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노래―네가내러티브2

Let them sing―NEGA-NARRITIVE 2

박영선展 / PARKYOUNGSUN / 朴瑛善

photography.video.installation 

2023_0413 ▶ 2023_0423 / 월요일 휴관

박영선_냉동밥과 야채를 덮었지 1_ 피그먼트 프린트_178×140cm_2023

 

박영선 블로그_https://blog.naver.com/twoframe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CN갤러리

CN Gallery

서울 종로구 북촌로 5길 56-7(정독도서관 앞)

Tel. +82.(0)2.739.6405

cngallery.kr

 

2022년 합정지구에서 열었던 개인전 『네가내러티브』에 이어 2023년 개인전 『그들의 노래』에서는, 그동안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취급되어온 플라스틱 일회용품들의 존재성과 물질성에 대한 탐구심과 경의를 갖고 작업한 「투명한 것들의 나날」 연작, 그리고 부정不定의 서사를 탐색하는 설치 연작 「폐허에서」에 속하는 신작들을 발표한다. 방법적으로는, 자본의 논리에 의해 상품화·특권화된 카메라 장치를 배제한 초기 사진 기법인 포토그램, 회화와 사진의 기원인 그림자그림shadowgraphy, 그리고 포토필름 몽타주와 텍스트-사운드 다시쓰기 등을 다층적으로 활용했다 한 번 쓰고 버려지도록 만들어진 비닐과 플라스틱 물건들을 유심히 바라본 지는 오래되었다. 살림을 살다보면 날마다 온갖 용도와 모양의 플라스틱 사물들과 만날 수밖에 없다. 그들을 뜯고 찢고 잘라내야 했고, 버려야 할지 말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했다. 수십 년간 하루에도 몇 번씩 나를 딜레마에 빠트려온 이 고민은 어떤 거대하고 심각한 이론적 주제보다 더 깊고 절실했다. 내가 이들을 쓰레기통에 던져넣는다고 해서 버려지는 것이 아니었다. 또 이들 대부분은 너무나 멀쩡해서 한 번 쓰고 버리자고 이런 물건들을 만든다는 사실이 용납되지 않았다. 언젠가부터 차마 버리지 못하여 깨끗이 씻어 개켜두고 다시 쓰거나 가만히 바라보게 되었다. 플라스틱, 전문용어로는 폴리머(중합체重合體)의 일종인 이 인공물질이 지극히 수학적이고 자본주의적인 물질이라고 나는 생각해왔다. 자본주의적이라는 점은 그럴법하지만, 추상적인 수학과 구체적 물질을 연결시키는 것은 잘 안 맞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서구문명을 건설한 수학적 세계관은 이 세계의 물질성 자체를 추상적이면서도 구체적으로 재창조하고 있다. 내 눈앞에 당도한 얇고 바스락거리는 이 투명한 사물들은, 물질 자체를 수학적으로 임의 조작하고 생산하는 현대문명의 지배시스템이 내게 보내는 난처한 전언을 담고 있었다.

 

박영선_냉동밥과 야채를 덮었지 2_ 피그먼트 프린트_178×140cm_2023
박영선_냉동밥과 야채를 덮었지 5_ 피그먼트 프린트_178×140cm_2023
박영선_냉동밥과 야채를 덮었지 6_ 피그먼트 프린트_178×140cm_2023
박영선_냉동밥과 야채를 덮었지 7_ 피그먼트 프린트_178×140cm_2023
박영선_냉동밥과 야채를 덮었지 8_피그먼트 프린트_178×140cm_2023
박영선_둥글어지고 둥글어져야 했어 2_젤라틴실버 포토그램_27.9×35.6cm_2023
박영선_둥글어지고 둥글어져야 했어 1_ 젤라틴실버 포토그램_27.9×35.6cm_2023

그런데 내 눈앞에 당도해서 나를 곤경에 빠트리는 서구문명의 또 하나의 전령, 속이 빈 채 빛나는 사진적 이미지들과 이 사물들이 친연성을 가졌다고 나는 느껴왔다. 이 느낌이 이론적 근거가 없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풀리지 않는 이 느낌의 꼬임 사이를 나는 여전히 더듬고 있다. 인간에 의해 쉬지 않고 버려지는 것들, 더 정확히 말하면 자본주의 시스템에 의해 부단히 생산되고 소비되고 폐기되는 플라스틱 상품쓰레기들의 행위자성에 다가가는 심미적이면서도 윤리적인 태도는 어떤 것일까…? 어쩌면 나를 '휴먼의 틀'로부터 단 한치라도 비껴가게 할 미학적 경험과 정동은, 적극적 행위와 표현을 통해서보다 차마 하지 못함으로부터 비롯되는 하지 않음이라는 일종의 윤리적 선택을 통해 오히려 가능해지지 않을까?

 

박영선_입술들 손가락들 그리고 1_젤라틴실버 포토그램_35.6×27.9cm_2023
박영선_입술들 손가락들 그리고 5_ 젤라틴실버 포토그램_35.6×27.9cm_2023
박영선_입술들 손가락들 그리고 9_ 젤라틴실버 포토그램_35.6×27.9cm_2023
박영선_폐허에서 4_두 개의 버려진 생수병, 세 대의 슬라이드 프로젝터_가변크기_2023

 

암실에서, 익숙한 플라스틱 사물들의 잠재된 형상이 빛과 감광물질들의 화학적 결합을 통해 발현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그들의 침묵을 '듣는' 느낌에 들었다. 이제, 그들이 노래 부를 차례다. ■ 박영선

 

Vol.20230413a | 박영선展 / PARKYOUNGSUN / 朴瑛善 / photography.video.install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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