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길의 다섯 번째 시간지우기 편린사진전이 인사동 무우수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이와 함께 조해인이 쓰고 김수길이 찍은 에세이 신화가 된 청소부출판기념회도 유목민에서 열렸다.

 

지난 주말 정동지와 김수길씨 사진전 보러 인사동에 갔더니,

전시작가와 조준영시인이 안국역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김수길의 편린사진전이 열리는 무우수갤러리로 가는 길에 봉화에서 올라 온 신동여 화백을 만나기도 했다.

 

올 일월에 개관한 무우수갤러리는 처음 갔는데,

인사동길 19-2에 신축한 와담빌딩 3-4층에 자리 잡고 있었다.

 

김수길의 편린전은 여러 장 필름이 겹쳐진 이미지로, 마치 세월의 흔적처럼 희미한 기억을 불러냈다.

 

10년이 넘도록 한가지 작업에 몰입해 온 김수길의 '시간 지우기'전은

사실적 기록성보다 내면적이고 미학적 관점에 주안점을 두었다.

 

김수길은 사진 이전에 음악, 영화, 미술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진 작가였다.

미학적 관점에 초점이 맞추어진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겨진다.

 

그는 잃어버린 기억을 찾기 위해 같은 장소를 시기별로 찾아다니며, 변해가는 공간의 잔상을 기록해 왔다.

 

그의 작업은 변해가는 도시의 단면이 켜켜이 쌓여, 암울한 시대적 잔상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리고 기존의 사진 형식에 연연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접근으로 사진 표현의 무한한 가능성을 탐색한다.

 

이번 전시에는 천에다 출력하여 깃발처럼 걸거나, 손수건으로 만들기도 했는데,

기존 천에 새겨진 무늬가, 프린트된 이미지와 어울리는 또 다른 시도를 감행했다.

장식성이나 실용성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이다.

 

기억하기 위해 시간을 지운다는 김수길의 편린전은 113일부터 14일까지 '무우수갤러리'에서 열린다.

 

전시장에서 나와 신화가 된 청소부술판기념회가 열리는 유목민으로 자리를 옮겼다.

술집은 이른 시간부터 지인들이 모여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조준영 시인이 사 온 축하 떡에 촛불을 밝히기도 하고

연극배우 이명희씨의 에세이 낭독이 이어지는 등 출판기념회 면모도 갖추었다.

 

행복 에세이란 부제를 단 신화가 된 청소부장애를 안고 태어난 소녀 이야기였다.

청소라는 일상적이고도 사소한 일을 하면서도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신화를 일구어내는 내용이었다.

 

작가는 사소한 일을 할 때도, 자신이 가진 100%를 아낌없이 밀어 넣으면,

그 하잖은 일은, 스스로 축복하는 에너지로 변환된다.

그리고 그 에너지는, 사막과 같이 메마른 우리의 내면 한가운데로

시냇물을 졸졸거리며 흘러가게 하는 동력이 된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버리커뮤니케이션에서 출판한 이 책은 136면에 1.5000원이다.

 

이날 술판기념회에 참석한 분으로는 주인공인 조해인 시인과 김수길 사진가를 비롯하여

조준영, 신동여, 이명희, 전강호, 김명성, 장경호, 송일봉, 정복수, 최석태, 김신용, 최유진

이만주, 김발렌티노, 노현덕, 안원규, 송상욱, 노광래, 이인섭씨가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중에서 김신용시인은 일 년만의 외출이었다.

두문불출한 이유는 모르겠으나, 요즘은 사진찍어 시를 쓰는 디카 시에 집중한다고 했다.

사진 제판에 의한 제작비 부담으로 출판사에서 반기지 않는다는 고충도 털어놓았다.

비염이 있다며, 술 한잔 마시지 않고 외곽으로 떠도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작품과 명예나 돈도 좋지만, 건강이 최고다.

모든 것이 죽고 나면 아무런 쓸모없는 게 아니던가?

어떻게 하면 재미있고 즐겁게 살까?를 고민할 나이다.

작업도 일처럼 하지 말고 놀이로 즐기자.

다들 건강이나 잘 지키시길 바랍니다.

 

사진,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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