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막한 세상을 꽃피우는 고) 김기찬 선생의 대표사진선집 골목안 풍경이 출판되며,

‘Again 골목안 풍경 속으로사진전이 개막되었다.

 

지난 34일부터 인사동 갤러리 인덱스에서 열리는 김기찬선생의 골목안 풍경

보면 볼수록 정겹고 마음이 따뜻해진다.

 

아련한 추억을 불러 들이는 이토록 정겨운 사진을 어디서 볼 수 있겠는가?

지난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골목 안 풍경은 사진인 만이 아니라

그 시절을 살아 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정감을 느낄 수 있는 우리의 역사다.

 

더구나 권력 중심이나 가진 자들의 역사가 아니라 이름 없는 서민의 역사라 더 애착이 가고,

압축 성장에 의해 읽어버린 것들을 보여주는 터라 그 의미는 더 커다.

 

만약 김기찬 선생께서 서울의 골목을 기록하지 않았다는 것을 가정해보니, 한 순간 아찔해 진다.

그 많은 사진가들은 어디서 뭘 찍었을까?

 

35년 동안 오로지 서울의 골목풍정을 기록해 온 김기찬 선생이 세상을 떠난 지도 어느 듯 십 팔년의 세월이 흘렀다.

 

모처럼 김기찬 선생의 체취를 느낄 수 있는 전시라 개막하기가 무섭게 찾아가 보았는데, 처음 보는 사진이 더 많았다.

그동안 골목 안 풍경 사진집을 여러 권 펴 내 대부분의 작품을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 사진들은 어디 갔다 이제 왔을까?

 

아마 선생께서 사진을 고르며 비 컷으로 분류되어 누락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내가 보기로는 여태 선정된 사진에 비해 전혀 뒤지지 않는 좋은 사진이었다.

 

바둑판을 지켜보는 강아지의 귀여운 모습이나, 강아지를 안고 뛰어가는 소녀의 모습에서

그때나 지금이나 강아지가 가족처럼 친근한 존재임을 말해주며, 정겨움과 따뜻함까지 더해준다.

 

회초리를 들고 있는 아낙과 그 앞에서 우는 어린이의 모습을 보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사랑의 매라는 체벌이 일상화된 당시의 모습은, 지금으로서는 생각치도 못할 일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리어카에 달라붙어 짐을 옮기는 장면은 골목이라면 어쩔 수 없는 흔한 일이었지만,

정겨운 풍정에 가려 걱정해 본 적이 별로 없었다.

 

가파르고 계단이 많은 골목을 통해 이삿짐도 나르고, 서민의 필수품인 연탄이나 생필품을 옮기는 일은 보통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리고 급한 일이 생기면 소방차는 물론 구급차도 들어오지 못하는 열악한 상황이 아니던가?

 

그러한 열악한 조건에서 살아가는 서민들의 인정만은 넓은 아파트나 대궐 같은 저택에서는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일이다.

어린이들이 뛰 노는 정겨운 추억의 공간이기 이전에 서민들의 서러움이 담긴 공간이라는 것을 이 사진들이 잘 말해준다.

 

주옥같은 골목 사진들은 당시의 상황이나 애잔함을 직접 들려주는 것처럼 다정하고 생생하게 다가오며,

선생의 따사로운 온기가 느껴졌다. 그것은 지나치며 찍은 사진이 아니라 골목 사람들과 함께했기 때문이다.

세월에 의해 숙성된 사진이라 보면 볼수록 정겨워, 몇 차례나 돌아보았으나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골목을 사랑한 김기찬 선생이 더욱 그리워지는 시간이었다.

 

그리움과 더불어 아름다운 추억이 봄 아지랑이처럼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골목 안 풍경 43일까지 열린다.

추억의 보물 창고를 놓치지 마시길 바란다.

 

/ 조문호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