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 국제뉴스) 김한정 기자 

 

 25일 인사동 갤러리이즈에서는 박다정 개인전 '조금 더 가까이'가 전시를 시작했다.

 

 

 

▲ 25일 인사동 갤러리이즈에서는 박다정 개인전 “조금 더 가까이”가 전시를 시작했다. 국제뉴스/아트코리아방송 김한정 기자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로부터 출발하여 기억에 관한 작업을 몇 년 간 이어왔다. 기억이란 것이 얼마나 주관적이며 왜곡되기 쉬운 변질성을 띄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문득 들었다. 나는 주관적이고 왜곡되고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음에도 내가 집착하는 대상을 놓아주지 못했다.

놓지 못하는 것들과 놓기 싫은 것들 사이에서 내 기억들은 방황한다. 나는 기억 사이에서 표류하고 방황한다. 예컨대 어떤 것에 대한 첫 기억은 다시금 기억하고 추억하는 행위에 의해 점점 본래의 의미를 잃어간다.

내가 망각에 대해 저항하다가도 금새 굴복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조금씩 기억은 지워져간다. 지우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망각의 기능.

왜곡되어가는 기억들 속에서 나는 무엇을 찾고 싶었을까. 때문에 서서히 깊은 곳으로 잠긴다. 그 중에서도 또렷히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 25일 인사동 갤러리이즈에서는 박다정 개인전 “조금 더 가까이”가 전시를 시작했다. 국제뉴스/아트코리아방송 김한정 기자

 

 

어느 겨울, 제주의 기억은 매서운 바람에도 불구하고 따뜻했고 포근했다. 햇살 아래 바다는 에메랄드 빛을 띄며 아름다웠다. 얼어있던 마음들이 녹아드는 듯 했고, 한없이 바라보고 싶었다.

그 날 밤, 다시 찾은 바다는 캄캄했고 고요했다. 문득, 검은 바다를 바라보다가 낮의 기억을 비웃기라도 하듯, 새삼 두려움이 엄습했다.

까맣기만 한 바다. 빛을 잃어버린 바다는 무섭도록 고요하고 캄캄했다.

그 속엔 무엇이 있는지, 그리고 무슨 일이 벌어질지 전혀 알 수 없었고 언제라도 모든 것을 앗아갈 것만 같은 깊은 공포가 느껴졌다. 내가 그 날 느꼈던 바다는, 나의 모습과 닮아 있었고 우리의 내일을 담고 있었다. 어제의 나는 오늘을 예상치 못하듯, 우리의 관계 역시 예상치 못한다.

 

▲ 25일 인사동 갤러리이즈에서는 박다정 개인전 “조금 더 가까이”가 전시를 시작했다. 국제뉴스/아트코리아방송 김한정 기자

 

어느 한 낮의 바다처럼 찬란했던 우리의 관계는 어느샌가 소원하고 멀어지며 빛을 잃은 검은 바다 속처럼 알수 없는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흐르기도 한다. 바다에게 또 다른 '낮'이 찾아오듯 우리의 삶에도 낮과 밤이 찾아오며 각자의 날들이 지나갈 것이다

 

불안하고 불완전한 개인은 안타깝게도 영속적 존재가 아니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은 생과 멸을 반복한다. 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탄생과 죽음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다.

이렇듯 우리는 커다란 자연의 순환 고리의 일부라 할 수 있다. 우리의 삶 역시 언젠가는 죽음으로 귀결하지만 이 각각의 존재를 유한한 존재라 단정지을 수 있을까.

 

나의 부유하는 기억들―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것이라 할지라도― 사이에서 이미 물리적으로 단절된 그 누군가에 대한 기억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 치부할 수 있는가. 비록 각자의 삶은 죽음으로 인해 끝나지만, 우리는 누군가의 기억에 귀속되어 영속적 존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 25일 인사동 갤러리이즈에서는 박다정 개인전 “조금 더 가까이”가 전시를 시작했다. 국제뉴스/아트코리아방송 김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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