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해풍경 Wreck scenery

 

구본아展 / KOOBONA / 具本妸 / painting

2020_0902 ▶ 2020_0920 / 월요일 휴관

 

구본아_Wreck scenery 2_한지 콜라주에 먹, 채색, 금분, 은분_60×120cm_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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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20_0902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30am~06:30pm / 월요일 휴관

 

 

아트비트 갤러리

ARTBIT GALLERY

서울 종로구 율곡로3길 74-13(화동 132번지)

Tel. +82.(0)2.738.5511

www.artbit.kr

 

 

사회와 문화는 자연과 별개로 존재한다는 이른바 서구근대성의 이분화 사유 양식에 따라 대다수 사람은, 특히 인문학자와 사회과학자는, 인간의 사회적 관계가 기호, 담론, 의미, 믿음, 이데올로기 등의 비물질적인 것들에 의해 조직된다고 여겨서 물질적인 것들이 미치는 영향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최근에 사람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지구적으로 유행하는 사태에 직면하여 ‘사회적 거리두기’를 비롯하여 사회적 관계가 바이러스라는 사물에 의해 급격히 재편되는 상황에 부닥침으로써 비인간 사물의 역능을 불쑥 깨닫게 되었다. 다시 말해서, 사회와 문화는 더 넓은 자연에 묻어 들어가 있는 생태임을 떠올리게 되었다.

 

구본아_Teeth of Time_한지 콜라주에 먹, 채색, 금분, 은분_140×100cm_2019

구본아_Wreck scenery 9_한지 콜라주에 먹, 채색, 금분, 은분_117×91cm_2020

 

구본아_Wreck scenery 12_한지 콜라주에 먹, 채색, 금분, 은분_117×182cm_2020

 

구본아_Wreck scenery 13_한지 콜라주에 먹, 채색, 금분, 은분_60×70cm_2020

 

 

이번 전시는 대산수, 대자연의 모습과 도시폐허의 유사성과 이질성을 보여주는 기존의 작업에서 변화하여 문명과 자연의 관계에 대하여 좀 더 가깝고 축소된 시각으로 접근하였다. 기존에는 폐허의 골계와 같은 건축적인 이미지를 통해 미완과 붕괴의 이중성을 담았다면, 이번 작업에는 고문서에 좀이 쓴 모습과 화려했던 결정체의 풍화된 형상 속에서 자연의 흔적을 담아냈다. 자연의 순환과정속에서 문명의 잔해들을 통해 옛 영광을 엿볼 수 있는 시각을 창조함과 동시에 시간의 흐름과 퇴화과정을 통해 얻어지는 아름다움을 표현하였다. 문명의 쇠락과 잔해에 피어나는 새로운 자연의 태동은 ‘시간성’, 그리고 나아가서는 시간을 초월한 ‘영원성’을 내포한다. 어떠한 사회나 역사적인 시기도 종국에 남겨지는 것은 그 잔해이다. 이 잔해들을 통해 우리는 과거를 보고, 또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의 생활을 재해석하고 바라보며 미래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 구본아


구본아展 / KOOBONA / 具本妸 / painting

2013_1030 ▶ 2013_1231

 

 

 

구본아_새1: 태엽감는새01_한지에 먹, 채색_50×30cm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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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3_1030_수요일_06:00pm

후원 / 인천문화재단


2013_1030 ▶ 2013_1105관람시간 / 10:00am~07:00pm

공아트스페이스GONG ART SPACE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8-21번지 1층Tel. +82.2.730.1144/735.9938

www.gongartspace.com


2013_1221 ▶ 2013_1231관람시간 / 10:00am~07:00pm

선광미술관(선광문화재단)SUNKWANG ART MUSEUM(SUNKWANG CULTURAL FOUNDATION)

인천 중구 중앙동4가 2-26번지Tel. +82.32.773.1310


작위와 무작위, 시간의 세례와 수묵의 새로운 표정읽기 ● 주지하듯이 수묵은 대단히 오래된 조형 방식이다. 유구한 역사적 발전과정을 통해 축적된 풍부한 조형경험을 통해 수묵은 그 자체로 하나의 완정한 체계를 이루었다. 특히 전통시대를 관통하며 그 고유한 심미관은 물론 감상체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들을 포괄하고 있는 수묵의 발전 역사는 바로 동양회화 전통의 근간을 이루는 것이기도 하다. 혹자는 이러한 수묵의 역사성과 이를 통해 축적된 풍부한 조형경험을 들어 수묵은 이미 완성된 형식이라 말하기도 한다. 사실 수묵은 어쩌면 이미 완성된 형식인지도 모른다. 또 그것은 이미 지나가 버린 전통시대의 퇴락한 유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근자에도 역시 적잖은 작가들이 여전히 수묵을 작업의 근간으로 삼고 있다. 이는 전통에서 비롯된 타성적 관성일수도 있고, 또 경우에 따라서는 전통에 대한 맹종에서 비롯된 집착일 수도 있다. 물론 현대미술이라는 격랑 속에서 수묵의 위상은 이전과 같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묵이 이 시대의 표현 매재로서 존재하고 있을 뿐 아니라, 부단히 새로운 표정과 양태로 변화하며 새로운 시대를 호흡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전통이란 것이 보호되고 전승됨으로써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동력을 수혈함으로써 스스로 생명력을 확보해 나가는 유기체적 성질을 지닌 것이라는 점을 상기할 때, 우리는 수묵이 지닌 유장한 기운과 그 저력을 새삼 평가하고 주목하여야 할 것이다.

 

 


구본아_새2: 태엽감는새02_한지에 먹, 채색_30×50cm_2013

 

 

 

구본아_새3: 태엽감는새03_한지에 먹, 채색_30×50cm_2013

작가 구본아의 작업 역시 수묵을 지지체로 삼고 있다. 어둡고 침잠하는 화면은 다분히 엄숙하고 금욕적이다. 원형으로 이루어진 갖가지 형상들이 어우러져 이루어내는 형상은 익숙하면서도 이질적이다. 그것은 톱니바퀴나 태엽과 같은 기계적 이미지들이 중첩되며 이루어내는 조형물 같다. 그러나 이들은 기계적인 정연함이나 치밀한 구조의 차가운 질서를 드러내기 보다는 오히려 쇄락하고 무너지는 처연한 상황으로 읽혀진다. 그것은 마치 거대한 문명의 폐허처럼 을씨년스러울 뿐 아니라 한없는 침묵의 나락을 연상시킨다. 본래 일정한 에너지를 통해 동작함으로써 본연의 기능을 발휘하고 역할을 수행하던 기계들은 분해되고 해체되어 초라한 속살을 드러내며 그렇게 방치되어 있는 것이다.

 

 


구본아_새4: 태엽감는새04_한지에 먹, 채색_30×50cm_2013

 

 

 

구본아_새:5 태엽감는새05_한지에 먹, 채색_30×50cm_2013

그것은 죽음이요 소멸이다. 기능의 상실은 바로 목적의 소멸을 의미한다. 본래 의미 있고 가치 있던 것들은 이미 망실되고 파기됨으로써 그것은 그저 부호와도 같은 상징으로 남았다. 동력도 목적도 사라져 버린 형해 화된 형상들은 아득한 시간의 저편만을 응시하며 침묵할 따름이다. 기계는 문명의 산물이며, 인간이 행한 작위의 절정이다. 이들을 거둬들이는 것은 바로 시간이다. 인간은 창조하고 자연은 그것을 다시 거둬들여 자연으로 되돌리는 것은 불변의 원칙이다. 시간은 바로 자연이 전하는 부름이다. 시간은 느리지만 결코 서두르지 않고 빠짐없이 자연의 부름을 물질에 아로새겨 놓는다. 그리고는 아득한 망각의 저편으로 인공의 문명과 그 부산물인 물질을 되돌려 다시 자연으로 환원함으로써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를 확인시킨다. 그것은 "작위하지 않지만, 또 결코 작위하지 않음이 없다."(無作爲而無不作爲)는 역설적인 말로 표현되는 자연의 법칙이다. (중략)

 


구본아_Physical objects_한지에 먹, 채색_390×230cm_2012

 

 

 

구본아_Physical objects_한지에 먹, 채색_390×230cm_2012

진중한 의미와 상징으로 점철된 작가의 화면은 수묵을 통한 침잠하는 듯 한 사변적 구조를 제시하고 있다. 이미 쇄락해 버린 거대한 신전의 장식물처럼, 혹은 문명의 온기가 사라진 폐허와 같은 형상들을 아우르는 작가의 수묵은 이미 전통적인 수묵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선에 의한 조형이라는 원칙적인 방법론에서 벗어나 있을 뿐 아니라 정신적 가치로서의 수묵에 앞서 조형의 매재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그것은 사상성을 전제로 한 수묵의 심미관에서 벗어나 재료와 도구로서의 역할과 기능이 강조되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작가의 작업은 다분히 감각적이며 표현적인 요소들로 점철되어 있다. 때로는 수묵이 지니고 있는 물성을 활용하기도 하고, 또 경우에 따라서는 이를 묘사의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어떠한 경우든 전통적인 수묵의 운용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행위의 결과가 굳이 탈 전통을 위한 작위적인 몸짓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것은 어쩌면 수묵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맞닥뜨린 현대라는 시공에서 획득한 새로운 표정이라 함이 옳을 것이다. 작가의 경우 수묵이 지니고 있는 교조적 덕목에 앞서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의 조형적 목적이 우선하며, 이러한 요구에 충실히 반응한 결과가 표출된 것이라 여겨진다. 수묵의 정신성을 강조할 때, 당연히 수묵 자체에 어떤 정신성이 투영되어 있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그것은 운용하는 이의 사유와 결합하여 발현될 때 비로소 정신성을 지니게 됨은 당연한 것이다. 수묵이 현상에 대한 객관의 상황에서 벗어나 그윽한 사변의 세계로 삼라만상을 개괄하고, 번지고 스며드는 물성의 독특함으로 자연을 반영하는 조형 방식이라 할 때, 작가의 수묵은 비록 양태는 달리 하지만 수묵의 근본정신에 충분히 부합하는 바탕을 지니고 있다 여겨진다. 특히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있어 수묵은 단연 가장 민감하게 작용하고 반응하는 조형수단임을 상기할 때, 작가의 작업의지와 매재의 선택은 훌륭한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이는 어쩌면 수묵이 현대라는 시공에서 조형이라는 새로운 동력을 흡수함으로써 확보하게 된 새로운 표정일지도 모른다. 수묵은 어쩌면 이러한 과정을 통해 스스로 생명력을 유지하며 아주 오래된 시간의 이야기를 오늘에도 부단히 전해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 김상철

Vol.20131030g | 구본아展 / KOOBONA / 具本妸 / pain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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