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터의 배우(actors in the empty lot)

전종대展 / JEONJONGDAE / 全鍾大 / photography 

2023_0309 ▶ 2023_0321 / 일요일 휴관

전종대_빈터의 배우_2023 ⓒ전종대

 

초대일시 / 2023_0309_목요일_06:00pm

기획 / 와이아트 갤러리

관람시간 / 11:00am~07:00pm / 토요일_12:00pm~06:00pm / 일요일 휴관

 

와이아트 갤러리

YART GALLERY

서울 중구 퇴계로27길 28 한영빌딩 B1 3호

Tel. +82.(0)2.579.6881

www.yartgallery.krblog.naver.com/gu5658@yart_gallery

 

낯선 이의 낯익은 초상 ● 사진의 침묵 속에서 타인의 초상은 메아리로 시선에 응답한다. 낯선 이의 얼굴과 손짓과 몸짓의 의미는 나에게서 출발해 초상 속 타인에게 부딪혀 돌아온다. 초상 속 타인의 진실보다 초상 밖 나의 진실이 드러나고, 내 안의 진실이 삶 바깥으로 출현한다. 그 손짓과 몸짓이 눈에 익을수록, 또 발가벗은 얼굴을 마주할수록 타인과 나의 경계는 무너진다. 그리고 무너진 혹은 무뎌진 경계에서 발가벗다 못해 무방비한 눈으로 서로를 응시할 때, 타인의 초상은 나의 초상이 된다. 삶에서 타인과의 대면이 나를 바라보게 하듯, 타인의 초상은 결국 나의 초상이다. ● 전종대의 『빈터의 배우』에서 '빈터'는 비어 있지 않고, 배우는 완벽한 연기를 다하지 못한다. 작가는 빈터의 '비어 있음'이 아닌 '있음'을 보여주고, 배우가 하는 연기의 '완전함'이 아닌 연기하는 삶의 '불완전함'을 비춘다. 마치 통제할 수 없는 세계와 그 세계에서 유한하게 살아가는 인간의 불완전한 삶에 대한 은유와도 같다. 특별한 존재의 유무와 상관없이 세계의 시공간은 충만한 채로 변화하고, 모든 존재는 제 뜻대로 생을 영위하지 못한다. 사진만이 시공간을 제멋대로 조각내고, 찰나에 조각난 그 틈으로 그때 그곳의 모든 '있음'을 환영처럼 포착한다. ● 작가는 도로변에 맞닿은 어느 곳, 자동차를 타고 달리면 쉽게 지나쳐 알아채지도 못할 곳에 4×5" 대형 필름 카메라를 세워 무대로 삼았다. '빈터'라 불렸지만 흙이 있고, 수풀이 자라고, 새들이 오가는, 세계의 온갖 '있음'으로 충만한 '터'다. 인간만이 그곳을 '빈터'로 바라보는데, 인간이나 인공의 특별한 무엇으로 채워지지 않았다는 이유이다. 하지만 인간의 시선을 넘어 세계를 주의 깊게 살피면 세계의 '있음'과 존재하는 것들의 관계를 목도할 수 있다. 이에 『빈터의 배우』는 빈터를 본래 '있음'의 녹음의 터로 주시하고, 그 터에 잠시 머무른 배우들을 보여준다. 그리하여 푸른빛의 '빈터'는 충만한 생의 '터'를, 또 그곳에서 한때 하나의 포즈를 취한 인간은 아득한 시간 속에 섬광처럼 빛나다 사그라지는 우리의 짧은 생을 떠올리게 한다. ● 작가가 '빈터'라는 생의 '터'에, 곧 사진의 무대에 등장시킨 인물은 연극과 영화, 광고와 드라마에서 짧은 시간 상상을 연기하는 조연 또는 단역 배우와 초보 패션모델이다. 시나리오 없이, 인물들은 "웃는 얼굴을 찍지 않아요."라는 작가의 말에 나름의 몸짓과 손짓과 표정을 자기 삶에서 찾아 표현했다. 카메라의 셔터가 눌리기 전 인물은 작가와 '웃을 수 없었던 삶'의 여러 장면에 관한 대화를 나눈다. 작가는 그 이야기의 어느 순간, 상하좌우가 뒤바뀌어 보이는 카메라의 초점 스크린에서 보고 싶어 하던 얼굴과 모습을 찾아낸다. 환영 같은 장면에서 시선이 멈춘 곳에 초점을 맞춘 후 1/8~1/60초의 느린 셔터속도로 인물을 사진에 담는다. ● 거리를 두어 전신으로 담은 인물의 모습은 불안하고 무엇을 외면하거나 벗어나 구원 받고자 하는 손짓과 몸짓이며, 다가가 바라본 인물의 얼굴은 우울과 비애를 포함한 처연한 감정이 읽히는 표정으로 나타났다. 사진이 포착하는 인간의 얼굴은 사물의 표면과 달라서, 얼굴의 표면에는 생의 이력이 새겨져 있고 촬영된 순간의 감정이 달라붙는다. 그리하여 『빈터의 배우』 속 다양한 연령대의 인물들은 자기 삶과 감정의 지평에서 웃지 않는 '나'를 연기해 사진에 담겼다. 연약한 그래서 부서지기 쉬운 모습으로, 마치 삶에서 상처받기 쉬운 인간의 얼굴로 남았다. 그리고 그 얼굴은 오롯이 작가가 '빈터'에서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며 선택한 얼굴이다. ● 작가는 초상 속 인물로 배우와 모델을 섭외하되, 상상의 얼굴을 능숙하게 표현하는 오랜 연기 경력의 배우를 배제했다. 이전 전시 『빈터의 배우들』(2020)에서 숙련된 배우에게 웃을 수 없는 가상의 상황에 대한 자유연기를 요청했던 것과 다른 점이다. 웃음 없는 초상을, 배우들의 노련한 상상의 연기를 통해 표현하기보다 연기하는 '배우' 각각의 실제 얼굴과 모습을 통해 재현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그래서 연기하는 상상과 자기 욕망의 경계가 흐릿한, 연기하기와 드러내기의 얇은 선상에서 오르내리는 배우들을 작가는 선정했다. 또 촬영 현장에서 배우와의 실제 삶에 관한 대화를 통해 실재와 허구의 경계를 무디게 만들었다. 이로써 『빈터의 배우』(2023)는 '배우'라는 특정 군상의 초상을 넘어 연약하고 부서지기 쉬운 삶의 초상으로 확장됐다. 그리하여 우리는 『빈터의 배우』 속 배우처럼 '빈터'라는 '생의 터' 안 욕망과 상상의 경계에서 자기를 연기하다 타인에게 '터'를 내어주는 우리를 만나게 된다. ● 생애에서 웃음보다 눈물이, 기쁨보다 슬픔이 깊게 새겨지는 것은 불시에 맞닥트리는 이별, 슬픔, 고통이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사건과 사고, 죽음에서 연유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래 상처 입고 고통 받는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살아 있음'의 증거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작가는 다른 계절과 달리 겨울의 '빈터'에서 배우의 초상을 컬러가 아닌 흑백 사진으로 재현했다. 세계의 소멸과 죽음의 색을 지우고 사진의 빛을 인물에 비췄다. 상처 입은 존재의 빛남으로써, 녹음을 상실한 '빈터'의 풍경을 '생'의 풍경으로 전환했다. ●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사진과 함께 단편 영화 『빈터의 배우』(9분 9초)를 선보인다. 사진에서 배우 본연의 삶의 결이 드러나도록 노력한 것처럼, 영화에서는 작가로서 자기 삶의 결을 각본, 연기, 연출로 보여주고자 했다. 작가는 사진가로 분해 허구와 현실의 경계에서 『빈터의 배우』의 촬영을 연기하며, 사진으로 전하고 싶었던 작가의 의도를 영화에서 이야기한다. 사진이 현실을 '박제'하는 것이라는 대사에서 엿볼 수 있는 '사진과 죽음'에 대한 이해는 전종대 작가의 모든 작품에 걸쳐 왔다. 죽음은 현실에서의 부재로 죽음을 증명하고, 사진은 '존재했었음'을 증명함으로써 그것의 부재를 확인시킨다. 그리고 죽음과 사진에서 그 부재를 부활시키는 것은 기억을 환기하는 사랑임을 작가는 이제까지 작품으로 전했다. ● 삶에서 우리가 버리는 것이 아니라 잃어버리는 것들, 자의가 아니라 누구의 의도인지도 알지 못한 채 바수어져 상실하는 것들을 작가는 사진으로 선보였다. 소중한 가족과 일상을 주제로 한 『가족 이야기』(2006)부터 쇠락해 철거되기 전 낙원상가를 촬영한 『낙원』(2012), 나무에서 떨어져 나간 나뭇잎을 기념한 『낙엽』(2012), 어머니의 현재를 과거 사진첩의 사진으로 추억한 『엄마, 가족 그리고 사진』(2013), 1969년에 세워진 서울 최초의 시민 아파트인 금화아파트를 1990년대 재개발 전후에 촬영하고 그곳 사람들을 기록한 『금화아파트』(2015), 이 모두가 소멸하고 사라지는 것들에 사진으로 보내는 사랑이었다. ● 이후 작가는 자기 삶 안으로 카메라를 들여와 근로 현장에서 외국인노동자의 초상과 꿈을 사진과 영화로 『공장 일기』(2016)에 담았다. 그리고 이어진 『빈터의 배우들』(2020)과 『빈터의 배우』(2023)에서는 사랑하는 이들의 예기치 않은 죽음 앞 무력한 삶의 상황과 감정을 배우들을 통해 살피며 대면했다. '빈터'에서 배우를 촬영한 4년여 동안 그들의 초상은 배우 각자의 삶이 배어 있는 상흔의 초상이자, 카메라 렌즈 뒤 스크린에 서린 작가의 초상이었다. 그리고 전시장에서 우리가 그들을 마주함으로써 상처받기 쉬운 생의 존재를 담은 삶의 초상이 된다. ● 나와 타인, 삶과 죽음을 파악하고자 하는 생의 무단한 노력이 실패로 끝날 때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이해와 해석 없이 이를 받아들이는 것뿐이다. 우리가 이 세계에 무작정 받아들여졌기에 우리 또한 받아들일 수 있다. 또 우리가 타인에게 사랑으로 받아들여지기에 우리 역시 타인을 사랑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나를 향하지 않고 세계와 타인을 향해 있는 인간의 얼굴은, 가장 연약하고 상처받기 쉬운 존재들이 서로를 향하며 살아가야 하는 삶의 방향을 처음부터 가리키고 있었다. 그래서 얼굴의 비밀이 곧 삶의 비밀이다. ■ 정은정

전종대_빈터의 배우_2023 ⓒ전종대

 

빈터의 배우 ● "초기 사진에서 분위기가 마지막으로 스쳐 지나간 것은 사람의 얼굴에 순간적으로 나타난 표정에서이다." (발터 벤야민의 「기술 복제 시대의 예술 작품」 중에서) ● 지인이 SNS에 올린 사진을 우연히 본 것이 이 작업의 계기가 되었다. 그 사진에는 중년의 한 여인이 어느 숲속 벤치에 뒷모습을 보이며 앉아 있었다. 우울해 보이는 그녀의 뒷모습은 나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았다. 그 후 도시 외곽을 돌아다니며 풍경을 찍던 중에 우연히 지인의 그 사진과 비슷한 장소를 발견하게 되었다. 문득 그 사진이 떠올랐고 이후에 그 장소에서 배우를 대상으로 작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작업을 진행하며 나는 풀밭에 나무 벤치가 세 개 있는 그곳을 '빈터'라 이름 붙였다. 물리적으로 빈 공간이라는 의미뿐만 아니라 문학적인 비유 또는 연극적인 공간으로서 '빈터'라 이름 붙였다. 빈터에서 촬영은 주로 골든타임이라 불리는 오후 3시부터 5시 사이에 이뤄지는데 그 시간에 해가 산 너머로 기우며 인물의 배경이 어두운 톤으로 떨어지고 그 배경 앞에서 인물이 오롯이 드러난다. 나무에 잎이 무성한 오월부터 가을로 들어서는 시월까지가 촬영하기에 적합하다. 11월부터 다음 해 봄 사월까지는 색온도가 낮아져 주로 흑백으로 촬영을 진행한다. 빈터는 무대이다. 인공적인 장치나 소품 혹은 조명이 있는 무대 미술로 이뤄진 무대가 아니라 사계절의 변화가 각기 다른 모습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무대이다. 그 무대 위에서 나는 배우들을 만난다. 대구에서 사진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왔던 2000년대 초반에는 계간 사진비평지가 나오고 일군의 젊은 사진가들이 일상을 다룬 연출사진이 유행하던 때이다. 그뿐 아니라 영미권의 제프 월(Jeff Wall) 이나 필립 로카 디코르시아 (Philip-Lorca dicorcia)와 같이 일상을 연출한 사진들이 소개되었고 나 또한 그 영향을 받으며 새로운 사진 실험에 매료되었다. 빈터의 배우 작업에도 그 영향이 드러난다. 나의 작업이 위에서 열거한 사진들과 변별점이 있다면 빈터의 배우는 숲이라는 미장센(Mise en scene) 위에 배우들을 위치시켜 그 속에서 일종의 무언극과 같은 장면을 연출하는 것이다. 빈터라는 무대 위에서 배우의 순간적인 표정이나 몸짓에 깃든 분위기나 느낌을 사진으로 담아 관객에게 전달하는데 그 주안점을 둔다. 촬영은 주로 풀 샷(Full shot)으로 연극적인 제스처를 보여준다면 그다음에는 버스트 샷(Bust shot)이나 웨이스트 샷(Waist shot)으로 인물의 표정에 포커스를 맞춰 심리묘사에 중점을 둔다. ● 이 작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배우의 삶을 살았던 사람들, 지나온 삶을 반추하며 늦게나마 자신이 원했던 배우의 길을 선택한 사람들 또 무언가를 표현하고 싶은 사람들이다. 촬영을 진행할 때 카메라 앞에서의 연기 모습과 셔터가 눌러지고 다시 현실로 돌아왔을 때 그 차이가 큰 배우들이 있다. 그들은 모방과 현실 사이의 경계를 오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사진은 사실 같기도 혹은 연출 된 것 같기도 한 그사이를 오간다. 처음 촬영장에서 나는 배우들에게 나무 벤치를 객석으로 풀밭을 무대 삼아 배우들 각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모노드라마 형식으로 연기해 달라고 부탁한다. 그 모습을 가만히 응시하고 경청하며 그 배우가 지닌 지나온 삶의 결이 어떠했을까 상상한다. 그래서 내게 좋은 사진은 그 배우의 삶의 결이 드러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다. 다음은 배우들과 나눈 대화 중 기억에 남는 말들을 모아본 것이다.

전종대_빈터의 배우_2023 ⓒ전종대

배우님! 촬영할 때 어떤 생각 하셨어요? 엄마 생각이 났어요. 엄마 생각하면 슬프잖아요. (이경희) ● 아내 생각이 나네요. 여기 오니. 먼저 간 아내를 생각하는 연기를 해볼게요. (김지한) ● 학교 다닐 때 전 조용한 학생이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수업 시간에 교단 앞에서 어떤 행동을 해서 아이들을 까무러지게 웃긴 일이 있었어요. 그때 배우가 되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어요. 희극배우. (김범중) ● 결혼하고 싶어요.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무대에 섰지만, 요즘 사람들은 무대 연기에 관심이 없어요. 그래서 매체 연기를 하려 해요. (김민성) ● 요즘은 모든 일에 감사한 마음이에요. 경험해 보지 않은 일을 연기하는 게 재밌어요. 치매에 걸리는 일도 언젠가 닥칠 일이지만, 먼저 연기로 경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정혜자) ● 어렸을 때부터 TV에 나오고 싶었어요. 이순이 넘은 나이에 그 꿈에 다가가고 있어요. (김세미) ● 직장 생활을 23년 정도 했어요. 내 인생의 행복을 찾아 직장을 그만두고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문득 대학 다닐 때 연극반을 했던 기억이 났어요. 그때부터 연기 일을 시작했어요. (임동민) ● 집에 혼자 있을 때 한없이 무기력해지는 나를 봐요. 그런데 현장에서 카메라 앞에 서면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항상 다음 연기를 기대해요. (장순녀) ● 필름은 순수한 것이에요. 그것에 사람의 얼굴을 담는 것도. (윤혜란) ● 평생 착한 딸로, 내조 잘하는 아내로, 어진 엄마로 살았어요. 연기 할 땐 내연녀 같은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김지혜)

전종대_빈터의 배우_2023 ⓒ전종대

보아도 보이지 않는 사람 ● 배우 박 혜숙 씨와 차를 타고 가며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배우님! 최근에 출연한 작품이 뭔가요?" "영화 기생충이에요" "아! 저 그 영화 봤는데… 어디에?" "마지막에 아들 생일 파티에 초대받은 귀부인으로 나와요." "아…." 나는 그 영화를 봤지만, 그녀를 보지 못했다. 보아도 보이지 않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 내가 만난 배우들은 대부분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다. 가끔 버스를 타거나 아파트 엘리베이터 광고판에서 익숙한 얼굴을 보게 된다. 예전 같았으면 보지 못했을 내가 만난 배우들이다. 사진은 그들을 보게 한다.

전종대_빈터의 배우_2023 ⓒ전종대

배우의 사진을 찍는 이유 촬영은 4/5인치 대형 필름 카메라로 진행된다. 대형 카메라로 촬영하기에 순간을 발 빠르게 포착하기보다 30초에서 1분 정도 배우는 가만히 멈춰있어야 한다. 그때 그 모습은 어떤 느낌이나 분위기를 전달한다. 나는 배우가 자기 모습을 가장 잘 드러내는 순간을 기다린다. 그 후 필름에 맺힌 상은 인화지에 투사되어 정착된다. 사진을 보는 순간에는 일상의 의식이 멈추고 인화된 상을 바라보게 된다. 어떤 사람의 모습을 영상을 통해 바라본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생각한다. 그들은 배우이기에 영상으로 자기 모습이 보이길 원한다. 그것이 내가 배우들 사진을 찍는 이유이고 그들이 내 카메라 앞에 서는 이유이다. 너무도 당연한 것 같지만. 배우는 연기하는 사람들이다. 사진에는 소리가 녹음되지 않기에 자신의 표정과 몸짓으로 무언가를 전달한다. 사진을 찍는 행위는 그것을 인증하는 행위 혹은 그 혹은 그녀의 존재를 증명하는 행위이다. ● 마지막으로 몇 해 전에 써 놓은 짧은 이야기 한 편을 첨부한다. 이 이야기는 빈터의 배우 사진에 대한 짧은 우화이다.

전종대_빈터의 배우_2023 ⓒ전종대

 ● 한 여자가 카페 안으로 들어간다. 주문대로 가 커피를 주문한다. 점원이 그녀에게 "오늘 또 오셨네요?"라고 말한다. 그녀가 "네."라고 짧게 묵례하며 대답하고 자리에 앉는다. 그녀가 테이블 위에 편지지를 놓고 글을 쓴다. 그 모습이 무척이나 진지해 보인다. 편지를 다 쓴 후 종이를 들어 천천히 읽어 나간다. 편지지를 봉투에 넣고 한동안 멍하니 거리를 바라본다. 그런 후 그녀가 일어나 카운터로 다가가 편지 봉투를 점원에게 건넨다. 점원이 봉투를 받고 그녀에게 "오시면 전해드릴게요"라고 말한다. 그녀가 짧게 묵례하고 카페를 나온다. 그녀에게는 사랑하는 남자가 있었다. 둘은 주말이면 이 길을 걸었고, 공연을 보거나, 미술관 전시를 관람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남자는 소설을 쓰는 일을 했고, 그녀는 그림을 그렸다. 둘은 서로의 상상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언젠가 그는 그녀에 대한 소설을 쓰겠다고 말했고, 얼마 후 그는 메일이 아닌 우편으로 원고지 20장 분량의 소설을 그녀의 집으로 보내왔다. 그 일이 있고 난 이후 그녀는 그에게 연락할 수 없었다. 그가 사라진 것이다. 소설의 내용은 사라진 연인을 찾기 위해 한 여자가 주말 오후 한 카페에서 편지를 쓰고, 그 편지를 사라진 연인이 그곳을 찾을 때 그 편지들을 받아본다는 내용이었다. 편지들을 그 연인이 다시 보게 되는지에 대한 결말은 소설 속에 물음표로 남아 있었다. ● 한 여자가 카페 안으로 들어간다. 주문대로 가 커피를 주문한다. 점원이 그녀에게 "오늘 또 오셨네요?"라고 말한다. 그녀가 "네."라고 짧게 묵례하며 대답하고 자리에 앉는다. 그녀가 테이블 위에 편지지를 놓고 글을 쓴다. ■ 전종대

 

Vol.20230309a | 전종대展 / JEONJONGDAE / 全鍾大 / photo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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