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찍었는지 출처도 알 수없는 일세기 전의 사진을 우연히 만났다.

어린이들이 호떡 판을 목에 걸고 찍은 기념사진인데, 가련하면서도 따뜻한 정이 느껴진다.

먹고 싶어도 참아야 할 처지지만, 사진사가 시켰는지 먹는 시늉도 한다.

시대를 잘 못 만나 힘든 삶은 살았지만, 어쩌면 물질문명에 찌들지 않아 행복한 삶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래 사진은 세월이 더 지난 1940년대로 추정된다.

먹거리를 팔러 나온 아낙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았는데,

지게꾼 한사람이 지게에 걸터앉아 맛있게 먹고 있다.

먹는 사람보다 파는 사람이 많으니, 팔아보았자 몇 푼이나 되겠는가?

배고픈 시절이었지만,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정경이다.

 

장에서 돌아오는 아낙의 머리에는 탐스러운 꽃이 함지에 담겼다.

곡예사처럼 걷는 걸음걸이도 정겹지만, 왼 손에 깡통을 들고 있다.

고단한 삶의 현장이지만, 한 시대의 삶이 담긴 아름다운 정경이 아니겠는가?

 

유명한 작가의 비싼 작품보다 이름도 모르는 무명작가 사진이 더 마음에 다가온다.

사진 속에는 세월의 무게와 함께 우리네 정서가 꿈틀거리기 때문이다.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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