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여름생색展 

 

2021 가송예술상 

2021_0610 ▶ 2021_0621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참여작가

김용원_김원진_김효연_백나원_손승범

양수연_왕지원_이세정_이지훈_최혜수

 

주최 / 동화약품

 

 

인사아트센터

INS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41-1

Tel. +82.(0)2.736.1020

www.insaartcenter.com

 

2021년 『가송예술상』과 『여름생색展』 ● 『가송예술상』은 『부채표 동화약품』이 부채를 소재로 새롭고 참신한 해석을 하는 작품들을 발굴하고 전시하여 그 예술성을 대중에게 전달하며 한국 예술계의 신진 작가 발굴 및 지원하고자 제정하였다. ● 『동화약품』은 1897년에 우리나라 최초의 제약기업으로 설립되어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 「동화」의 의의를 살펴보면 "두 사람이 마음을 합하면 그 예리함이 쇠(金)도 자를 수 있다 二人同心 其利斷金(이인동심 기리단금). 나라가 화평하고 해마다 풍년이 들면 나라가 부강해지고 국민이 평안해진다 時和年豊 國泰民安(시화연풍 국태민안) <주역 中에서>"에서 비롯되었다. 「부채표」는 "종이와 대나무가 서로 합하여 맑은 바람을 일으킨다 紙竹相合 生氣淸風 (지죽상합 생기청풍) <시전 中에서>"라는 의의를 갖고 있다. ● 「동화」와 「부채표」의 의미 모두에는 '민족이 합심하면 잘 살 수 있다'는 민족정신이 담겨있다. 접선은 고려시대 처음 발명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예로부터 선조들은 글씨, 그림을 접선의 선면에 그려 서로 주고받는 등, 실용성과 풍류를 함께 담은 생활 속의 예술로 전해져 내려왔다. ● 『동화약품』은 2011년에 중견 및 신진작가 50인의 부채전시회 『여름생색展』으로 접선의 아름다움을 알리고자 하였고 2012년부터 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계승하고 창의적인 청년작가를 발굴, 지속가능한 작업기반을 구축하고자 하는 취지아래 『가송예술상』을 시작하였다. ● 공모대상으로는 대한민국 국적의 만 40세 이하의 작가로 최근 3년 이내의 개인전 또는 단체전을 1회 이상 개최한 시각장르 전 분야의 예술인이면 할 수 있다. 공모는 부채주제로 하는 부분과 부채(접선) 장인과 협업하여 작품을 제작하는 콜라보레이션 부분이 있으며, 미술계의 덕망 있는 전문위원들의 포트폴리오와 인터뷰 심사를 거쳐 전시 참여 작가가 선정된다. 그리고 이 작가들은 큐레이터와 함께 『여름생색展』에 공간에 맞게 작품을 조화롭게 설치하며 전시 오픈을 하고 전시기간동안 심사위원들이 방문하여 현장심사를 통해 대상, 우수상, 특별상, 콜라보레이션 상을 선정 한다. ● 수상 작가들은 상금을 받는데 특히 2020년의 대상 작가는 상금과 프랑스 파리 단기 레지던시(파리국제예술공동체(LA CITÉ INTERNATIONALE DES ARTS / PARIS)) 입주혜택을 받게 된다. 매년 전시와 상금 또 개인전의 기회 등 다양한 혜택을 늘여가며 작가들의 지원을 확장하고 있다. ● 2012년의 『가송예술상』에는 대상으로 최준경, 우수상으로는 김지민, 윤혜정이 특별상에는 김윤아가 수상했다. 2013년에는 대상 정찬부, 우수상 신정필, 강수지가, 2014년에는 대상 송용원, 우수상 김지훈과 라오미, 특별상 이대철이, 2016년도는 대상 최은정, 우수상 정재원, 콜라보레이션상 곽수연, 특별상 레이박과 박기훈이, 2018년에는 대상 강태환, 우수상 인터미디어 Y, 콜라보레이션상 오흥배, 특별상 정성윤이 수상하였다. ● 2020년도는 작가공모 후 1차 포트폴리오 심사 후 2차 작가까지 선정은 했으나 코로나바이러스(COVID-19) 상황으로 전시가 미루어져 2021년 6월에 10일에 인사아트센터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 2021년의 『여름생색展』은 부채주제 부분으로 김용원, 김원진, 백나원, 손승범, 최혜수, 양수연, 왕지원, 이세정, 이지훈과 김동식 선자장과 콜라보레이션 부분에 김효원이 선정되었다.

 

김용원_바람, 기억의 풍경_비단에 레이스 콜라주, 아크릴 조각,디지털 콜라주 모션그래픽스, 프로젝션 비디오_114×235cm_2020~2021

김용원은 동양철학에서 이상향의 의미인 산수가 시대와 역사에 따라 달리 해석되는 것을 사유하며 현재 정보와 테크놀로지의 시대에서의 산수를 동양화의 전통적 방식과 미디어작업을 혼용하면서 새롭게 모색하는 작업을 해 오고 있다. 이번 작품은 접선이 순차적으로 펼쳐지며 보여주는 시간적 흐름 안에 기억과 이미지가 새로운 차원으로 다가오는 감각과 경험을 제공한다. 작가가 그린 가상의 산수화는 순차적인 영상화면과 함께 오버랩되면서 현실의 기억의 파편과 유토피아를 동시에 경험하게 한다.

 

김원진_순간의 연대기–바람선 1_장지에 색연필, 꼴라쥬_170×227cm(중앙 작품)_2021

김원진은 장지 위에 연필과 색연필로 선을 그어 화면을 채우고 다시 1mm 두께로 잘라 미세하게 균열을 주고 전체의 조각을 섞어 한 조각씩 지면에 다시 붙여 화면을 만든다. 마치 바람에 따라 풍경이 균열되는 것 같이 원래 화면과는 달리 흔들리며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 낸다. '순간의 연대기'라는 제목처럼 회화의 원초적인 선 긋기는 반복되고 그려지며 시간의 기억을 담아내고 잘라지고 꼴라쥬되어 공간을 증폭시킨다. 각각의 단면과 횡단의 축들은 회화와 풍경의 역사 안에서 기억을 담아내며 무한한 공간을 가진 확장된 장르로 자연, 바람이 만들어내는 촉감, 후각, 청각 등 다양한 감각까지 교감된다.

 

백나원_ㅂ[비읍], Gleaming from the edge_혼합재료_130×200×35cm_2021

백나원은 리좀의 연결, 접속, 순환의 흐름에 관한 설치 작업을 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부채의 접고 펴는 상황, 형태, 행위, 용도라는 과정과 흐름에 관심을 갖고 작품을 제작했다. 여러 가지 색과 마티에르가 다른 반투명 재질의 유리를 중심으로부터 부채의 면이 펼쳐가는 모습을 설치하고 뒤에서 LED조명을 비추어 공간전체에 찬란한 빛을 퍼트린다. ● 유리의 원래 표면과 겹쳐진 부분에서 빛의 입자들은 아주 다르게 자신을 드러내며 주변 공기와 함께 흔들리며 입자와 파동은 가시적이 되어 촉감으로 다가온다. ● 빛이 다양한 방향성으로 퍼지고 왜곡되는 과정 안에서 자연과 인공, 기계적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인간의 삶과 물건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고하게 한다.

 

손승범_버닝_한지에 혼합재료_가변크기_2021

손승범은 모든 불변적인 진리, 절대적 가치가 시대에 따라 변하게 되고 특히 고도의 복잡성을 갖고 있는 이 시대의 전혀 예상하지 못한 현상들이 나타나는 것에 관심을 갖고 작업한다. 이번 전시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은 바람과 불을 닥종이 위에 먹, 우유, 소금이라는 전혀 이질적인 재료를 사용해 예상치 못한 혼합과 균열된 이미지가 생성되는 작품을 공간에 연출하여 시각화 시킨 것이다. 옛 시골집 아궁이에 부채질하여 불을 붙이면 작은 바람이 불씨를 크게 일으켜 집 전체에 온기를 제공하는 것으로부터 영감을 얻은 작품은 우리 존재에서 잊혀지고 잃어버려진 근원적인 것들을 상기시킨다. 작품은 우리가 세상의 주인이라는 의식에서 깨어나 만물과 함께 산다는 것을 일깨워 주며 새롭게 변화되기를 기대하는 울림을 던진다.

 

최혜수_지금 之昑_시멘트, 23k 24k 금박지_161.8×130cm_2021

최혜수는 시멘트와 금박을 사용하여 다양한 오브제와 장소에 관한 설치와 평면작업을 해오고 있다. 이번 전시는 평면에 시멘트를 표면으로 하여 다양한 욕망의 형태로 배경을 만들고 그 위에 수평 혹은 수직으로 금박을 층층이 덮어 추상적인 회화로 표현한다. 시멘트는 과거와 현대에 이르기까지 제도와 사회 현상에 관한 상징으로 여전히 굳건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작가는 욕망과 이상을 오가는 금색의 상징을 이상적인 밝은 금으로만 보여주기를 희망한다. 여전히 각박한 현실에서 단단한 뿌리를 내리고 있는 시멘트 위에 생성된 금색의 공간은 접선의 선면처럼 이상과 자유를 갈망하는 새로운 생동감의 비상 탈출구로서 역할을 한다.

 

양수연_온전한 원을 향하여_비단에 수묵_180×250cm_2021

양수연은 접고 펼쳐지는 부채의 조형적인 특성을 폴딩 도어(Folding Door)형식으로 설치한 작품을 보여준다. 5폭의 가로로 긴 비단 화면 위에 흑백의 사실적 기법으로 그린 십장생 수묵화는 전통적인 화려한 색채로 그려진 민화 안의 영원한 삶의 상징이 아니라 인간의 욕망이 투영된 허상의 상징이다. 마치 접선 안에 접혀져 보이지 않은 공간이 펴지면서 실체를 드러내는 것 같이 삶의 역경을 이겨내면 다음 단계에서 보이게 되는 꿈이 실현 되는 것을 의미한다. 전통적 비단화 특유의 섬세한 붓 터치와 현대적 번지는 기법이 혼용되어 자연과 인위적인 형태는 조화롭게 접목되어 독특한 분위기를 내뿜는다.

왕지원_기계적 도원경_레진, 금속재료, 전기기구(CPU보드, 서보모터)_65×120×25cm_2021

왕지원은 인간의 유기적인 몸이 사이보그 기술을 통해 초월한 존재로 진화하는 것을 불교적 도상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번 작품은 붓다가 해탈을 얻는 보리수나무에서의 경험을 모티브로 삼아 사이보그 인간의 초월적 존재와 보리수나무의 꽃이 피고 지는 것을 0과 1의 이진법 도원경으로 표현한 것이다. 불완전하고 유한한 인간의 몸이 새로운 기술로써 완전하고 무한한 인체로 변화되는 상징을 담은 작품은 마치 부채를 부치는 행위로 부터 발생하는 바람의 파동처럼 우리에게 파고든다.

 

이세정_바람결_노방, 견사, 필라멘트사_28×42×4cm×16, 가변 설치_2021 이세정_팔선(八疊扇)_첩-노방, 견사, 필라멘트사_64×93×5cm(벽면 작품)_2021

이세정은 여행을 통해 얻어지는 기억과 영감을 섬유와 자수 드로잉으로 주로 표현하는 작가다. 이번 작품은 팔덕선(여덞가지 덕)으로 불리는 부채의 의미를 해석하여 얇고 비치는 소재인 실크 노방으로 부채형태를 만들어 공간에 연출한 것이다. 노방소재의 흰색에서 검푸른 색까지 푸른색 그라데이션 표현과 모빌처럼 레이어로 중첩시킨 연출은 시원하고 경쾌한 바람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우리 옛 조상들의 미학과 조형미를 섬세하고 아름다운 전통적 자수의 이음수기법으로 기품 있게 표현하여 시간의 흐름까지도 체험되는 총체적 감각의 작품이다.

 

이지훈_Fill the Void_LED팬, 알루미늄 프레임, Smps, 혼합재료_가변크기_2021

이지훈은 기계장치와 디지털 매체를 이용해 데이터화된 개인의 이미지를 왜곡, 변형하며 지각과 감각을 방해하는 상황적 작업을 주로 한다. 이번 전시에는 공기정화를 위한 환풍기에 사용하는 팬Fan을 수직으로 겹겹이 세우고 하나의 접선을 만들어 부채처럼 펼쳐 놓는다. 접선부채는 오늘날 선풍기, 환풍기, 에어컨, 청정기 등으로 현란하고 다양한 기능과 디자인으로 대신 자리 잡고 있다. 화려한 형광 불빛으로 장착된 팬으로 구성된 이지훈의 조형물들은 실제 바람의 세기는 미미하지만 갤러리 공간 전체는 정화된 공기와 시원한 환경으로 완전히 다른 세계를 경험하게 될 것 같은 환상을 제공한다. 작품은 시대에 따라 디지털 기술과 정보로 이미지와 데이터의 총량은 증가하여 과거보다 더 좋은 환경이 될 수 있겠지만 인간 본래의 삶은 기대만큼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김효연_순간_지본수묵_193×391cm_2021 부채(국가무형문화재 제128호 선자장 김동식)

다음은 부채장인과 콜라보레인션부분으로 올해에는 국가무형문화재 제 128호 선자장 보유자인 김동식장인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죽선부채작업 위에 김효원이 그림을 그렸다. ● 작가는 부채접선 안에 일상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의 형상을 흑백 수묵으로 그렸다. 부채의 소유,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행위라는 실존에 초점을 두며 현실 속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들을 이미지로 표현한 것이다. 그것은 길거리, 공원, 지하철 등 일상의 공간에서 사람들이 만나 반가워하고, 대화하며, 손을 잡고, 걷는 군중의 모습이다. ● 이 부채 작업과 대비해 그 뒤에는 흑백의 수묵 풍경화를 배치하였다. 풍경화는 일상 안에서의 희노애락이 담긴 기억의 장면들을 단편적으로 이어 그린 산수화다. 장면마다 일상의 다른 기억과 감정을 가진 가상의 풍경화는 다양한 시간의 중첩과 흐름을 담아내고 있지만 생의 순환 안에 있음을 담담하게 표현하고 있다. ● 부채 속 현실의 인물들과 그들의 추억과 기억이 담긴 풍경화는 바람의 흐름처럼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우리의 삶을 다시 한 번 뒤돌아보게 한다. ● 이번 선정 작가들은 부채의 의미와 표현을 전통과 이 시대의 정신으로 재해석하며 다양한 장르와 매체의 조형작업으로 펼쳐 보이고 있다. 부채의 선, 부채 위 그려진 산수화를 비롯한 그림의 시공간적 소유 및 해석, 발생하는 바람은 작가들의 창작, 연출, 전시의 과정을 통해 관객들과 소통하며 삶에까지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 기대한다. ■ 김미진

 

 

Vol.20210610a | 제7회 여름생색展

 

제6회 여름생색
2018 가송예술상 본선통과작展

2018_0629 ▶ 2018_0709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강태환_김진우_김도경_박혜원_오흥배

인터미디어 Y_장인희_정성윤_정승원_지희장

주최 / 가송재단후원 / 동화약품기획 / 가나아트


관람시간 / 10:00am~07:00pm


인사아트센터

INS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41-1(관훈동 188번지)

Tel. +82.(0)2.720.1020

www.insaartcenter.com



제6회 『여름생색』展을 준비하며 ● 가송재단과 동화약품은 2018년 6월 29일부터 2018년 7월 9일까지 제6회 『여름생색』展을 인사아트센터에서 개최한다. 지난 5월 가송재단은 전통 부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전통 문화를 발전적으로 계승한다는 취지에 따라 제5회 가송예술상 공모전을 개최하였다. 이번 『여름생색』展은 가송예술상의 본선통과자 10인의 작품을 소개하는 자리이다. 공 모는 부채 주제 부문과 콜라보레이션 부문의 두 가지로, 아홉 명의 작가는 부채를 모티프로 한 부채 주제 부문에, 한 명의 작가는 부채 장인(匠人) 김대석 선자장(扇子匠)과 협업하는 콜라보레이션 부문에 선정되었다. ●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은 부채 자체의 실용성이나 형상을 넘어 그것에 내재한 조형적 원리 혹은 부채와 연관 된 바람 같은 감각적 현상이 구현되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부채 중에서도 쥘부채 접선(摺扇)은 대나무 부챗살에 접은 한지가 덧대어져 편평한 평면을 이루고 선과 면이 규칙적으로 나타난다. 작가들은 이러한 부채의 조형성에 주목하여 직관적으로 면과 선 자체를 다루거나, 개념적으로 작업에 반복성과 리듬감을 도입하였다. 한편으로 부채와 바람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데, 작가들은 바람 그리고 그것이 유발하는 순간의 경험 또는 운동성, 시간성에서 발상을 얻기도 했다. 이렇듯 각각의 작품은 부채를 모티프로 삼되 부채의 외적 형상이나 기능성에 국한되지 않고 그것의 안과 구조, 외연을 보려는 시도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다.



정승원_접혀진 풍경_접은 캔버스에 아크릴채색, 테이프_가변설치_2018

김도경_무한의 계단_금속판, 전기 용접_가변설치_2018


부채의 반복적인 선면에서 출발한 작가로는 정승원, 김도경이 있다. 정승원은 캔버스를 '접음'으로써, 접고 펴는 부채의 조형적 구조를 전시장에 구현하였다. 일반적으로 캔버스는 2차원의 평면으로 회화 행위를 할 바탕 면으로 활용되나, 작가는 캔버스를 접어 산과 골짜기의 기하학적 굴곡을 갖춘 오브제로 만들었다. 캔버스는 점선이 부착된 3차원 공간의 선면에 합치되어 놓였는데, 그 앞에서 우리는 새로운 기하학적 풍경화, 「접혀진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김도경은 일상 의 오브제를 반복 및 변주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의미'에 주목해온 작가로, 이번 전시에서는 철판을 절곡折曲하고 반복적으로 이어 부채의 선면과 반복의 원리를 건축적으로 구현한 「무한의 계단」을 선보인다. 작품에서 한 걸음 물러나 전체를 관조하면, 계단의 형상에서 연상되는 기능과 오브제의 재료인 철판의 물성 자체보다는 계단 하나하나가 변주되며 이어지는 데서 오는 리듬을 감지하게 되고, 힘을 내어 어떤 행위를 반복할 때의 단상을 떠올리게 된다. 유형(有形)의 조각을 통해 도리어 무형(無形)의 개념을 말하는 작가의 개념적 태도를 볼 수 있는 지점이다.


김진우_U-057_한지에 오일콘테_90×131cm_2018

정성윤_雪山夢遊圖_한지에 아크릴채색, 라이스페이퍼_130.3×32.3cm×6_2018


김진우와 정성윤, 박혜원, 인터미디어Y는 전통 회화의 형식으로서의 부채에 주목하였다. 김진우와 정성윤은 전통 회화가 부채의 부채꼴 선면과 조형적으로 조응한다는 점에 착안하여, 형식과 화법이 조화를 이루는 현대적 산수를 완성했다. 김진우는 「U-038」에서 성냥갑 같은 고층 빌딩이 집적된 도시풍경을 그렸다. 을지로에서 작업하던 시기 매일 건물이 올라가고 무너지는 건설 현장을 바라보면서 건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그는 "도심의 빌딩숲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산수와 같다"라고 말한다. 정성윤은 「雪山夢遊圖」에서 설경雪景을 새로운 구도와 색채로 재구성하여, 그 계절 그 공간을 거닐며 느꼈던 정서를 화폭에 담아냈다. 생경한 색의 물감을 덧입혀 재현된 어딘지 알 수 없는 풍경을 마주하며, 우리는 그가 걸었던 공간, 그가 스친 바람, 그에게 스쳤던 단상을 가늠하며 내면의 풍경과 조우하게 된다. 두 작가가 그린 설경과 도시 풍경은 수묵화의 정신성을 넘어 일상의 정경을 담는 근래 동양화단의 흐름에서 이해할 수 있다.



박혜원_부채–사랑愛표 Windy Garden_

퓨징, LED 라이트박스, 5CL 디지털 세라믹, 그물, 드로잉_가변설치_2018

인터미디어 Y_Perception_미디어 아트_00:04:28_2018


박혜원은 부채에 그림을 그리거나 시를 써서 정감을 담았던 우리 고유의 문화에 영감을 받아 「부채-사랑愛표」를 제작했다. 의미를 표상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박혜원이 선택한 방법은 사랑을 표상하는 보편적인 기호 ♡와 한자 愛자를 차용한 뒤 그것을 분절하고 재조합하여 유리에 입히는 것이다. 이렇게 완성된 상(像)은 단순히 차용되고 모방된 것이 아니라 '다시 그려진 기호'로, 그가 구상한 사랑의 정감을 표상한다. 한편 인터미디어 Y의 신작 「Perception」에서는 모니터에 달린 와이퍼가 반복적으로 움직이며 부채 모양의 영역을 형성하고, 관람객은 그 영역에 시선을 고정하게 된다. 와이퍼 뒤로는 비오는 날의 거리 정경이 펼쳐지고 고古 문구의 필치를 닮은 일상적 문 구와 가짜 인장이 보인다. 부채에 그려진 문인화를 닮았지만, 형식만을 취했을 뿐이다. 인터미디어 Y는 의도적으로 부채 선면과 조응하지 않는 유사 문인화를 보여줌으로써 대상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불완전하며 인식의 틀에 영향 받는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지희장_바람을 걷다, 바람 위를 걷다, 바람을 걷어내다_

스판 패브릭, 동전, 고무밴드, 선풍기_300×280×300cm_2018

장인희_흩어진 순간들_미러 PET 필름, 아크릴판_114×182×8cm_2018


강태환_비움공간_혼합재료_가변설치_2018


부채를 부치면 바람은 우리를 새로운 감각으로 이끌고 잠시나마 일상의 상념을 잊게 해준다. 하지만 바람은 눈에 보이지 않으며, 순간의 경험은 형용하기 어렵다. 지희장과 장인희, 강태환은 바람을 시각적·공간적으로 가시화함으로써 그런 순간을 다시금 경험케 해주는 듯하다. 생성에서 소멸로 이르는 자연스러운 흐름에 관심을 가져왔던 지희장은 이번 전시에서 푸른색의 부드러운 패브릭으로 바람이 흐르는 공간을 형성했다. 「바람을 걷다, 바람 위를 걷다, 바람을 걷어내다」에서 벽과 천을 연결하는 고무줄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흐르는 에너지의 흐름을, 부드럽게 벽에 매인 천은 공간 속 바람의 흐름을 보여준다. 그 공간 안에서 관람자는 바람을 느끼며 바람 위를 걸을 수 있다. 장인희의 「흩어진 순간들」은 금빛의 얇은 필름을 오린 뒤 조합하여 완성된다. 각각의 조각은 과거 어느 순간 그가 이끌리는 대로 오린 순간의 단편으로, 현재의 선택에 따라 조합된다. 작품 앞에서 관람자는 작가의 의도와 달리 춤추는 사람을 발견하기도 하고 우는 사람을 찾아내기도 한다. 작가의 말마따나 "과거의 필연과 현재의 우연 그리고 미래의 가능성이 동시에 존재하는 입체적 순간"이 펼쳐지는 것이다. 강태환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비움 공간」을 선보인다. 자연적인 것과 인위적인 것, 찬 것과 빈 것과 같이 대립항의 상호 관계에 관심을 가져온 그는 광섬유를 빈 공간 속에 늘어뜨림으로써 보이지 않던 틈, 사이공간을 가시화했다. 공간을 타고 흐르는 바람결에 광섬유가 일렁이며 틈이 보이게 되면서 무(無)와 유(有), 존재와 부재 사이가 흔들린다. 수많은 광섬유로 '채워진' 공간이 '비움' 공간이라고 명명된 까닭이다.



오흥배_겹_캔버스에 유채, 혼합재료_91×116.8cm, 105×150cm_2018


이들 아홉 명의 작가가 부채를 모티프로 삼아 개별 작업을 했다면, 오흥배는 국내 유일의 접선장(摺扇匠), 김대석 장인 과 협업하였다. 장인은 대나무를 하나하나 깎고 다듬고 이은 뒤 변죽까지 직접 달아 제작한 부채를 작가에게 제공하였다. 이번 전시의 출품작 「To see, To be seen」에서 오흥배는 부챗살 뒤로 점차 시들어가는 꽃의 이미지를 입힌 여러 장의 아크릴판과 극사실주의 회화를 배열하였다. 여러 장의 꽃 이미지로 만든 겹(layer)들은 접히고 펼치는 접선의 겹과 개념적으로 대응하는데, 작가는 겹을 통해 보이는 대상인 꽃과 보는 주체인 작가가 만난 복수(複數)의 시간들을 보여주고자 한다. ● 이처럼 제6회 『여름생색』展에서 10인의 작가들은 부채의 선면이나 반복의 원리, 회화 형식으로서의 기능성과 그것이 일으키는 바람과 순간의 감각 등 부채와 연관된 유·무형의 속성들을 자신의 작업방식과 접목시켜 회화와 입체, 조각과 설치, 미디어 등의 다양한 조형언어로 풀어내었다. 작가들은 기존에 부채로 작업하지 않았기에, 부채를 면밀히 관찰하고 부채와 자신의 기존 작업방식 사이의 접점이 무엇인지 부단히 고민해야만 했다. 그러나 어느 작가가 말했듯, 그 고민의 시간은 오히려 자신의 작업을 새롭게 들여다보고 작업의 지평을 확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우리는 그들의 작품을 계기로 이전엔 주의 깊게 들여다보지 않고 지나쳤던 부채의 면면을 새로운 시선으로 보게 되었다. 우리의 전통 문화 역시 이와 같이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고 동시대에 유의미한 지점을 발견한다면 그것이 담지한 미학을 발전적으로 이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 조현아


Vol.20180629c | 제6회 여름생색-2018 가송예술상 본선통과작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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