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사진가 권 철씨가 제주바람을 몰고 인사동에 나타났다.
제주에서 끝낸 이호테우 사진 보따리를 인사동 ‘토포하우스’에 푼 것이다.
지난 8일 오후6시경 첫 팡파레를 울렸는데, 아주 가축적인 분위기였다.
권 철씨를 처음 만난 것은 작년 '눈빛출판사'의 출판보고회였다.
20여 년 동안 일본에서 활동하다 왜 갑자기 귀국했을까? 궁금했다.
고단샤 출판문화상까지 받아가며 사진가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는데 말이다.
아마 척박한 우리나라 다큐멘터리 사진에 바람몰이 할 전사를 자처한 모양이었다.
그는 귀국과 함께 쉴 틈도 없이 제주도 이호테우 해변에 초점을 맞추었다.
거대한 중국자본에 잠식되어가는 제주 이호테우를 향한 100일간의 프로젝트였던 것이다.
그 땅에서 평생 살아 온 해녀 할망들에 대한 어프로치도 적중했다.
전시장입구에는 제주 이호동장의 축하화환 하나가 자랑스럽게 버티고 있었는데,
대통령의 화환보다 더 돋보였다. 작업하는 동안 얼마나 그 곳에 헌신하며
인간적인 관계를 맺어왔는지 그 화환 하나가 다 말해주고 있었다.
다큐멘터리사진이란 그런 것이다. 늘 약자 편에서 그들과 함께 해야 하니 말이다.
그는 해녀들의 일상적인 삶은 물론 물밑까지 따라다니며 동고동락을 같이 했다.
해녀들은 바다에서 소라를 땄지만, 권철은 돈 안 되는 보석을 캔 것이다.
전시장에 들어 선 첫 느낌은 뭔가 꿈틀거림이었다. 마치 낙지가 꿈틀거리듯...
사진이 너무 좋았다. 나는 바다 내음 물씬 풍기는 이호테우해변 사진을 보며
우리 민초들의 한을 보았고, 그들의 삶의 역사를 본 것이다.
사진도 사진이지만, 사람이 진국인 것 같아 더 좋았다.
그날 참석한 분들과 어울려 이차, 삼차까지 마시고, 노래도 불렀다.
‘인천에 성냥공장, 성냥 만드는 아가씨!’ 그 거룩한 노동가를....
그런데 또 하나 조가 맞는 것은 둘 다 개털신세라는 점이다.
존경하는 최민식선생 상금 좀 얻을려고, 나는 작년에 그는 올해 출품해
다행스럽게 미끄러진 것이다. 둘 다 작업비 좀 마련하려 헛 지랄을 떨었다.
진작 만났다면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귀띔이라도 해줄 수 있었을 텐데....
그날 모인 용사로는 권철을 비롯하여 엄상빈, 이규상, 김남진, 정영신, 김지연, 이은숙,
장 숙, 강인구, 마기철씨와 제주에서 올라 온 풍각쟁이 정신지와 첼리스트 윤지윤이다.
그 두 소녀가 만드는 흥에 모두들 뿅 갔다. 정말 잘 놀더라.
전시는 오는 14일까지 이어진다.
바쁘면 '눈빛출판사'에서 발행한 눈빛사진가선13 '이호테우' 권철사진집을 구해 봐도 된다,
사진집 한 권에 12,000원이니, 그저나 마찬가지다.
“그라고 이거는 당신한테만 살짝 이바구하는 비밀인데,
사진판의 마당발 곽명우하고 제주 풍각쟁이 정신지가 연애 중인데, 곧 떡국 묵게 될 것 같더라“
사진,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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