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는 정영신 동지의 세 자매가 어머니 계신 용인 성당묘지 간다기에 따라갔다.

갈 때마다 정동지의 동생 정주영씨와 같이 갔는데,

이번에는 미국에 체류 중인 언니 정정자씨도 함께한 귀한 자리였다.

 

인천에 사는 정정자씨는 인천에 대궐 같은 집을 두고

딸이 사는 미국에서 감옥살이한 지도 오 년이 넘었다.

미국에는 병원비가 비싸 치료차 귀국하여 병원을 오간 지가 두어 달 되었는데,

떠나기 전에 어머니께 인사라도 드린다며 어렵사리 마련한 자리다.

 

요즘은 멀리 떨어져 살면 가족도 남이나 마찬가지다.

인천 집에는 정정자씨 남편 김명구씨 혼자 살고 있는데,

오년 만에 내외가 만났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냈다고 한다.

두 달이 넘도록 한집에 살며 밥 한 끼 같이 먹지 않았다는 걸 보니,

다들 돈이 너무 많아 탈인 것 같았다.

 

인천에서 만나 용인 천주교 성당묘지로 갔는데, 모처럼 세 자매가 모인 자리다.

성당 묘역 입구에 있는 꽃집에 잠시 내리기에, 다들 불러 세웠다.

세 자매의 마지막 기념사진이 될지도 모를 사진 한 장 찍자고 했다.

명예와 돈은 남지 않지만, 사진은 남는다고 허풍을 떨어대며...

 

다들 시골에서 상경해 힘겹게 사느라, 어린 시절의 아련한 추억 한 번

돌아볼 겨를 없이 늙어 버린 것이다.

 

용인 성당 묘지를 돌고 돌아 정동지의 모친 고 김덕순여사와

둘째 언니 고 정정숙씨 유골함이 아래위로 나란히 모셔진 묘역에 섰다.

챙겨간 국화와 음식으로 안부 전하며 각자의 소원을 빌었다.

 

정영신씨는 이번에 만드는 장항성 장터여행 책 좀 팔리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언니 정정자씨의 간구에 배꼽을 잡았다.

애먹이는 영감 김명구 좀 빨리 데려가라고 부탁하더니,

동생 고 정정숙 유골에도 같은 부탁을 했다.

얼마나 미웠으면 그런 말을 할까? 늙으면 자식보다 내외가 더 좋은데...

 

뜨거운 햇살이라 오래 있을 수 없었는데, 마침 유골함 아래턱에

그늘이 생기면서 맞바람 까지 불어 엄청 시원했다.

모처럼 왔으니 빨리 가지 말라는 엄마의 배려라며 다들 입을 모았다.

세 자매가 나누는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 듣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인천에서 잘한다는 사리원 냉면집을 찾아갔다.

모처럼 맛있는 함흥냉면에다 만두와 수육까지 나왔으나, 술을 마실 수 없었다.

기사의 설움을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밥 값낸 정정자씨 더러 고맙다는 인사 한다는 게,

정자씨 입술 라인이 죽이네요!“라며 알랑방귀 뀌었다.

 

사진,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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