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t! Remade and Revived

홍지윤/ HONGJIYOON / 洪知鋆 / installation

2023_0717 2023_0815

홍지윤_CUT!_천에 프린트_500×250cm_2023

홍지윤 인스타그램_@junehongraphy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01:00pm~07:00pm

 

공간 형

ArtSpace HYEONG

서울 중구 을지로 105 이화빌딩 302

hyeong.xyz

@artspace_hyeong

 

공공(公共) 비밀 한 작가의 다시 쓰는 아카이브가 우리 사회에 어떠한 웨이브를 줄 수 있을까? 그 아카이브가 사회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라면? 성적 폭력 등의 인권차별에 관한 사건을 건드리는 것이라면? 홍지윤은 이 불편한 내용을 그만의 지우기로 아카이빙 자료를 다룬다. 그는 기록화 된 자료들을 차용하고 이를 그의 미학적 취향에 맞춰 변형시키는 일들을 반복했다. 데리다(Jacques Derrida)에 따르면 아카이브는 편집, 가공, 재현의 미학으로, 기억, 흔적, 트라우마와 연관되어 있다. 그것은 또한 고통에 대한 호소라기보다는 우리 사회에서 자꾸 격리하려는 현상에 대한 제동이자 증언으로 간주하여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는 방법론이다. 그렇다면 홍지윤의 다시 쓰는 아카이브의 목표는 무엇인가? 그의 작업에는 미국의 전 대통령 A, 유명 영화 제작자 B, 영국의 왕자 C, 한국의 사이비 종교 교주 D, 한국의 미술작가 E, 미술대학 교수 F, 한국의 시인 G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은 인권유린의 피의자지만 이들의 '업적'이나 '작업물'은 출판, 전시를 통해 가치 있는 것으로 여전히 인정받으며 사회에 복귀하고 있다는 점에서 작가는 그 업적 물이 굳이 '가치가 있는 기록물'이 되어야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기록되어야 할 지라는 문제를 다룬다. 그것이 앞으로, 또 과거의 것을 다시 다른 방식으로 기록해야 함을 주장한다.

 

홍지윤_CUT!_천에 프린트_500×250cm_2023

홍지윤은 신문이나 잡지, 책에서 스크랩 한 피의자들의 기록 등을 수집했다. 여기에는 실재하는 역사, 즉 우리 사회에서 만연한 현실을 직시하게 하는 역사와 현실의 위선과 외면을 일깨우는, 어쩌면 알면서 혹은 모르면서 자연스럽게 공모하는 공공연한 21세기 인권차별 문제를 드러낸다. 그리고 자르고 재편집한 이미지들을 축적함으로써 역사를 수정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그 수정된 역사가 올바른 역사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대신, 공공의 역사에서 윤리와 정서의 문제를 벗어나 권력자의 역사만을 취하는 우리 사회의 권력 및 위계 구조를 지적하는 제스쳐를 취한다. 일차적으로 본 전시가 'MeToo'사건을 다룬다는 점을 상기할 때, Andrea BowersOpen Secret(2019)은 유효한 비교 대상으로 거론될 수 있다. Open Secret"공공연(公公然)한 비밀"을 주제로 사진과 텍스트 인쇄물에 피고인의 이름과 직업, 피고인에 대한 고발에 대한 대중의 반응, 고발의 세부 사항, 법적 조치 또는 기타 결과 조치 등을 공개 나열한 프로젝트다. 많은 사람이 단번에 목격할 수 있는 것이 텍스트 작업의 장점이다. 사진의 구상적 표현과 텍스트의 조합은 메시지의 전달을 명료화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홍지윤은 명료한 사실적 정보를 변환시키며 관객에게 독해의 난이도를 제공함으로써 그 내용의 대상을 적극적으로 가리는 모순을 감행한다. 이는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함으로써 역설적이게도 (피해자의) 인권을 박탈하는 제도적 장치 안에서 자신을 보호하고자 한 작가의 방어장치일 것이다. 그렇게 작가는 피의자의 명예를 훼손하지 않고자 지우고 편집된 이미지로 대체한다. 따라서 관객은 이것이 무엇에 대한 폭로인지 고발인지 미궁에 빠지기 쉽다. 누군가는 단서를 찾아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찾아 나설지도 모르겠다. 또 다른 누군가는 피해자의 경험에 집중할 수도 있을 것이다.

 

홍지윤_Ditto-Andolie Marguerite_UK_피그먼트 프린트, 3000개의 구슬들_50.8×76.2cm_2022

한편, 가리고 재단한 이미지의 인쇄물 위에 수많은 구슬을 놓아 관람자의 시선을 바닥으로 집중시킨다. 홍지윤은 "개인의 문제가 집단의 문제가 되고, 집단의 문제가 사회의 문제가 되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구슬들이 굴러다니며 서로를 밀어내고 또 가까이하며 형태를 만들고 사람들이 이 흐름에 주목하기를 바랐다." 라고 술회한다. 관객들은 구슬들을 밟거나 피해갈 수 있다. 구슬은 움직이고 위치가 변화된다. 관객은 공간 안에서 이동하는 구슬을 통해 다시 만들고, 되살리는(remade, revive) 과정에 참여하게 된다. 작은 구슬의 움직임이 공간 안의 배열을 다시 만들고, 역설적이게도 작품을 변경시킨다. 관객은 자신의 행위로 인해 작가가 기획한 다시 쓰는 아카이브에 동참하게 된다. 소극적 참여가 적극적 움직임을 만들어낸다는 의미에서 그의 작품은 내재적 의미보다 관객 과의 소통이 중요해지는 지점에 놓인다. 이 프로젝트는 조사와 자료 수집으로 그 주제를 근본적으로 다룬다. 실제 사건과 역사적 사실에 기반을 두면서도 이 사건 피해자들의 경험을, 차별에 대한 경험을, 사람과 현실의 부조리에 대한 증오에 관한 경험을 나타낸 작품이기도 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과거 미투사건의 해묵은 갈등에서 특정 피의자를 고발하거나 폭로한다는 내용이기 보다는 이 사회에 팽배해 있는 권력의 이름으로 은폐되는 인권의 불평등을 다층적 시각으로 풀어내고자 하는 예술적 제스처 자체일 것이다.

 

"예술가는 세상으로부터 인용하고, 그것을 자신의 예술로 제시할 권리가 있다(Griselda Pollock)." 미술사에서 수차례 목격했듯이 용기 있는 제스처는 세상을 바꾼다. 지운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부정적 의미를 내포하기도 하지만 지우기를 예술적 제스처로 바꾼 예술가들처럼 홍지윤의 지우고 다시 쓰는 제스처는 불편한 진실을 '지금, 여기'로 불러일으키며 예술이 정의와 윤리의 문제임을 밝히고 있다. 그렇게 예술은 우리 삶에 개입되었다. 김은희

 

* 글의 제목 공공(公共) 비밀은 필자가 Andrea BowersOpen Secret(2019)의 한글 번역 발음을 차용하여 비밀의 공공성을 강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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