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이다. 살아있는 예술이 있는 거리를 서성이다보니 능력에 관계없이 골동품과 진열 문화에 빠져든다. 해 묵은 기와집이 추억의 거리라기에는 옛 모습을 겨우 겨우 유지하는 풍경이라 안타깝다.

-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쓰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노라고 말하리라. -
골목 어귀 찻집 문고리에 ‘귀천’의 대표작을 인용한다. 서너 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 고인의 흔적이 구석구석 묻어 있다. 미망인이 만든 모과 차 한잔을 주문한다. 현대 문명에 길들여진 우리들에게 이 작고 초라한 찻집은 느낌보다도 더 중요한 진실이 담겨져 있다.
막걸리를 좋아 했다던 그 분의 시(詩)에는 늘 술 냄새가 났다. 꾸밈없는 동심으로 아내에게 얻은 용돈 500원으로 행복했다는 그 분의 미망인을 본다. 마침 손님이 없어 마주앉을 기회가 왔다. 성하지 못한 남편을 친정어머니에게 맡긴 죄로 고개를 들기 싫단다. 오래 전 와 본 거제도 여행은 늘 꿈꾸는 섬 이야기로 남겨두고 산단다.

글을 한답시고 여기 저기 기웃거린 지 햇수로는 수년째지만 늘 머릿속이 하얀 백지인 채로 글벙어리다. 귀천님의 흔적을 밟으며 날개도 없으면서 날지 못해 속을 태운 나의 모습은 끝없는 부끄러움에 몸을 낮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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