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래, Things Around Us

윤일권/ YOONILKWON / 尹一權 / printing

2023_0624 2023_0716 / ,화요일 휴관

윤일권_Memory_냅킨 옆면에 실크스크린_115×126×12cm_2023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기획 / 페이지룸8

후원 / 서울특별시_서울문화재단

관람시간 / 01:00pm~06:30pm / ,화요일 휴관

 

페이지룸8

PAGEROOM8

서울 종로구 북촌로1173-10 1

Tel. +82.(0)2.732.3088

www.pageroom8.com

@pageroom8

 

'모나드 판화' 두 번째 작가, 윤일권 페이지룸82023년에 선보이는 '모나드 판화(Monad Printmaking)'는 판화의 기법과 개념을 자신의 작업에 도입하여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네 명의 작가 김가슬, 윤일권, 지야솔, 한지민- 를 개인전 형식으로 소개하는 프로젝트이다. 판화 개념을 적용하여 입체, 설치 작업을 하는 윤일권 작가, 동판에 일련번호를 부여하고 에디션 없는 동판화를 제작하는 김가슬 작가, 섬세한 선이 이루는 인체 형상이 탁월한 리노컷 기법을 활용하는 한지민 작가, 다양한 색채의 다색판을 이용하여 석판화를 만드는 지야솔 작가 등 총 4명의 다양한 판화 기법을 구사하는 작가들의 작업을 볼 수있는 기회이다. 무엇으로 나눌 수 없는 궁극의 실체라는 철학 용어인 '모나드(monad)'처럼 타 장르에 귀속되지 않은 채, 판화를 온전한 하나의 시각 예술로서 바라보고자 한다.

 
윤일권_The Path of Eyes-2022.8.16. 11:42_혼합재료_20×28cm_2023

, , 아래, : 판화의 레이어 개념을 도입한 작업의 방향성 윤일권 작가의 전시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이번 전시는 앞에만 치중된 시선의 무게를 걷어냄으로써, 익숙함에 놓치게 되는 인식과 시각의 사각지대에 대해 다루고 있다. 동판화, 석판화, 실크스크린 등을 활용한 3개의 시리즈를 소개한다. 작품 구성은 냅킨 묶음 옆면에 실크스크린으로 얼굴을 찍은 Memory설치 작품을 비롯하여, 전시 공간 페이지룸8으로 오는 여정에서 작가가 발견한 장소 특정적 소재들을 다룬 The Path of Eyes, 유년시절에 경험한 놀이에서 취한 운동성을 구현하기 위해 동판을 반복적으로 찍어 제작한 공간 속의 움직임으로 이루어진다. 이렇게 판화에서 없어서는 안될 '레이어(layer)' 개념을 시각의 다양한 층위로 상정하여 판화라는 매체를 통해 다각적으로 볼 수 있는 시각예술을 실현한다. 페이지룸8

 

윤일권_The Path of Eyes-2022.8.16. 12:02_혼합재료_20×28cm_2023

Still

1. 아직도, 여전히

2.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3. 훨씬 더

4. 움직이지 않는

5. 고요한

6. (영국식) 거품이 없는, 탄산이 없는

7. 정물사진, 정물화

8. 움직이는 것을 멈추게 하다, 잔잔해지다

 

윤일권_The Path of Eyes-Camino de Santiago_혼합재료_112×84cm_2023

훨씬 더 계절의 감각이 훨씬 더 명료하다 느끼던 때가 있었다. 아마도 유독 겨울을 조금 더 인지했고, 좋아했던 계절이라 겨울을 특별히 '겨울스럽다'라고 느꼈다. 특히나 춥고, 많은 것이 차가 우며, 눈이 오거나 얼어붙기도 했으니까. 눈에 보이는 장면도 냄새도, 촉각적 감각도 달랐었다. 그래 겨울은 조금 더 특별하다고 생각했다. 최근에 들어서 느끼는 계절의 감각은 '사이에 머무는 (시간)'이 자리했다. 사실 그 '사이'를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땀이 조금 날지도 모르는 온도에서 불어오는 담백한 바람, 춥다고 하기엔 온기를 머금고 있고 덥다고 느끼기엔 스치는 청량함 같은, 사이에 머무는 시간(감각)을 말한다. 스스로를 꽤나 '경계'에 서 있는 사람이라 생각해서일까, 사이에 머무는 시간과 계절의 묘한 위안이 좋다고, 좋아졌다 생각했다.

 

윤일권_공간 속의 움직임-스카이콩콩_종이에 에칭_38×56cm_2023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절과 날씨의 영향을 받는 사람에게는 중요한 부분이지만, 그저 하루를 겸허하게 아니 건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사람에게 계절의 감각이 무슨 소용일까? 날씨? 주변 풍경? 온도-습도? 나아가 공기의 무게와 냄새 따위에 인지보다는 어쩌면 조금은 더 경제적이거나 현실적인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있을지 모른다. 최근에 들어서야 사이의 머무는 계절을 좋아하게 된 건 시간에 쫓겨 나 역시 누구보다 조급함과 건조함이 더 강해진, 그럼에도 그 후의 일이었다. 고작 몇 시간, 몇 분도 아까워하는 삶에서 스쳐지나가는 순간의 소중함을 더 크게 느껴서일까? 생각보다 그 찰나의 감각은 정신없이 바쁘게 흘러가는 그때 더 크게 와 닿을 수 있었다.

 

윤일권_뒤, 옆, 아래, 위展_페이지룸8_2023

윤일권_뒤, 옆, 아래, 위展_페이지룸8_2023

움직이지 않는 어디로 향하는지 조차 알지 못한 체 미친 듯이 앞만 보고 뛰어가는 이에게 박수를 쳐주거나 물을 쥐어줄 수 있으며, 같이 뛰어주거나 왜 이러고 사냐며 욕을 퍼부을 수도 있다. 없는 결승선을 만들어줄 수도 있으며, 다리를 걸어 강제로 넘어트릴 수도 있다. 무엇인가 하나를 해줘야 한다면 내 선택은, 가까이 다가가 나지막이 강한 어조로 말해준다, "얼음."얼음은 내가 해줄 테니 ''은 스스로 언제든 외칠 수 있음을 알려준다. ''이후에 다시 달리는 것도 쉬는 것도 주저앉는 것도 걷는 것도 결국 스스로의 몫이지만 적어도 잠시 멈추는 시간의 주문을 외친다. '얼음'

 

윤일권_뒤, 옆, 아래, 위展_페이지룸8_2023
윤일권_뒤, 옆, 아래, 위展_페이지룸8_2023

움직이는 것을 멈추게 하다, 잔잔해지다 걷는 일이 줄었다. 의식적으로 걷거나, 운동의 목적이 아니고서야 다양한 이유로 걷는 일은 줄고 있었다. 걷는다는 건, {다리를 움직여 바닥에서 발을 번갈아 떼어 옮기는 것,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 전문직에 종사하는 것}과 같은 사전적 뜻이 있다. 걷는 일이 줄었다는 건, 사전적 뜻만큼이나 신체적이나 개념적으로 움직임과 방향성 그리고 일종의 삶의 지향성까지 줄었다는 것 . 나아가 시선이 머무는 곳/, 들리는 소리/음악, 주변의 냄새/향기, 스치는 추억/생각 등 '걷기'의 행위에서 채득할 수 있는 많은 것을 잃어버린 상태 같았다.

 

윤일권_뒤, 옆, 아래, 위展_페이지룸8_2023
윤일권_뒤, 옆, 아래, 위展_페이지룸8_2023

정물사진, 정물화 생명을 잃은 사물 이라는 어원을 가진 뜻의 Still life. 몇 가지 가설과 스토리를 품고도 여전히 그의 이름은 Still life. 어떤 단어 혹은 미술 언어의 어원에서 정의하고 있는 뜻을 정확히 이해하기 어렵다고 느낄 때가 있다. 테이블 위에 올려 진 과일과 접시, 포크와 나이프, 화병의 꽃만이 정물 인 것일까? 걷다 마주치는 장면과, 사물의 모습은 정물이 될 수 없는가? 움직이지 않는 것은 생명을 잃어버린 것인가? 움직이는 모든 것은 살아있는 것인가? 명쾌한 답을 얻지 못한다 해도, 그저 작은 질문들이 삶 속에 있었으면 한다.

 

윤일권_뒤, 옆, 아래, 위展_페이지룸8_2023

윤일권_뒤, 옆, 아래, 위展_페이지룸8_2023

고요한 걸었다. 걸어왔다. 걸어갔다. 걷다. 걷는다. 걸어온다. 걸어간다. 걷고 있다. 걸어가고 있다. 걷는다는 건 움직임이다. 괴력한 움직임을 동반한 걸음이 아니고서야, 걷는다는 것에는 어느 정도의 고요함이 묻어난다. 조금은 침착하게, 진정히, 걸어가는 걸음의 속도는 결코 걸음을 위한 걸음만이 존재하지는 않는다. 적당한 속도, 방향, 호흡, 태도 등이 동반한다. 어떤 걸음을 걷는 가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느냐 와도 같은 질문일지도 모른다.

 

윤일권_뒤, 옆, 아래, 위展_페이지룸8_2023

거품이 없는 물 한 잔 주시겠어요? 인위적이지 않고 청량하면서 석회질은 없는, 오랫동안 꼭꼭 씹어 먹고 싶은 그런 물이요.

아직도, 여전히 아직도 걷는다. 여전히 걸었으면 한다. 우리는 그렇게 ( ) 걷고 있다. 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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