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rnal Golden

김지희/ KIMJIHEE / 金智姬 / painting

 2023_0623 2023_0714 / ,월요일 휴관

김지희 _Sealed smile_ 한지에 채색 , 24K  금박 _116×91cm_2023

 

김지희 홈페이지_www.kimjihee.net

 

초대일시 / 2023_0623_금요일

후원 / PBG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월요일 휴관

 

 

가나포럼스페이스

GANA ART FORUM SPACE

서울 종로구 평창3028 옥션하우스 1

Tel. +82.(0)2.720.1020

www.ganaart.com

 

영원히 빛날 희망의 길을 향하여  "예술가에게 진실이란 가변적인 것으로, 그것은 그가 스스로 선택한, 바라보기의 어떤 특정한 방식이다. 예술가에게는 자신의 결정 이외에는 등을 기댈 곳이 없다. 예술의 이러한 임의적이고 개인적인 요소 때문에, 우리는 어떤 작품을 보며 예술가 본인의 계산을 제대로 따라가고 있는지 혹은 그의 생각의 흐름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다. 대부분의 예술품 앞에서 우리는, 마치 나무 한 그루를 앞에 놓고 섰을 때처럼, 전체의 일부분만 볼 수 있고 거기에만 다가갈 수 있다. 뿌리는 보이지 않는다."1) - 존 버거, 초상들, 열화당, 2019, 42 김지희는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그만의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 작가에게 그림이란 가변적인 진실을 전하기 위해 오랜 시간 연마한 그만의 표현 수단이며,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숙고하며 바라본 세상에 대한 그의 시선과 관점을 전하기 위한 하나의 실천 방식이다. 작가는 2008년 이후 현재까지 Sealed Smile연작을 중심으로 욕망을 과시하는 삶과 욕망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희망에 대해 언급해 왔다. 이번 전시를 통해 소개하는 Eternal Golden연작 역시 이전 작업과 같은 맥락에 위치해 있지만, 작가는 여기에 '영원'이라는 시간적 맥락을 더해 밝게 빛나는 희망의 영광이 영원히 지속될 수 있길 소망한다. 김지희가 작품을 구상하고 완성해 나가는 동안 침투한 수많은 임의적이고 개인적인 결정에 의해 작품의 회로는 복잡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작품을 관통하는 의미를 어느 정도까지 발견하고 공감할 수 있을지를 결정하는 건 온전히 관람자의 몫이다. 본고는 작업에서 발견한 주요한 맥락과 필자의 생각을 단편의 글로 제시하기보단, 관람자가 스스로 작가의 판단이 깃든 과정을 되짚으며 작품의 뿌리로 더 깊숙이 침투할 수 있도록 가이드 역할을 한다. 이 단서가 관람자에 따라 다르게 와닿을 의미의 초석이 되길, 또한 이를 통해 보이지 않는 작가의 깊숙한 곳까지 당신의 시선이 닿을 수 있길 바란다.

 

김지희_Sealed Smile_한지에 채색, 24K 금박_163×130cm_2023
김지희_Sealed smile_한지에 채색_72×60cm_2023

01. 기법과 장르: 동양화와 초상화 김지희는 전통 동양화 기법을 고수하며 초상화만을 그린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장인 정신이 깃든 동양화의 깊이와 재료가 가진 수공예적인 분위기에 이끌려 동양화에 매료되었던 작가는 자연스럽게 이를 전공으로 택했다. 이후 그는 꽤 오랜 시간 전통 동양화 기법을 연마했다. 그는 여러 기법 중 장지(壯紙) 위에 채색하는 방식을 주로 활용하는데, 얇은 한지를 여러 겹 덧대어 두껍게 만든 장지는 재료 특성상 물감이 빠르고 옅게 스며든다. 따라서 이러한 방식은 일반적으로 서양화 기법보다 더 많은 시간과 정교한 작업이 요구되며, 재료를 다루는 방식 또한 까다롭다. 완성된 작품만 놓고 보면 팝아트적인 분위기가 강하지만, 그의 정체성을 동양화로 유지하며 작업을 지속하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작가는 유년 시절부터 삐에로나 울고 있는 아이 등 인물을 자주 그렸으며, 동양화를 전공하던 대학 시절에도 무엇을 그리든 결국 다시 초상을 그리게 되었다. 풍경이나 정물이 아닌 인물을 소재로 삼는 그는 그림을 통해 사람과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고자 함을 알 수 있다. 초상을 쫓는 그의 한결같은 취향은 작품 활동으로도 이어지며, 2008Sealed Smile연작을 발표한 이후 현재까지 인물의 얼굴과 동물의 초상을 변주하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김지희_Sealed smile_한지에 채색_116×91cm_2023
김지희_Sealed smile_한지에 채색_163×130_2023

02. 중첩된 레이어: 배경 위에 얼굴, 얼굴 위에 안경, 안경 안의 또 다른 시선 김지희의 모든 작품은 배경과 얼굴, 안경이라는 세 겹의 레이어로 구성되어 있다. 얼굴의 윤곽을 잡은 후, 그 위에 안경을 더하면, 자연스럽게 배경이 남는다. 그는 이 세 가지 요소를 제외한 모든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해, 그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더욱 명확하게 드러낸다. 따라서 작가의 작품을 감상할 때, 배경-얼굴-안경을 대조하며 입체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세 가지 요소는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듯하지만, 배경과 얼굴 위에 남겨진 안경과 그의 표정을 포개어 살펴보면 또 다른 방향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배경과 안경으로 화면 속에 또 다른 화면을 구성한 작가는 그 안에 이미 잘 알려진 대가의 작품이나 상징적인 이미지를 그려 넣는다. 이해를 돕기 위해 한 가지 예를 들자면, Sealed smile의 배경에는 겸재 정선의 여산초당도(廬山草堂圖)(18세기)의 일부가, 안경 왼쪽엔 산드로 보티첼리의 프리마베라(Primavera)(1477-1482)의 부분이, 오른쪽엔 여러 명품 디자인에 자주 활용되는 하운즈투스 체크무늬가 그려져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품고 있는 인물의 입 모양은 다른 작품에서와 마찬가지로 모호한 미소를 띠고 있는 듯하다. 작품 안에 밀집된 세 겹의 레이어는 언뜻 보면 모두 어긋나있다. 비너스와 에로스, ()의 여신 등이 등장하는 보티첼리의 그림과 사냥개의 날카로운 이빨 모양을 닮은 하운즈투스 문양을 바라보고 있는 오묘한 표정의 초상 속 여인 뒤엔 고요한 산에서 칩거하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당나라 시인의 집과 풍경이 그려져 있다. 동서양이 혼재된 이미지 속에는 아름다움을 욕망하는 태도와 피어나는 사랑, 이 모든 것들을 욕망하는 시선이 여러 겹의 레이어로 담겨 있으며, 한없이 목가적인 풍경이 이 모든 것을 지탱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모순은 욕망과 희망 사이의 간극을 더 적나라하게 드러냄과 동시에 유기적인 관계를 생성한다. 욕망을 상징하는 도상과 모든 욕망을 배제하려는 상태의 대치, 보티첼리의 원작에는 등장하지만, 그의 그림에는 배제된 신들의 사자(使者) 헤르메스와 소녀의 왕관에 그려진 사자(獅子) 장식 등 그림 속에 등장하는 욕망과 희망을 둘러싼 관계에 대한 탐색을 마치 끝말잇기 하듯 이어가 보자. 뚜렷한 맥락이 없는 이어짐일지라도 연속된 발견과 그 사이를 이어가는 과정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김지희_The Fancy Spirit_한지에 채색, 24K 금박_130×193cm_2023
김지희_The Fancy Spirit_한지에 채색, 24K 금박_163×130cm_2023

03. 그림의 소재: 우리가 염원하는 것, 욕망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에 대하여 제한 없는 끝말잇기를 하염없이 이어가도 길을 잃고 방황하지 않을 수 있는 이유는, 작업을 관통하는 보이지 않는 뿌리 자체는 변함없이 그 작업을 지탱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두에 밝혔듯 김지희는 욕망하는 태도를 부정적으로 보지 않고, 욕망하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희망에 대해 생각한다. 작가의 초상은 그 자체로 장식적이고 화려하며, 탐하는 것을 감추지 않고 과시한다. 욕망은 염원을 향한 열정적인 마음이기에 욕망하지 않는 삶은 오히려 지루하다. 그림을 사이에 두고 욕망의 대상을 양방향에서 바라보고 있는 그림 속 피사체와 당신을 서로에게 투과해 보며, 욕망 속에서 빛나고 있는 희망의 불빛을 따라가 보자. 결국 모든 희망은 그 불빛을 자각할 수 있는 당신에게서 시작되며, 욕망하는 삶은 희망의 씨앗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맹나현

* 각주1) 존 버거, 톰 오버턴 엮, 김현우 번역, 초상들, 열화당, 2019,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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