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사진가 안해룡씨의 '도쿄, 조선인 대학살의 거리' 展이

지난 22일부터 오는 9월 3일까지 종로 청운동 ‘갤러리 류가헌’에서 열리고 있다.

 

간토대학살이 일어난 지 100주년을 맞아 그 기억을 소환하는 자리에는

조선인 학살 지도와 학살 관련 사진들이 여기저기 흙 속에 묻혀 있거나 전시장에 걸려 마음을 아프게 했다.

 

한쪽 벽에는 1923년 간토대지진 때 자행된 ‘조선인 학살 지도가 걸려 있었다.

지도 속 붉게 물든 학살 공간은 한두 군데가 아니라 넓게 퍼져 있었다.

 

안해룡씨는 그 지도 위의 지점들을 하나하나 찾아 다니며

100년 전에 파묻힌 사건 실마리를 하나하나 풀어 낸 것이다.

 

우에노 공원, 고마쓰미야 동상 앞 파출소나 아사쿠사공원 부근의 파출소 등

증언과 기록이나 관련 자료가 명기된 지도의 장소를 찾아다니며 사진으로 기록했는데, ​

잿빛 사진들 속엔 위령비도 여럿 보였다.

 

도쿄 중심부를 흐르는 스미다가와 강을 중심으로 위치한 고층빌딩과 고가도로는

대지진의 상흔은 찾아볼 수 없지만, 말없이 그날의 참상을 증언했다.

 

"빨갛게 된 영역은 이재민들이 거주하던 광장 같은 일종의 피난 지역이에요.

당시 도쿄의 44% 정도가 다 불탔다고 해요.

요코하마는 80% 이상이 다 이재민이 된 거고요.

강이나 모래에 돌아가신 분들의 넋이 있을 거잖아요.

자료 사진들을 가지고 그런 이미지를 구성해 본 거죠.

그래서 여기 향도 피우고 있고요."라며 안해룡씨가 말했다.

 

이번 작업은 1923년 9월 1일 간토대지진이 일어난 이후

일본 군대와 경찰이 적게는 재일조선인 6천 명에서 많게는 2만3천여 명을 학살한

제노사이드 간토대학살의 참상을 기억하며 고인의 넋을 기리는 첫 시작이다.

 

이 전시를 마련한 ​안해룡 감독은 긴 세월 일본을 드나들며 일제 만행을 기록하는 작업을 해왔다.

재일 위안부 재판을 조명한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를 만드는 등,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아픔과 삶을 지속적으로 조명했다.

​특히 지난 2019년과 2022년 두 번에 걸쳐 일본인 저널리스트 이토 다카시와 함께

남과 북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삶을 기록한 전시로 주목받기도 했다.

 

안해룡씨는 ‘다이빙벨’로 널리 알려져 대개 다큐 영화감독으로 알지만, 사실은 사진가였다.

80년대 중반 무렵, 최민식선생을 내세워 창립한 일명 '리얼포토'(사진집단 사실) 창립 회원이었다.

그 당시 나의 '전농동588' 도록 디자인도 해 주었는데, 만지산 화재에 씨를 말려버렸다.

 

이번에 열리는 안해룡씨 전시는 진즉 알았으나,

정영신의 ‘혼자 가 본 장항선 장터길’ 전시와 겹쳐 개막식에 가 보지 못했다.

차일피일하다 지난 30일 정영신씨와 함께 전시장에 들렸는데,

마침 안해룡씨가 작업을 설명하고 있었다.

 

전시장을 둘러보니, 애써 온 공력도 대단하지만, 설치한 작업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현장의 흙을 가져와 흙 속에 찍은 사진을 묻어 놓았는데,

마치 산화된 넋이 사진에 모인 듯, 묘한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이처럼 비참하게 살육하여 인간성을 말살하는데 그치지 않고,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여 전 인류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지 않은가?

환경 범죄에 앞서 큰 재앙을 저지른 일본의 눈치를 보며,

선두에서 합리화 시켜주고 지지하는 자가 우리나라 대통령 맞는가?

 

더 웃기는 것은 일본의 근본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야 할 우리나라 언론이 입을 닫았다.

국민이 알아야 할 사회적 이슈인 일본 간토대학살 전시에 꿀 먹은 벙어리다.

오로지 ‘오마이뉴스’의 하성태 시민기자가 쓴 기사만 나와 있었다.

새 방통위원장 등극에 지레 겁먹은 걸까?

그 지긋지긋한 군부정권의 언론탄압이 연상되어 소름 끼친다.

 

오는 9월2일 오후 3시부터 전시장에서 열리는

안해룡 작가와의 대담에 많은 분의 참여와 성원을 바란다.

정영신씨의 작가와의 대담도 같은 시간대에 예정되었으나,

한 곳으로 힘을 모으기 위해 취소하였음을 참고하기 바란다.

 

김강(미술가)씨의 사회로 열리는 안해룡 작가와의 대담에는 이나바 마이(광운대부교수)도 참석한다.

그리고 시간이 없어 참석하지 못하거나, 이 전시에 공감하여 함께 하실 분들은 아래 계좌로 후원하면 된다.

 

한 분 한 분의 소중한 관심과 정성을 모아 희생자를 위한 작은 진혼의 공간을 만든다고 한다.

[국민은행 001-01-1312-884 안해룡]

 

그리고 오는 10월 29일까지 용산구 청파동 소재 식민지역사박물관 1층

돌모루홀에서 열리는 '간토대학살 100년 은폐된 학살, 기억하는 시민들' 기획전도 추천한다.

‘민족문제연구소’가 주최하고 ‘식민지역사박물관’이 주관하는

이 간토대학살 100주년 기획전은 '도쿄, 조선인 대학살의 거리' 展보다 더 많은 사료와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100년 전 조선인 대학살의 비극을 의미 있고 생생하게 복원해 놓았다.

 

"위령비로 간토대지진 때 조선인 학살을 기억하려 했지만 허전함을 지울 수가 없었다.

추모의 기록, 추모의 공간이 유리 상자 안에 갇혀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다.

그러다 만난 조선인 학살 지도. 생생한 증언과 기록이 관련 자료를 명기하고 지도에 표시되어 있었다.

머리 속 상상 이상으로 가해의 묘사는 절절하고 처참했다.

일본이라는 국가 권력이 자행한 잔혹한 조선인 학살의 역사는 도쿄의 거리가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 안해룡-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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