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늦은 오후, 정영신씨와 함께 박찬호씨 ‘신당’전시 보러 ‘금보성아트센터’에 갔다.

무당들의 기가 전시장을 가득메운 전시장에서 작가의 이야기를 듣던 중, 금보성 관장을 만났다.

차 마시러 올라 간 2층에는 유동명씨의 ‘사유의 이면’전이 열리고 있었다.

 모처럼 차 한 잔 마시며, 금관장 이야기를 듣는 오붓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유동명씨는 잘 모르는 작가였으나, 작업이 독특했다.

화폭에 닥종이를 반복적으로 한 땀 한 땀 덧대어가며 화면을 이루어 놓았는데,

짙은 회색 결이 물 빠진 바닷가 갯벌을 연상시켰다.

다양한 색조의 닥종이에 의한 콜라주 기법으로 단색조의 우아한 표면을 만들어 놓았더라.

 

아니나 다를까, 작가가 매일 만나는 군산 바닷가의 잔상을 화폭에 담았다고 했다.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갯벌의 느낌이 신비롭게 펼쳐져 있었는데,

그가 오랫동안 해온 일은 그림 그리는 일이 아니라 작품수집가였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의 집념에 의한 노력은 어느 화가 못지않은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미련하리만큼 반복적으로 해 온 끈질긴 노력이 이루어 낸 성과였다.

 

금보성관장은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를 발굴하여 알리는 일을 오랫동안 해 왔다.

금보성관장도 쉬지 않는 열성화가이기에 많은 작품을 탄생시켜왔지만,

쉬지 않고 꾸준히 작업하는 다작의 작가를 특히 좋아해 도와주기를 서슴지 않는다

 

그리고 2월1일부터는 태백의 광부 사진가 전재훈 초대전을 연다고 했다.

나야 전재훈씨를 잘 알지만, 태백 탄광에 박혀 있는 사람을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했는데,

전시 보러 온 작가를 만나 그의 작품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오 가며 찍는 사진과 지하 4,000미터 막장에서 일하며 찍은 사진과 어떻게 같을 수 있겠는가?

땀이 범벅되는 일을 하지 않고 어찌 광부의 고통을 알겠는냐며 동했다고 한다.

 

어려움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작업을 해나가는 작가의식에 탄복해 손을 건넸다고 한다,

태백에서야 여러 차례 광부 전시를 하고 사진집도 펴낸 바 있지만,

서울에서는 한 번도 전시를 갖지 않았기에 알리고 싶었단다.

 

‘금보성아트센터’는 4월 보궐선거 투표장으로 사용된 후 철거한다고 했다.

다시 건축하여 재 개관하려면 일 년 넘게 기다려야 한단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저녁시간이 되어버렸다.

갈비탕이나 한 그릇 먹자는 말에 따라 나섰는데,

근사한 식당에서 자기는 육식을 안 하면서 갈비를 시켜 거지 몸보신 시켜주네.

 

좋은 전시 보고, 좋은 소식 듣고, 칙사 대접까지 받았으니,

이 어찌 도랑치고 게 잡은 일이 아니겠는가?

오래 전에 전시 한 번 하라는 도움제안도 들어주지 못했는데, 너무 송구스러웠다.

부디 새해에는 좋은 일 많기를 바랍니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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