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은 마음이 바빴다.
‘수림사진문화상’ 시상식이 열리는 팔판동 ‘한벽원갤러리’에도 가야하고,
인사동 ‘경인미술관’의 류경선교수 추모 사진전과 ‘리서울갤러리’의 사진가 6인전에도 들려야하기 때문이다.
사실 젊은 사진가들 수상부터 축하해 줘야지만, 컨디션이 좋지 않아 늘 하든대로 인사동을 기록키로 했다.
‘경인미술관’ 가는 길에 사진가 김광수씨와 가수 신현수씨를 만났고, 전시장에서는 류경선씨 유가족을 비롯하여
사진가 강운구, 최인진, 최재영, 김녕만, 양재문, 차정환, 김종호, 이평수, 노연덕씨 등 많은 분들을 만났다.
개막식이 채 끝나기도 전에 6인전이 열리는 ‘리서울갤러리’로 자리를 옮겼는데,
변홍섭, 윤 옥, 창 남, 이성은, 최영진씨 등 전시 작가들과 지인들이 모여 한담을 나누고 있었다.
전시작품들은 대부분 그림 같은 사진이었는데, 유독 정신과 의사라는 이현권씨 작품 한 장이 눈에 밟혔다.
급히 와인 두세 잔을 마시고 뒤풀이에 합류했다.
윤 옥씨와 변홍섭씨 등 내가 잘 아는 분들은 술을 마시지 않아 혼자 부지런히 들고 나왔다.
돌아오다 참새가 방앗간을 못 지나치듯 ‘유목민’에 잠시 들렸는데, 아! 이게 누군가?
구자호, 엄상빈, 이규상씨 등 뜻밖의 반가운 모습들이 보였다.
아마 ‘수림사진문화상’ 시상식에서 이쪽으로 자리를 옮긴 모양인데, 좀 있으니 수상자 장 숙씨도 모습을 드러냈다.
평소에는 사진 찍히는 걸 무던히도 싫어하는 장 숙씨가 이날따라 상장까지 펼쳐 보이며 포즈를 취해줬다.
옆 자리에는 김명성, 이상훈, 김은영씨가 있었고, 안쪽에는 강선화, 공윤희씨의 모습도 보였다.
반가운 김에 소주 몇 잔 받아마셨더니, 평소와 달리 몸에 힘이 슬슬 풀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급히 양해를 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으나, 결국 지하철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도저히 서 있을 기력이 없어 한 쪽 구석을 비집고 바닥에 앉아버린 것이다.
아마 평소같이 술만 취했더라면 잠들어 종점까지 갔을 텐데, 이 날은 정신이 말짱한데다 이마에 진땀까지 흐르기 시작했다.
녹번역에 간신히 내렸으나 계단을 올라 갈 힘조차 없었다.
화장실로 들어가 좌변기에 앉아 엎드려있었으나, 진땀은 계속 흘렀다.
더 이상 머물 겨를은 아닌 것 같아 난간을 잡고 한 계단 한 계단 쉬며 올라갔더니, 계단에서 떡 팔던 아주머니가 말을 건낸다.
“빈속에 술을 너무 많이 자셨군요. 떡 좀 자시고 정신 차리세요”
웃지도 울지도 못할 상황이었다.
지하철에서 나오자마자 택시 잡아타고 집으로 돌아와 거울을 들여다보니 꼴이 사색이었다.
아내는 더 이상 술 마시지 말라는 경고를 보낸 것 같다지만, 난 정선 가서 좀 쉬었다 오라는 메시지라며 자위했다.
자리에 누웠더니 많이 나아졌으나, 이런 저런 생각에 통 잠이 오지 않았다.
할 일은 많으나 서서히 떠날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정선이던 저승이던...
사진,글/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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