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투명한 시간들

The Translucid Moment

2023.6.7-6.30 / 연우갤러리

Rain

비(Rain), 좋아하는 것을 꼽으라면 가장 먼저 생각난다. 비 냄새를 맡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비가 내리는 세상은 평소보다 아름답게 보인다. 자연은 더 생생해지고, 도시는 한 톤 가라앉은 모습으로 얌전해진다. 우산을 쓴 이들의 종종거리는 발걸음은 작은 새들의 몸짓 같다.

 

비 오는 거리에 서면 다른 세상이 우연히 열린다. 불균일하게 떨어지는 빗소리, 색을 내려놓은 희색 빛 하늘, 골목 사이사이 숨어 있는 빗방울의 모습들을 바라보면, 눈에 보이지 않는 창이 조용히 열리고 다른 세계를 비춰준다.

 

언제부터인가 비가 오면 밖으로 나가 카메라를 들고 풍경을 담기 시작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다. 나만이 가지고 있던, 숨겨놓았던 장면들을 이번 전시를 통해 공유하려고 한다. 보는 이들은 어떤 감정을 느낄지 궁금하다. 경계와 경계 사이 존재하는, 비 오는 풍경들에 숨겨진 소중한 장면들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오현경

 

Votre

카메라를 들고 혼자 여행을 다니는 것은 한때 가장 좋아하던 일이었다. 낯선 곳에 가서 익숙하지 않은 공기를 마시면서 새로운 것들을 지켜보는 것.

 

처음에는 그곳의 공기가, 다음에는 그곳의 소리가, 그리고 마지막에는 그곳의 냄새가 익숙해진다.

 

그 시간 안에서 그 공간을 다 이해했다고 생각하지만, 카메라에 담기는 것은 한순간의 장면뿐이다. 그러나 이미지로 옮겨진 기억들은 하나의 프레음으로 남아 과거와 미래를 잊고 현재로 남는다.

 

나는 ‘당신들의(Votre)’ 순간을 훔쳐 내 기억으로 만든다.

 

L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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