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새벽녘, 정선 만지산으로 떠났다.
별로 거둘 것은 없으나 겨울채비를 위해서다.
정선 가는 구불구불 옛길은 언제 가도 정겹다.
평창읍내에 들려 오늘을 견뎌 낼 김밥 두 줄 샀다.
한 줄은 아침이고, 남은 한 줄은 저녁거리다.

 

 


집보다 먼저 들리는 곳은 어머니가 계신 산소다.
방랑벽으로 어머니를 저당 잡혀둔 죄책감에서다.
단풍으로 물든 산소 길은 아름다웠다.
샘플로 만든 미니 소주 한 병 따라놓고 하소연한다.
사는 게 지겹다고... 

 

한 달 만에 들린 집은 변한 게 아무것도 없었다.
얼어 터질 것만 안으로 들이고, 가을걷이에 들어갔다.
거둘 거라고는 호박 몇 덩이와 익다 만 고추뿐이었다.

 

주렁주렁 달린 아기 감은 다 어쩌지?
따고 보관하기도 힘든 것이 먹을 것도 없다.
한 입에 쏘옥 들어가는 감인데, 씨가 반이다.
천덕구러기 신세로 박스 안에서 초가 될 경우가 더 많다.
따기 귀찮아 포기하며 새들에 선심 쓰는 행세를 한다.

 

“잘 묵고 잘 살라”고...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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