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노이즈 (White Noise)


이정형展 / LEECHUNGHYUNG / 李政炯 / installation
2019_0711 ▶︎ 2019_0810 / 일,월요일 휴관


이정형_화이트 노이즈 (White Noise)展_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인사미술공간_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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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9_0711_목요일_06:00pm

작가와의 대화 / 2019_0803_토요일_03:00pm


주최 / 한국문화예술위원회주관 / 인사미술공간_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일,월요일 휴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인사미술공간

Insa Art Space of the Arts Council Korea

서울 종로구 창덕궁길 89(원서동 90번지) B1,1,2층

Tel. +82.(0)2.760.4721~3

www.insaartspace.or.kr



"나는 화이트 노이즈처럼 전시장에 존재하는 다양한 형태의 공간의 조건들이 드러나게, 또 보이지 않게 하는 과정을 통해 인사미술공간이라는 공간이 지닌 목소리를 들려주고자 한다." (작가 노트에서 발췌) ● 노이즈는 심리적 불편함을 유발한다. 낯설고 이질적인 것들이 파생하는 체계의 뒤흔들림, 일시적 혼란과 방해. 만약 이를 익숙한 관람 환경을 방해하는 낯선 공간으로 치환한다면 어떤 방식이 될까. 인사미술공간의 세 개의 서로 다른 공간적 성격은 약간의 변주를 통해 이 경험을 극대화하기에 적합하다. 잘 드러나진 않지만, 작가나 관객들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는 전시장의 주어진 조건. 이정형 작가는 이 조건들을 애써 감추며 작품을 위한 부차적인 것으로 간주하기보다, 오히려 이들을 전면에 드러내고 그 존재를 가시화하여 이들의 존재성을 더욱 부각한다. 그리고 공간의 물리적 환경이 지닌 제약과 조건을 전시가 구현되는 일종의 정형화된 시스템과 연결하여 이를 해체하고 비틀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동원되는 작업의 요소들은 작가에게 익숙한 오브제, 설치, 사진, 빛, 소리, 심지어 전시장의 벽면까지, 서로가 서로에게 유기적으로 관여하는 전시의 재료가 된다. 그리고 말 그대로 기존의 친숙한 형태를 이탈해 불편함을 유발하는 존재들은 그 자체로 강한 존재성을 획득하는 동시에, 작업과 공간의 경계마저도 이탈하기에 이른다. 경계를 와해하는 작업, 공간 자체를 작품의 질료로 활용하는 이러한 경계 흐리기는 작가의 분리 불가능한 두 가지 일상과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 지금까지 작업 생산자로서, 전시 공간 조성자로서 서로 다른 일상을 병행해 온 작가는 클라이언트 업무를 수행하며 얻었던 심적, 물적 부산물을 자신의 전시 현장으로 끌어와 전시마다 다양한 변주들을 쏟아내며 이들을 독창적 스타일로 발전시켜왔다. 이를 통해 작업과 노동의 경계를 와해하고 서로를 영감의 원천으로 활용하면서, 하나의 결과물인 전시 이면의 감춰진 과정에 대한 관객의 상상을 끌어냈다. 즉 외부에서 의뢰 받은 전시 공간을 조성하며 이를 예술 활동의 연장선으로 여겼고 과정에서 발생한 부산물, 재료, 사진, 도구 등 모든 요소를 추후 (재)창작의 원천으로 집적해온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축적된 그의 작업은 크게 세 가지 시리즈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사진 연작 시리즈 「겹쳐지는 지점」(2013-2016)이다. 이는 노동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기록한 사진들을 모아 전시에 따라 아카이브 형식으로 선보인 것으로, 노동 시간에서 발생한 다양한 사건과 흔적들을 일시적으로 포착하여 이미지화한 일종의 작업 노트이다. 그리고 그 기록은 시간의 흐름을 따르지 않고 전시 별 맥락에 따라 재 가공 된다. 두 번째는 그의 대표적인 작업인 「부산물」(2015-) 시리즈이다. 이는 전시 현장에서 수집해 온 도구를 비롯하여, 전시의 결과물이 아니라 제작 과정에서 버려지거나 무용해질 다양한 오브제들을 재구성한 일종의 설치 시리즈이다. 마지막으로 「미술관의 벽」(2013-2018) 시리즈는 전시 공간에서 벽의 물리적 구조와 사람들의 태도를 연구하는 작업이다. 전시 공간의 가장 기본적인 벽을 해체하고 재조립하는 과정을 기록하여 당연하게 인식되는 벽이라는 면 혹은 형태의 새로운 인식 가능성을 탐색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부산물」과 「겹쳐지는 지점」의 요소들을 인사미술공간의 2층 공간 구조에서 얻은 영감으로 새롭게 변주하는 작업을 비롯하여, 전체적으로 전시장의 물리적 특징과 구조물 형태가 지닌 물성을 전복하는 신작을 선보인다. ● 그렇다면 왜 '화이트 노이즈'일까. 이는 잡음과 다르게 '영에서 무한대까지의 주파수 성분이 같은 세기로 골고루 다 분포되어 있는 소리로, 넓은 음폭을 가져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소음이다.' 즉 존재하는데 인식하지 못하는 잡음, 항상 존재하지만 음악이 나오면 들리지 않는 소음, 그래서 존재하지 않는 소음이다. 작가는 전후 과정과 체계, 일종의 암묵적 규칙들이 존재하는 전시가 막상 그것이 벌어지는 시공간에서는 철저히 감춰지거나 간과된다는 점에 착안하여 이를 '화이트 노이즈'의 속성과 연결한다. 그리고 전시를 통해 인사미술공간의 물리적인 공간성과 전시장이라는 공간 성격이 지닌 태생적 시간성을 함께 제시한다. 우선 전시장 1층과 지하층의 작업을 살펴보자. 전시장 1층의 천장에는 세 개의 보가 있는데, 이들의 스케일을 다르게 드러냄으로써 공간 안에 존재하는 구조를 부각한다. 즉 "다소 극단적인 방식으로 공간 안에 존재하는 구조의 형태를 가시적인 불편함의 형태로 치환"하고자 한다. 그리고 지하 1층은 총 세 개 층의 전시장 중에서 백색의 통일된 환경을 지닌 화이트 큐브이다. 다른 전시 공간과의 이질성을 지닌 이 공간에서 작가는 전시 구성의 가장 기본적 단위 중 하나인 '조명'이 전시와 맺는 관계와 규범을 뒤흔든다. 이를 위해 늘 천장에서 작품을 비추는 보조 역할로 존재해온 조명 레일과 조명 자체를 바닥에 설치하여 통일된 물리적 환경과 심리적 인식 작용을 교란하고자 한다. 나아가 일률적으로 제시되는 통일된 조도와 조명기구 대신 그들의 차이들을 오히려 부각하여 "전시 환경의 다양한 가능성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 한편 전시장 2층에서 선보이는 작업은 공간의 반복적인 구조를 전시 시스템의 반복적인 시간성을 드러내기 위한 장치로 활용한다. 즉 공간을 통해 전시 시스템의 반복성을 다루는 방식인데, 여기에서 반복성은 전시가 벌어지는 전후 사건, 이를테면 전시장 가벽 세우기, 페인트칠과 마스킹 테이프, 먼지와 부스러기들, 각종 폐자재 등 과정 안에서 발생하는 물질/흔적과 노동을 일컬으며, 이는 전시의 시점에 기꺼이 사라지는 것들이다. 이들은 이번 전시에서 두 가지 다른 의미의 시점으로 등장한다. 즉 전시장에 놓여있는 오브제와 아카이브 사진 자료들은 특정 시점(時點)들을 지닌 채 전시의 전후 사건들을 유추하게끔 한다. 그런데 공간에 흩어져있는 오브제들의 일부는 서로 개별적이지 않고 변주되어 반복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이는 마치 2층의 공간 구조가 지닌 '조금씩 다르지만 반복되는 형태'와 그 맥락을 같이 하는 것이다. 즉, 같은 이야기지만 다른 시점(視點)을 지닌 사건의 오브제들은 분절되어있지만 묘하게 반복적이다.


이정형_천장이 천장을 볼 때 (When the ceiling sees the ceiling)

_collected lights from exhibition site_가변크기_2019


이정형_세개의 어중간한 보 (Three beams)_채색된 MDF, 혼합재료_가변크기_2019

작품을 보여주고 전달하는 매개적 시공간인 전시는 이전과 이후에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과 충돌하면서 전시 시스템 내에서 사라지는 부산물을 낳는다. 작품이 그 자체로 온전해지기 위해 소멸해야만 하는 존재, 그리고 작가는 이들의 존재성을 다시 밝히면서 이 시스템을 흔들고 해체한다. 어떤 공간에서는 그 공간의 구조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방식으로, 또 어떤 공간에서는 사건의 전후 시간성을 시각화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철저히 차단된 과정을 드러내는 건 결국 인식과 감각을 흔들어 감춰진 체계 혹은 암묵적 규율과 맞서는 작업이다. 그리고 그 결과 누군가는 전시가 지닌 잡음, 일종의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나아가 늘 존재했지만 들리지 않기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던 화이트 노이즈는 이번 전시에서 대체어가 된 '부산물'을 통해 새로운 감각 차원으로 그 존재를 드러낸다. 부산물은 완성된 전시 시스템 내에서 필수적이지만, 거슬리거나 그 존재를 인식하기 어렵다. 이러한 전시에서의 부산물을 작가는 들리지 않거나 때론 낯설게 환기되면서 존재와 비존재를 오가는 화이트 노이즈와 연결하여, 이를 전시 장소의 공간성과 흔적들이 상기되는 시간성의 중첩으로 시각화한 것이다.


이정형_화이트 노이즈 (White noise)_거울, 디지털 프린트, 비닐, 스트링, 나무, pedstool, 브론즈_가변크기_2019


이정형_화이트 노이즈 (White noise)_거울, 디지털 프린트, 비닐, 스트링, 나무, pedstool, 브론즈_가변크기_2019



이러한 문제의식과 전시의 방향이 관객의 관람 경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조금 더 조심스럽게 지켜볼 일이다. 그럼에도 그 안에서 작가의 독창적 예술 실행의 언어가 조금씩 두드러지며 시공간의 뒤섞인 화이트 노이즈가 만들어내는 비가청성이 익숙한 감각을 교란할 또 다른 목소리로 전해지길 기대해본다. 그리고 이번 전시의 시공간성은 현재라는 환상에 정박되지 않은 채, 추후 벌어질 또 다른 전시-사건에서 새로운 형태의 단서와 기록으로 제시될 것이다. ■ 차승주


Vol.20190708d | 이정형展 / LEECHUNGHYUNG / 李政炯 / installation


캄브리아기 대폭발


유영진展 / YOOYOUNGJIN / 劉永眞 / mixed media
2018_0817 ▶︎ 2018_0915 / 일,월요일 휴관



유영진_캄브리아기 대폭발_피그먼트 프린트_70×100cm_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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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8_0817_금요일_06:00pm

작가와의 대화 / 2018_0901_토요일_04:00pm


주최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관 / 인사미술공간_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일,월요일 휴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인사미술공간

Insa Art Space of the Arts Council Korea

서울 종로구 창덕궁길 89(원서동 90번지)

Tel. +82.(0)2.760.4722

www.insaartspace.or.kr



『캄브리아기 대폭발(Cambrian Explosion)』 전시는 사진, 드로잉, 설치, 모음집으로 구성된 「캄브리아기 대폭발」 작품 시리즈를 소개하는 유영진의 개인전이다. '캄브리아기 대폭발'은 다양한 종류의 화석이 갑자기 출현하게 된 계기가 되는, 약 4~5억 년 전에 발생한 지질학적 사건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이 대폭발의 시기를 겪으면서 생물의 다양화가 나타났다. 작가는 생태적 격변의 시기인 캄브리아기 대폭발을 통해 어떻게 생물이 진화하고 변화하는지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작가는 서울이라는 대도시를 상징하는 높은 빌딩과 도시 계획으로 정비된 건물들이 아닌 낙후된 지역 또는 다세대 주택과 같은 서울의 민낯에 주목한다. 그는 도시 안에 기생하면서 알게 모르게 어떠한 기능을 하고 있는 사물들 간의 관계를 조명하고 더 나아가 이를 통해 사회 안에서 기능하는 작가로서의 역할과 위치, 그리고 그것의 지속과 변화 가능성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 이번에 새로 선보이는 「캄브리아기 대폭발」 작품 시리즈에서 작가는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 사라져가는 다세대 주택 밀집지역에서 부수적인 구조물들을 찾아내고 수집하여 이를 생태계의 흔적으로 설정한다. 그리고 거주자들에 의해 생겨난 폴리우레탄폼, 철근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건물의 일부분을 건물에 기생하는 하나의 생물로 은유하고 그것의 변화 가능성에 주목한다. 한편 이번 전시에서는 형식적인 측면에서도 변화가 있는데 작업의 매체를 사진뿐만 아니라 드로잉과 설치작업으로 확장시켜 새로운 생물의 기능과 변화를 관찰하고 효과적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유영진_캄브리아기 대폭발_피그먼트 프린트_100×70cm×3_2018


인사미술공간에 들어서자마자 1층 전시장에서는 도시 안에 기생하고 있는 다양한 사물들을 촬영한 사진 작품들을 만나게 된다. 1층 벽면에 큰 스케일로 설치되는 「캄브리아기 대폭발」 사진 작품은 PVC 파이프, 폴리우레탄 폼, 시멘트, 철근 등 도시에서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소재들을 수집하고 촬영한 것이다. 다세대 주택 주변을 둘러보다 보면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사물들을 부분적으로 확대시킴으로써 형태 및 질감을 낯설게 바라보게 한다. 이 전시에 등장하는 시리즈의 사물들은 모두 주민들이 대충 만들거나 혹은 다듬어지지 않은 형태를 띠고 있는데 작가 역시 이러한 구조물을 그대로의 오브제로 인정한다.



유영진_캄브리아기 대폭발_혼합재료, 설치_가변크기_2018

유영진_캄브리아기 대폭발_혼합재료, 설치_가변크기_2018


지하 1층에서는 작가가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으로 시도하는 설치 작품을 볼 수 있다. 실제로 존재하며 기능할 것 같지만 작가가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오브제들이 함께 설치되어 이질적인 환경을 조성한다. 이 설치 조형물들은 작가가 도시에서 발견한 구조물들을 재현한 것인데 마치 생명체를 연상시키듯 유기적 형태를 지닌다. 1층 사진을 통해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지만 도심 속의 부수적 구조물들은 대체로 낙후된 시설의 유지 보수를 위해 거주자가 비전문적으로 손을 본 것들이 대부분이다. 작가는 이러한 비전문적 구조물이 누구에 의해서나 만들어질 수 있고 변화하며 때로는 자라날 수도 있다는 점에 주목하여, 부서지거나 어설픈 형상들 위에 기생하며 환경적 조건에 따라 알맞게 적응해가고 있는 상태를 보여준다. ● 마지막으로 2층에 들어서면 이 전시의 핵심이 되는, 기존의 사물들로부터 시작하여 작가 특유의 관점에 의해 진화된 생물 형태의 드로잉 시리즈가 보인다. 이 드로잉들은 작가가 각기 다른 사이즈의 종이에 드로잉 한 것들을 모아 판화지에 피그먼트로 프린트 하여 규격을 통일했다. 특히 정면에 위치한 방에서는 작가가 도심 속에서 발견한 구조물들을 찍은 사진과 드로잉을 엮은 책을 비치해 두었는데 이는 각종 사물들에 대해 작가가 관찰한 것들에 대한 모음집이라 볼 수 있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생물들은 그 형태와 기능에서 유추한 단어들로 이루어진 고유의 학명을 얻는다. 여기에서 학명은 생물학자 칼 폰 린네(Carl von Linne)의 생물 분류법인 이명법을 따라 지어진다. 이명법은 작은 범위인 '종명(species name)'과 큰 범위인 '속명(genus name)'의 조합으로 모두 라틴어 문법을 따르는데 이번에 선보일 작품들은 생김새 또는 개체의 기능을 나타내는 단어로 작가가 종명을 정하고 라틴어로 '서울'을 뜻하는 '세울렌시스(Seulensis)'로 속명을 통일한다. ● 「캄브리아기 대폭발」 드로잉 시리즈는 모두 고생대 생물, 세균, 곰팡이를 레퍼런스로 삼고 폴리우레탄 폼과 PVC 등의 형태를 조합하여 새로운 생물을 드로잉 하는 작업이다. 이후 작가는 완성된 드로잉의 형태와 기능에 따라 이명법의 기준 하에 학명을 짓게 된다.


유영진_캄브리아기 대폭발, 세울렌시스 팔로르_판화지에 피그먼트 프린트_30×30cm_2018

예를 들어 「캄브리아기 대폭발, 세울렌시스 팔로르(Cambrian Explosion, Seulensis pallor)」의 표기법에서 보면 서울을 뜻하는 세울렌시스(Seulensis)는 큰 범위의 속명이며 곰팡이, 공포를 뜻하는 팔로르(pallor)는 형태적 특성에 의해 붙여진 보다 더 작은 범위의 종명인 것이다. 학명은 형태를 드러낼 뿐 특별한 의미가 담겨있지 않지만, 존재할 듯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생물들을 드로잉 함으로써 작가가 도시를 인식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유영진_캄브리아기 대폭발, 세울렌시스 솔레네스 콤플루레스_판화지에 피그먼트 프린트_30×30cm_2018


「캄브리아기 대폭발, 세울렌시스 솔레네스 콤플루레스(Cambrian Explosion, Seulensis solenes complures)」 작품 속 생물의 학명은 세울렌시스(Seulensis)와 관, 파이프를 뜻하는 솔레네스(solenes), 그리고 '수많은'이라는 의미의 콤플루레스(complures)의 합성어이다. 이 이름은 드로잉의 형태적 측면에서 볼 수 있듯이 파이프의 형상을 한 여러 물체가 모여 있는 형태에서 기인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유영진_캄브리아기 대폭발, 세울렌시스 풀모_판화지에 피그먼트 프린트_30×30cm_2018


한편 「캄브리아기 대폭발, 세울렌시스 풀모(Cambrian Explosion, Seulensis pulmo)」에서 풀모(pulmo)는 해파리를 뜻하는 라틴어에서 기원하였다. 고생대 생물, 세균, 곰팡이를 레퍼런스로 삼으며 폴리우레탄 폼과 PVC 등의 형태를 조합하여 드로잉한 생물이다.


유영진_캄브리아기 대폭발, 세울렌시스 코리움 움브라_판화지에 피그먼트 프린트_30×30cm_2018


「캄브리아기 대폭발, 세울렌시스 코리움 움브라(Cambrian Explosion, Seulensis corium umbra)」에서 생물의 학명은 세울렌시스(Seulensis)와 몸체의 딱딱한 표면, 껍질을 뜻하는 코리움(corium), 그리고 그늘이라는 의미의 움브라(umbra)를 결합한 것이다. 단단해 보이는 표면과 그늘을 만들어 줄 덮개 같은 형태적 특징을 학명을 통해 그대로 드러낸다. ● 다세대 주택의 부수적 구조물은 작가가 배양한 표본이 되어 본래의 기능보다는 구조물의 형태에 집중한 드로잉으로 치환된다. 이로써 관람객은 객체의 형태를 민감하게 인지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동시에 낯선 경험과 마주하게 된다. 또한 드로잉 작업은 사물이 스스로 변화하고 있다는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되었기 때문에 그 생물의 존재와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한다. 나아가 기생물, 곰팡이가 자리를 잡으면 빠른 속도로 번식하는 것처럼 도시 속 장소와 사물에 기반을 둔 그 생물들은 어떤 형태로 자라나고 변화할지 관람객으로 하여금 유추해보게 한다. 결국 모음집 속 드로잉들은 도시와 그 안에 기생하는 사물간의 관계에 대해 질문하고 있는 것이다. ● 이처럼 3개의 층에 걸쳐 각기 다르게 구현되는 도심 속 사물들은 작가에게는 오브제로 기능하기도 하고 또는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생물체로도 기능한다. 작가는 이를 통해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고 계획에도 없던 이러한 사물들이 생겨난 원인과 환경에 주목한다. 글의 앞부분에서 밝힌 것처럼 지금까지 작가는 일상적 사건과 현상을 통해 개인과 장소에 관해 탐구해왔는데, 이번 신작을 통해서는 도심 속 후미진 골목과 낙후된 시설 안에서 새롭게 생겨나는 개체들을 애정 어린 시각으로 관찰하고 또한 그것들의 생명력을 발견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물들을 통해 환경과 더불어 존재하는 각 개체들의 특징과 역할에 대해 고민하며 작가는 자신이 작가로서 살아가는 환경, 그리고 작업을 통해 미술계에서 담당하는 역할 등에 대해 반추하는 듯하다. 이번 전시 『캄브리아기 대폭발』 을 보며 우리가 존재하고 있는 환경, 그리고 그 환경을 통해 변화하고 진화해가는 자신의 모습을 한번쯤 생각해 보면 어떨까.


유영진_캄브리아기 대폭발_모음집_2018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차세대예술인력육성 지원사업(AYAF)'과 '창작아카데미' 사업을 통합 및 개선하여 2016년부터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를 운영해오고 있다. 이는 문학, 시각예술, 연극, 무용, 음악, 오페라, 무대기술, 창작기획 분야로 구성되어 있으며, 만 35세 이하 차세대 예술가들에게 분야별 교육을 제공하고, 연구 및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인사미술공간에서 선보이는 전시 『캄브리아기 대폭발』은 2017년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 시각예술분야에 선정된 작가 총 일곱 명이 선보이는 성과보고 시리즈의 다섯 번째 전시이다. 연구비 지원 및 공통 교육은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에서, 전시 기획∙진행 및 예산 지원은 인사미술공간에서 담당한 이번 전시는 시각예술분야 차세대 예술가들에게 보다 체계적인 환경에서 창작∙연구와 발표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추진되었다. ■ 인사미술공간



Vol.20180817b | 유영진展 / YOOYOUNGJIN / 劉永眞 / mixed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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