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y, Rooster, 2014, 옻칠화(East Asian natural lacquer Paintting), 91x117cm

작가는 사회와 그 시대의 자양분을 먹고 살아간다. 개인적인 역경은 작가에게 시대와 사회를 읽는 눈이 되며, 유토피아적인 사회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살다보면 누구에게나 뜻하지 않은 힘든 역경이 닥칠 수 있는데 나 역시 크고 작은 감당하기 힘든 일들을 자주 겪게 되었다.

생활이 힘들었던 6년 전 늦봄,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작업실 앞마당에 수탉을 한 마리 키웠다. 어느 날 그 닭은 나뭇가지 위에도 올라가고 지붕에도 올라갔다. 장난삼아 그 닭을 쫓아가면 닭은 날개를 파닥거리며 나무로부터 제법 멀리 도망쳤다. 나의 <날아라 닭>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야생에서 자란 닭은 날갯짓을 하다 보니 언젠가부터 조금씩 날기 시작하는 것이다. 어둠을 뚫고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닭. 이것이 나의 닭 작업을 통해, 아니 작가적인 삶을 통해 꿈꾸는 세계인 것이다.

닭은 예로부터 벽사의 의미와 함께 어둠과 질병, 재앙을 몰고 오는 귀신을 물리치고, 새벽에 우렁찬 소리와 함께 새로운 시간을 여는 희망의 상징이었다. 솟은 머리는 벼슬과 같다고 여겨 입신출세와 부귀공명의 상징이기도 하였다. 닭은 날개가 있으되 인간에게 길들여져 가축화 된 후부터 퇴화되어 멀리 날지 못하게 되었다. 닭은 어쩌면 나의 삶의 모습과 닮아 있는지도 모른다.

나의 옻칠화 작품은 꿈과 이상을 향해 자유롭고도 힘차게 날개짓 하며 창공을 비상하고자 하는 소망을 담은 것이다.

닭은 나의 모습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현실을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처연한 자화상이기도 하다.

 

 

날아라 닭-새벽, 2014, 화판 위에 천, 천연옻칠화, 60x88cm

 

나의 작품들은 옻칠을 재료로 하고 있다. 옻칠은 오랜 전통을 지니고 있는 만큼 제작과정이 복잡하다. 옻칠은 옻이 오를 때 심하게 붓거나 피부 알레르기가 생기고 심하게 간지럼을 타는 등 다루기가 상당히 까다로운 재료이지만 수 천 년간 변하지 않는 보존성과 자연광택, 방수·방충효과가 뛰어나며 그윽한 깊이감을 지니고 있다. 옻칠은 아마도 작가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아니 우리네 삶의 모습과 닮아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러한 옻칠의 재료를 다양한 색감이나 기법의 실험을 통해 옻칠공예를 넘어서 옻칠회화로 그 영역을 확장하려고 한다.   
 
요즘이 작가로서의 삶이 더욱더 힘든 시대라지만 오늘도 옻칠작업을 한다. 먼 훗날 돌이켜본다면 역설적이게도 개인의 역경뿐만 아니라 힘든 사회와 시대는 한편으로 예술가들에게 오히려 축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 성태훈(1968- ) 홍익대 동양화과 및 동 대학원 졸업, 성균관대 동양철학과 박사 수료. 프랑스 파리, 독일 베를린, 미국 LA, 중국 북경 등 개인전 22회. ‘한국화의 재발견’(성남아트센터), ‘Wonderful Pictures’(일민미술관), ‘한.중 현대미술-환영의 거인’(세종문화회관) 등 기획전 참여. 2011 조니워커킵워킹펀드 최종 우승 및 인기상 수상. 국립현대미술관 고양창작스튜디오 6기 입주 작가. 현재 홍익대 겸임 교수 및 성신여대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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