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 서울문화투데이]


▲조문호 사진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온 나라가 술렁거린다. 누가 공천 받을 것이라거나, 누가 밀려난다는 등의 추측들이 무성하다. 그러나 예술가들이 출사표를 던졌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예술가들이 작품 활동이나 열심히 하지, 정치는 무슨 정치냐고 할지 모르지만, 가난한 서민들의 생활고 못지않게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예술가들이 너무 많다. 그들을 대변하고 구제할 수 있는 정치인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가난을 숙명처럼 받아들이는 예술가들의 삶은 고달프기 짝이 없다.

2011년에는 연출가 최고은씨가 자신의 자취방에서 숨졌다. “며칠째 아무것도 못 먹어서 남는 밥이랑 김치가 있으면, 저희 집 문 좀 두들겨 주세요."라는 글을 남겨, 사회에 큰 충격을 준 바 있다. 그래서 ‘예술인 복지법’이 제정되었다. 작년에는 연극배우 김운하씨가 고시원에서 죽었고, 영화배우 판영진(55)가 자신의 차안에서 쓸쓸하게 생을 마감하는 일이 연이어 벌어졌다. 이 두 배우의 공통점은 한 달에 몇 십만 원에 못 미치는 극심한 생활고로 고통 받았다는 사실이다.

‘예술인복지법’이 실효를 거두지 못한다는 판단아래 개정안이 추진될 예정이라지만 탁상공론으론 복잡한 현실구조에 접근할 수 없다. 이젠 예술가들이 현실정치로 들어가 현장 목소리를 전하며 잘못된 현실을 바꾸는데 앞장서야 한다. 또한 예술의 상상력으로 현실 정치를 비판하고 해체해야한다. 기득권과 관습이 작용하는 정치를 ‘예술적으로’ 바꾸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그리고 여지 것 온갖 집회들이 난무했지만, 예술가의 복지나 권익을 내 세우는 집회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아마도 이런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예술가들의 체면 때문일 것이다. 복잡한 일상과 관습으로부터 거리를 두어 예술의 고고함에 지나치게 의존하기 때문이다. 생각 없이 내뱉는 `예술가는 가난해야한다`는 근대적 경구가 공허하다. 그 가난의 이름은 몸의 가난이 아니라 정신적 가난을 극복하고자 하는 예술의 창조성이다. 그러나 예술가라고 개성과 이상향만 바라보며 살 수는 없다. 그들에게도 누울 잠자리와 허기를 메울 밥이 필요한 것이다.

요즘 만나는 예술인들마다 먹고살기 힘들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한 달에 100만원 소득도 올리지 못하는 실정이다. 작품을 팔아서는 도저히 기본적인 생활이 되지 않아 많은 작가들이 작품 활동을 접거나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점차 어려워 진 경제상황은 예술가들을 신용불량자로 내몰며 범법자로 만들고 있다. 그러한 예술가들에게 국가에서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줘야 하지 않는가?

정부에서 베푼다는 예술인복지지원금이나, 지자체 문화재단에서 주는 창작지원금이 있다지만, 인사동을 오가는 주변의 가난한 예술가들이 혜택 받았다는 소식은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행정의 이치를 아는, 발 빠른 자들의 전유물일 뿐이다. 창작발표래야 용케 지원금 혜택 받는 몇몇 작가 내지는 돈 많은 집안이나, 돈 잘 버는 남편을 둔 아줌마가 되어야 일을 벌일 수 있는 것이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다.’ ‘문화예술이 국가 이미지를 높이고 나라의 격을 높인다.’ ‘문화예술을 통해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등 문화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말들은 뻔지레하지만, 정치인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인식은 모자라도 한참 모자란다.

인사동의 그 많은 전시장에서 매일같이 좋은 전시가 열리고, 도처에서 좋은 공연이 열리지만, 텅텅 비어있다. 이젠 그런 말장난보다 어떻게 국민들을 문화로 끌어들이느냐에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문화를 끌어가는 예술인들이 안정적으로 활동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주는 일이 시급한 문제다.

그래서 열악한 문화예술계를 대변할 예술가들이 정치 전면에 나왔으면 좋겠다. 최소한 이번 선거에서 어떤 출마자가 예술가를 위해 어떤 정책을 펴고자 하는지 관심 있게 지켜보자. 이를 토대로 예술가들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자.

더 이상 냉혹한 현실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이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필자 : 조문호 (사진작가)

 

인사동이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우리의 정겨운 정서를 오롯이 담은 곳이었다.

오래된 골동가게와 표구점들, 고풍스런 분위기의 음식점과 찻집들이 골고루 뒤섞여 인사동만의 풍류가 넘실댔다.

미로 같이 얽힌 인사동 골목골목에는 지난 시절의 낭만과 향수를 한 자락씩 깔고 앉은 예술가들이 밤새워 술잔을 치켜들며 사람냄새를 나누곤 했었다.

그러나 지금의 인사동은 변해도 너무 많이 변해 버렸다.
우리만의 정겨운 풍정은 사라지고, 싸구려 기념품이나 파는 관광지로 변한지 오래다.

인사동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발길조차 줄어들고. 인사동의 정체성을 빛낸 가게들도 하나 둘 밀려났다.

그 자리에 짝퉁 관광기념품 가게들이 들어선 것이다. 그렇다고 시류를 거슬러 옛날로 돌아가자는 말은 아니다.

최소한 인사동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우리문화의 품격을 잃지 않는 수준에서 변화를 추구했으면 한다.

인사동에 수많은 갤러리들이 밀집해 있지만, 그 많은 전시장들이 텅텅 비어있다.

하루 10만 명이나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관광객들을 전시장으로 이끌 방법은 없는가?

인사동에 있는 갤러리의 큐레이트와 연계해, 전시장마다의 작업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하는

주 단위의 전시 안내서 제작도 절실하다. 전시에 관심 많은 사람들조차 정보 부재로 방황할 때가 많다.

그리고 전시 작가들의 리프렛을 한 곳에 모아 볼 수 있는 진열대를 만드는 등

관광객들을 전시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아내야한다.

그래서 무명화가의 그림까지 너그러이 품을 수 있는 우리나라 미술시장의 메카로 만들자.

그리고 인사동과 북촌지역을 연계하는 국제적인 아트페어를 해마다 개최하여 인지도를 높이자.

그래야 해외의 유명작가들이 인사동으로 작품을 싸들고 오지 않겠는가?

그렇게 하려면 관공서와 작가 시민이 삼위일체가 되어야 한다.

예술과 친숙하지 못했던 구세대들은 전시문화에 익숙하지 않을지 모르겠으나,

감수성이 예민한 자녀들을 위해서라도 미술관에 자주 들릴 필요가 있다.

 

전시 작가들도 관객을 위한 배려가 태부족이다.
관객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작품을 설명하는 것은 기본이고,

관광객들을 전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예를 들어 옛날 영화관 광대처럼 등짐 북을 메고 돌며 전시를 알리는 퍼포먼서는 안될까?

그리고 인사동 문화를 통괄하는 지자체 부서도, 전문지식이 없는 행정 공무원으로는 안 된다.

문화기획자를 영입하여 각계 문화 인사들과의 연결망도 구축해야 하는 것이다.

오래전 종로구청에 제안한 적도 있으나 ‘쇠귀에 경 읽기’였다.

작은 이득에 눈이 어두워 큰 것을 놓치는 상인들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다.

단지 말 빨 없는 예술가들의 넋두리만 인사동 술집으로 흘러 다닐 뿐이다.

이제 전통과 현대예술이 어우러진 인사동만의 색깔을 만들어내는 대 문예부흥을 일으켜 보자.


*사진작가 조문호 선생은 30여 년 동안 사회 환경을 기록해 온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동아미술제’와 ‘아시안게임기록공모전’에서 각각 대상 수상. ‘전농동 588번지’, ‘87민주항쟁’, ‘동강백성들’, ‘두메산골 사람들’, ‘인사동 사람들’, ‘장날 그 쓸쓸한 변두리 풍경’ 등 열 여섯 번의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저서로는 <동강 백성들> 포토 에세이집, <두메산골 사람들> 사진집, <인사동 이야기> 사진집,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천상병 사진집, <전농동 588> 사진집 등을 출판했다.

조문호 선생은 한때 문학도를 지망했던 사진작가로 그의 글은 직설적이고 해학적이며, 예리하게 문제를 파헤치는 뷰파인더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격한 언어들도 있겠지만 애써 정제하지 않겠습니다. 불합리와 비정상 투성이의 답답한 현실에서 독자 여러분들께서 대리 만족을 느끼시실 바라는 뜻에서 입니다. 조 선생은 어느 날은 사진현장에서 또 다른 날은 인사동 선술집 귀퉁이에서 선생의 성격처럼 때로는 껄껄 웃음을 담기도 하고, 결 고운 감수성에 어느 날 눈물 뚝뚝 흘리면서 글을 보내올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모두 문화예술계에 몸 담고 살아가는 예술인들의 삶의 희노애락이 곰삭아 올라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연재의 첫 시작은 조 선생이 운영하는 블로그 ‘조문호의 사진아카이브 인사동사람들’에 에서 가져왔습니다. 이유는 최근 사진계에 이슈가 되고 있는 <최민식사진상>과 <동강사진제> 문제를 짧지만 정곡을 깊이 찌르는 글이기에 두루 공유하고 공감하기 위해서 입니다. 앞으로 본지 <서울문화투데이> 지면을 통해 만날 <조문호의 빼딱한 세상, 제대로 보기>에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드립니다.(편집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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