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 미사리 강변에 빵과 예술이 함께하는 멋진 공간이 있다는 걸 알았지만, 한 번도 가 보지 못했다.

작품을 돌아보며 빵을 먹는다는 생각을 한 지가 일 년이 가깝다.

 

88당 빵집 아저씨는 나의 노숙인 사진전에도 와 주시고, 쪽방 위문공연까지 오셨는데,

이건 사람 사는 도리가 아니지...

 

벼루고 벼르다 드디어 갈 기회가 생긴 것이다.

121일부터 큰나무갤러리’ 3층에서 개막되는 책 표지 그림전에

정영신 동지도 참여하여, 작품을 보내줘야 한단다.

 

하남시 검단산로 349-31’라는 네비 안내에 따라 출발했는데, 생각보다 가까웠다.

‘88당 베이커리’, ‘큰나무갤러리란 간판이 붙은 건물이 눈앞에 나타났는데, 이렇게 큰 빵집은 처음 보았다.

건평이 120평이라는데, 4개 층이면 480평이 아닌가?

 

입구에 걸린 최수란씨와 양상훈씨 전시안내문이 반겼다.

3층에서는 최수란씨의 가을의 여정이 열렸고,

4층에는 양상훈씨의 ‘K아트-한지예술초대전이 열렸다.

 

맛있는 냄새가 코를 간질거리는 매장에는 갖가지 빵들이 유혹했다.

 

이렇게 큰 빵집에 빵이 맛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매장이 청결할 뿐 아니라 여기저기 볼거리가 많았다.

 

최수란씨 전시가 열리는 3층에는 공연이 열리고 있었다.

벽에는 가을 냄새 물씬 풍기는 최수란씨 그림이 유혹했다.

 

어디론가 훌쩍 여행이라도 떠나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4층에서 열리는 양상훈씨 전시는 동화 같은 분위기였다.

한지로 꽃과 정물 등 다양한 형태를 만들거나 디자인한 작품에서,

작가의 자유분방함이나 폭넓은 상상력을 엿볼 수 있었다.

 

작품 보느라 사방을 두리번거리고 있으니, 빵집 아저씨 김문경씨가 나타났다.

달마도사 같은 빵집 아저씨는 빵 굽는 일만 아니라

큐레이터 역할에서 부터 작품설치 등 못 하는 일이 없다.

 

매번 초대 작가를 선정하여 섭외하는 일에서부터

설치, 홍보, 판매에 이르기까지, 간단치 않은 일을 잘도 해낸다.

그것도 좋은 작품들만 초대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텐데...

 

빵과 그림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너무 잘 어울렸다.

빵과 예술은 둘이 아니라, 하나였다.

 

식당으로 옮겨 맛있는 추어탕도 얻어먹었다.

 

최수란전은 이 달 말까지라 끝날 때가 되었지만,

그 자리에 인문학과 그림이 만나는 책표지 그림전시회가 열린다고 한다.

 

작가가 깊은 상상력으로 책을 읽고 그림을 그렸다면 그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이고,

작가의 그림 때문에 책을 사게 된다면 아름다운 유혹이 감동으로 태어나는 순간일 것이다.

 

참여하는 작가는 곽경하, 권순옥, 고두영, 김영란, 김예령,

김정아, 김종렬, 박민성, 송효섭, 서정희, 오태식, 오현주,

임장분, 정영신, 최 연, 최지아, 황은주 씨등 40명이란다.

 

책표지 그림전시는 내년 1월31일까지 열린다.

멋진 작품이 걸린 전시장에서 연말과 새해를 보낸다는 것은

도랑치고 게 잡는 일이나 다름없다.

 

송년회 약속은 ‘88당 베이커리가 있는 큰나무갤러리에서 하자.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안성마춤이다.

 

사진,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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