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의 ‘나목’ 그 황량함에 대하여...사진전이
9월6일부터 23일까지 충무로2가에 위치한 ‘아주특별한사진교실’에 초대 전시되고 있다.
먼저 나목이란 제목 자체가 우리에게 친숙하게 다가온다.
소설가 박완서씨가 ‘나목’으로 등단하기도 했지만, 신경림 시인의 시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리고 시각예술로는 박수근화백의 ‘나목’에 이어 사진가 임응식선생의 대표작이 줄줄이 떠오른다.
벌거벗은 나무로 벌거벗은 인간을 말한 그 상징성이...
한국전쟁이 발발한 50년대 부산에서 촬영한 임응식선생의 ‘나목’은 포화에 불타버린 앙상한 가지에서
희망을 건져 올리려는 당시 시대상황을 대변했지만, 박종호의 ‘나목’은 사진으로 쓴 시에 가깝다.
박종호는 작가노트에 “기다림은 희망을 전제로 한다.
그리고 그 시간을 묵묵히 견뎌내며, 조용히 준비하는 것이다. 언젠가 다가올 그 봄을 말이다.
그 때가 오면 앙상했던 나목에는 푸르름이 가득하게 될 것이다.
나목은 우리에게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오히려 모진 겨울 한가운데 서서 그 시간을 인내하라고 한다.
그 속에 봄에 대한 희망을 간직한 채, 그 속에 생명을 간직한 채 말이다.
그렇게 나목은 찬란하게 빛날 그 봄을 기다리고 있다”고 적었다.
박종호의 작업노트를 읽다보니, 근원적인 인간의 모습이 ‘나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날 때는 모두가 나목처럼 벌거벗은 존재로 오지 않던가?
박종호의 사진들은 잎을 모두 떨구고 매서운 추위를 견디는 앙상한 나목을 통해 인간의 삶을 성찰하고 있다.
이미지의 형상성이나 심미감에 앞서 작가의 삶에 대한 철학적 사유가 깔려있는 것이다.
아래 적힌 신경림시인의 ‘나목’ 시구처럼,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목은 아무 것도 가지지 못한 소외된 자들의 상징이고,
하늘을 향해 길게 팔을 내뻗은 것은 무언가를 간절히 기원하는 인간의 간구일 수도 있겠다.
“나무들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서서
하늘을 향해 길게 팔을 내뻗고 있다.
밤이면 메마른 손끝에 아름다운 별빛을 받아
드러낸 몸통에서 흙 속에 박은 뿌리까지
그것으로 말끔히 씻어내려는 것이겠지
터진 살갗에 새겨진 고달픈 삶이나
뒤틀린 허리에 배인 구질구질한 나날이야
부끄러울 것도 숨길 것도 없어
한밤에 내려 몸을 덮는 눈 따위
흔들어 시원스레 털어 다시 알몸이 되겠지만
알고 있을까 그들 때로 서로 부둥켜안고
온몸을 떨며 깊은 울음을 터뜨릴 때
멀리서 같이 우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전시는 9월 23일까지 열린다.
글 / 조문호
박종호 ‘나목’ 그 황량함에 대하여...’
전시기간 2023년 9월6일-23일 (12:00-19:00, 일,월 휴관)
서울 삼일대로(충무로2가)4길14 신원빌딩 401호
‘아주특별한사진교실’ 02-771-5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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