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동과 친구들’전이 통인시장 맞은편 창성동(자하문로 10길 9-4) ‘갤러리 자인제노’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 1일 '서울아트가이드'에 실린 팔월 전시안내를 보다

‘갤러리 자인제노’에서 박재동씨 전시가 8월2일부터 15일까지 열린다는 소식을 접했다.

 

전시를 한다면 공개하지 않을 리가 없어, 동명이인인줄 알았으나 아니었다.

갤러리의 요청에 의한 전시겠지만, 스스로를 알리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 짐작했다.

 

사람 많은 개막일을 피해 지난 4일 정오 무렵에야 정 동지와 함께 전시장을 찾았는데,

작가대신 그의 기타가 자리를 지켰다.

 

전시장에는 박화백 특유의 서정적인 유채화가 눈길을 끌었다.

따스하고 애잔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풍자적인 작품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을 머금게 했다.

‘손바닥 아트’ 디지털 판화 등 28점의 작품이 아담한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박재동화백은 대한민국의 대표적 시사 만화가이며 애니메이터로 모르는 이가 없을 것이다.

근대 만화의 풍자정신을 우리 시대에 계승한 만화가를 꼽는다면 단연 박재동이다,

작가의 강인한 비판의식과 저항정신은 전무후무하다.

 

그는 어릴 때부터 미술에 대한 재능이 남달라 서울대에서 회화를 전공했던 화가다.

30대 중반 한겨레신문 창간 멤버로 시사만화를 시작하며 사회적 정치적인 문제를

넉살 좋은 풍자와 예리한 비판으로 그려내, 그만의 독보적 위치에 선 것이다.

 

그의 그림에는 서정적이고 더러는 연민의 정을 느낄 수 있는 애잔함도 깔려 있다.

따뜻한 고향의 정서가 느껴지기도 하고, 어릴 적 소녀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마저 밀려온다.

작가의 기억에 의한 향수가 고스란히 감상자에게 전달된 것이다.

 

모든 작품의 핵심은 사람에 있다.

그 가운데서도 힘없고 평범한 이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심지어 길거리를 지나치다 마주친 노숙인 모습조차 같은 이웃으로 보았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작가의 손에는 항상 스케치북과 연필이 따라 다닌다는 점이다.

사람 만나는 곳이면 작업실은 물론, 찻집이나 술집을 가리지 않고 언제나 사람을 그린다.

그리고 여느 작가처럼 억지로 힘들여 하는 것이 아니라 작업 자체를 즐긴다.

수십 년 동안 쌓아온 내공을 누가 따를 수 있겠는가?

아마 사람을 보면 그의 마음까지 읽는 경지에 달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림에 시를 더한 간결한 작품 ‘나’에서는 그 진정성이 머리에 내리박힌다.

 

“내가 누구냐고 묻지 마세요.

난 그저 그를 사랑하므로

그가 되었을 뿐 이예요.“

 

더 무슨 말을 하겠는가?

 

파안대소한 소녀의 모습을 강열하게 묘사한 ‘선생님 너무 웃겨요“는

마치 나를 보고 웃는 듯 유쾌해진다.

 

그림에 푹 빠져 있으니, 인사동 마당발 노광래씨가 들어왔다.

그는 인사동에서 갤러리를 운영한 화상이 아니던가.

작품이 좋아 한 점 구입했으나 미련이 남아 다시 왔단다.

 

정영신씨는 노란 유채 풍경 속에 조그맣게 자리 잡은 ‘소녀’에 마음이 꽂혔다.

나는 ‘강변에서’란 작품에서 느껴지는 여운이 영 지워지지 않았다.

 

전시작품들을 돌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런데, 대가 작품치고는 가격에 부담이 없다는 것도 또 하나의 매력이다.

이 전시는 '자인제노' 이두선 대표가 부당한 미투 관련 소송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하였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오는 15일까지 열리는 ‘박재동과 친구들’전시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랍니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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