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에서 지내는 날은 유독 밤이 한가롭다.
티브이도 컴퓨터도 없으니, 볼거라고는 책 밖에 없다.
뭘 볼까 살피다, 성남훈씨의 ‘소록도’사진집이 눈에 박힌 것이다.




 


그 사진을 처음 본 것은, 20여년 전 ‘삼성카메라’에서 일할 때였다.
‘삼성포토갤러리’에서 열린 성남훈씨 ‘소록도’ 전시를 보며 감흥을 받은 것이다.
그 좋았던 기억이 사진집을 다시 꺼내 보게 만들었다.






성남훈씨의 ‘소록도’ 사진은 볼수록 정감이 가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좋은 사진이다
한센병 환자들의 가슴 아픈 삶의 모습이 세월의 두께에 숙성되어
그 당시 받은 감흥보다, 더 큰 울림을 주었다.
소외되고 고통 받은 이들의 아픔이, 큰 사랑으로 빤짝였다.





성남훈씨가 보여준, 당시의 이미지들은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것이거나,

혹은 숨기려 했거나, 아무도 모른 척 했거나, 아니면 관심조차 없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는 전쟁폐해에 의한 가난과 기아, 병자 등 약자나 소외계층의 삶을 서슴없이 보여주었다.

우습게도 예술이란 것이,  아픔의 고통이 클수록 사람들은 더 감동하고 예술성을 높게 산다.






일세기가 지난, 기나 긴 역사의 소록도 애환은 보는 이의 가슴에 사무친다.
소록도를 기록한 사진들이 더러 있지만, 성남훈씨 사진을 아무도 따를 수가 없다.
그는 잘 못 인식되었던 다큐멘터리사진의 실체를 온 몸으로 보여 준 사진가다.





한센병환자들이 머무는 '소록도'는  전라도 고흥군에 위치한 조그만 섬이다.

1910년 선교사들이 세운 ‘시립 나 요양원’에서 시작되어

1916년 주민들의 민원에 의해 소록도 자혜병원으로 정식 개원되었다.

'소록도'는 아픔의 섬이었고, 치유의 섬이었다





그 당시 프랑스에서 체재하다 돌아와, 제일 먼저 달려간 곳이 소록도라고 한다.
어느 누가? 그 곳에 들어 가 사진 찍을 생각을 할 수 있으랴!
깊은 상처를 보여주기 꺼려하는 그들을 접근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사진가의 진정성을 느끼고, 교감을 이루기까지의 노력은 보나마나다. 



 


다큐멘터리사진의 제일 중요한 덕목이기도 하지만,
사진보다 인간적으로 그들의 삶에 다가갔다는 점을 높이 산다.
그 앞에 작업한 루마니아 집시 생활상에 이어 인간애를 다룬 두번째 작업이다.






삼 년동안 두 달 넘게, 그곳에 생활하며 이루어 낸 역작들은, 이제 역사가 되었다.
그의 사진은 사회비판이나 캠페인보다, 인간에 대한 애정과 서정성이 짙게 깔려 있다.
큰 목소리보다, 잔잔한 여운이 깊고 오래간다는 것을 증명한다.






성남훈씨의 촬영기록에 적힌 마지막 글은 자기 밖에 모르는 오늘의 현실을 반성케 한다.


“소록도에서 만난 사람들의 기도 속엔 자신들의 이야기보다

세상을 살아가는 이웃의 평안을 비는 시간이 더 많다”





때로는 많은 말보다, 조심스럽게 등 도닥여주는 행동이 더 큰 위로가 된다.

'소록도'가 한센병 걸린 불쌍한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으로만 생각하는 우리들에게,

그곳에도 우리네와 똑 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말 없이 보여준다.



글 / 조문호









성남훈 (다큐멘터리 사진가)




신동필 (다큐멘터리 사진가)



                                                     -동아일보 1985.3.14일자-(동아미술제 대상 발표 및 인터뷰기사)

 

 

 

 

 

                               -조선일보 1990.2.6일자- ("전농동"사진전에 대한 인터뷰기사)

 

 

 

----------------------------------------------------------------------------------------------------------------------------------------------------------

 

[매일경제 1989.6.8]

 

사진가모임 '사진집단 사실'창립

 

시대진실의 기록 고발인으로 의기투합

 

사실주의 사진만을 추구하는 사진가집단 사실 (대표 최민식)이 최근 창립모임을 갖고 정식 출범했다.

 

기존의 우리 사진계가 개인적이고 소극적인 형태로 현실을 외면한 창작행위에 머물고 있음을 비판하면서 출발한 이들은 사진은 사회현실의 진실된 기록이며 고발이어야 한다고 선언. 이 시대의 성실한 기록인이며 고발인으로서의 사진작가활동에 뜻을 같이 한 최민식 등 프리렌스 9명으로 구성되었다.

조문호, 이석필, 김문호, 안해룡, 추연공, 이용남, 김인우, 이재혁 등 3-40대 작가들이 주요맴버.

 

최민식은 인간을 주제로 26년간 작품활동을 펴 왔으며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널리 알려진 작가, 호주 '인생과 그의 감정전'에서 특별상을 수상했으며 미, 불, 일 초청 사진전 등 해외에서의 활동이 많은 사진작가다. 또 조문호는 '전농동588'라는 사창가를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사진가이고, 추연공은 로이터통신의 프리랜서로, 이재혁은 농촌문제만 찍는 사진작가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일반적인 사회시각과 달리 소외계층의 생활상과 사회비판 고발적인 경향의 작품들을 발표하게 된다.

분기별 정기모임을 통해 회원간의 창작물을 발표, 평가하는 한편 매년 회원들의 공동작품집도 발간할 계획.

또 외국리얼리즘 사진작가 그룹과의 국제교류전도 추진할 예정이다.

 

회원들의 첫 작품발표회는 오는 10월경 가질 예정이다 (경)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