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영미술관”에서 일 년에 한 번씩 원로작가를 초대하는 전시에
김정헌씨의 “어쩌다 보니... 어쩔 수 없이..”가 열린다는 소식을 진즉에 들었다.
보고 싶었으나, 더 이상 전시장을 기웃거리며 일 만들지 않겠다고 다짐했기에 난감했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보게 된 것이다.
지난 29일 마석 '모란공원'에서 열리는 김윤수선생 묘비제막식 갔다 오는 길에 우연히 그 전시를 보게 된 것이다,




묘비 제막식이 끝난 후 버스가 김윤수선생 추모식이 열리는 평창동 ‘가나아트’로 갔는데,
지척에 있는 “김종영미술관”에 잠시 들렸다 간다는 것이다. 속으로 쾌재를 부르짖었다.

교통 불편한 곳까지 찾아가기도 귀찮았지만, 스스로 다짐한 일에 핑계거리가 생긴 것이다.
도랑치고 게 잡는 격이 아닌가.




전시를 보지 않은 분들만 차에서 내려 ‘김영종미술관‘으로 갔는데, 약 30여명 되는 것 같았다.

전시장에는 성완경, 공선옥씨 등 먼저 와서 관람하는 분도 많았다.
전시 작품은 신작도 많지만, 100호가 넘는 대작도 있었다.




“어쩌다 보니... 어쩔 수 없이..”라는 전시 제목은 작가의 삶을 함축했다.
우연이냐 필연이냐의 제목이 내포한 뜻은 작품을 말하는 것이지만,
작가의 다양한 이력이 말하듯이 어쩌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맡게 된 것 같다.




김정헌은 진보진영 미술계의 대부다.
1979년 민중미술의 모태인 ‘현실과 발언’ 동인을 시작으로 공주사범대 미술교육과 교수,

전국민족미술인연합 대표, 문화연대 상임 공동대표, 문화연대 상임집행위원회 위원장,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서울문화재단 이사장 등 미술의 사회적 참여 현장에 항상 그가 있었다.

지금은 4·16재단 이사장으로 있다.




전시된 작품들은 그의 작품세계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었다.
작업의 완성도에서 곱지 않게 보는 시선도 있으나, 생각의 차이다.

그의 작품들을 단순한 이미지나 시대를 명멸한 사조만으로 재단할 수 없다.
김정헌만의 회화적 팩트이자 화면 구성력이며, 조형적 완성도고 감각의 세계다.




초창기의 소품에서 부터 팝아트 느낌을 주는 80~90년대 현실 비판적 작품은 물론
폐공장이나 폐기물 등 버려진 풍경이나 쪼그려 생각하는 사람들을 그린 신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의 작품들이 걸려 있었다.




관람객에게 말을 거는 ‘말목장터 감나무 아래 아직도 서 있는…’

대작 옆에는 1994년에 쓴 작가의 육필 노트도 재현해 두었다.
산동네 집으로 향하는 뒷모습에 가로등이 비치는 ‘귀가’나

푸른빛의 연작 ‘달빛이 주목나무를 주목하네’, ‘달빛과 주목나무’ 같은 서정적인 그림도 있었다.




특정 양식으로 재단되지 않는 작품들은 특유의 개념과 감흥으로 작가의 회고담적 성격을 띠고 있다.
단아함을 느끼게 하는 작품들에 글자가 많이 들어가는 것도 특징이다.



 
기발한 구성으로 환경 위기를 말하는 신작들은 산업화 너머에 주목하고 있었다. 

때로는 민중의 삶이나 광주항쟁 같은 격변기의 풍경을 결합시켜 현실을 말하고,
익살적인 풍자로 인간의 탐욕을 비판하기도 했다.

시대상을 담은 필력의 깊이와 무게감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었다.




작가는 ‘어쩌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그리게 된 그림들이
어찌 보면 자신의 삶이 그렇지 않았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작품 속에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 이 전시는 1월5일까지 평창동 김종영미술관 신관에서 전시된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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