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일 났다!

자정이 넘은 시간에 인사동으로 나오라는데, 부르는 사람이 거절 못할 사람이다.

낯에는 송추에서 밤에는 응암동에서 퍼 마신 터라 힘들었고, 술 취해 자다 받은 전화라 더 황당했다.

 





죽기보다 일어나기 싫었으나, 술 취해 혼자 갈 수 없다는 어명을 어찌 거역할 수 있겠는가?

부랴부랴 인사동으로 나갔으나, ‘유목민에는 없었다.

전활철, 박혜영, 장경호, 안원규씨가 있었으나, 다들 취해 있었다.





박혜영씨는 사진 찍어 달라하고, 장경호씨는 욕지껄이로 시비부터 걸었다.

전활철씨가 "형!"하며 반기니까, “어떤 놈은 좋아하고 어떤 놈은 싫어하냐?”

전활철씨 더러 씹할 놈이라는 등 쌍욕을 해댔다.

너 그렇게 싸가지 없이 지껄이고 살아남은 게 용하다 말을 남기고, 정영신씨 찾으러 큰 길로 나갔다.






전화를 걸었으나, 불통이라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인사동 거리엔 개미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았는데, 공휴일의 인사동이라 그런지, 적막하기 그지없었다.

이토록 인적 없는 인사동은 그리 흔치 않다. 가보지도 못한 북한의 밤이나, 아니면 난리 난 것 같았다.






다시 벽치기 골목으로 꺾어 들어가니, 좀 전에 없었던 낮 익은 사람이 보였다.

화가 한상진씨와 미술평론가 황정수씨가 와 있어, 반갑게 인사 나누었다.

유목민에 들어가보니, 그 때야 정영신씨가 와 있었다.





저런 인간하고 왜 살아? 버리고 나랑 연애나 하자는 말을 장경호가 정영신씨께 지껄였다.

남의 말이나 엿듣는 것 같아 못들은 척 참았으나, 들어 가 밟아 죽여 버리고 싶었다.

말이면 다 말이냐? 선배가 아니라 친구라도 그렇게 말하지는 못한다.





그런데 황정수씨 더러 한 번도 본 적 없는 부산의 이광수교수 욕은 왜 해댈까?

나와 가깝다는 이유일까? 아니면 이런 사람도 안다는 가오 세우려 그럴까?

여지 것 모든 사람들이 싫어하고 피하는 게 불쌍해 아껴주었는데, 이런 싸가지 없는 놈이 어디 있냐?






앞으로 그 인간이 다니는 술집은 절대 가지 않을 것이며,

그를 부추기거나, 술 권하는 사람까지 안 보기로 작정했다.



    


정영신씨를 데리고 나왔는데, 마치 지옥을 벗어난 것 같았다.

이제 인사동마저 징그러워진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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