상사진집을 한 권 들고 나타났다.
자기와 결혼한 사람의 작품집이라는데, 초상사진이 너무 좋았다.
어떻게 인연이 되었는지는 알 필요는 없지만, 딱 천생연분이란 생각이 들었다.
사업적 수완이 탁월한 김정혜씨가 일 잘하는 일꾼을 만났기 때문이다.






김정혜씨가 송도 행사장으로 다시 데려다주며, 책 값이라며 돈 봉투를 내밀었다.
엊저녁 술이 취해 “행사 때 팔라고 책을 30권이나 외상으로 가져 왔는데,
한 권도 팔지 못했으니, 니가 사 줄 수 없냐?”고 하소연 했는데,
그 말을 잊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좌우지간, 술이 취하면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 못하고 마구 지껄이는 자신이 쪽팔리긴 하지만,
그 덕에 걱정거리 하나 해결했으니, 고맙게 받았다.





그 날 장기봉씨가 앞으로의 포부도 이야기해 주었다.
나중에는 오도 스튜디오를 사진박물관으로 만들 계획이지만,
자료를 수집하는 동안 사진박물관 카페로 개방하겠다는 것이다.
부디, 그의 꿈이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란다.



사진, 글 / 조문호

















포항 내려가 스튜디오차린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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