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 역사성화 61점을 완성한 최종린 화가 인터뷰

 

 ▲ 5일 '한민족 역사성화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작품 <신시개천>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최종린 화가


“상고사를 되찾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은 많았죠. 저도 국민의식을 깨우는 작업을 해왔기 때문에 (이번 전시가) 그분들의 해온 일이 음식이라면 그 위에 조미료를 뿌렸다고 봅니다. 이것을 시작으로 대중적으로 더 재밌는 콘텐츠가 많이 나와야 해요.”

지난 5일 서울 인사동 갤러리이즈 1층에서 만난 최종린 화가(44)는 선도문화진흥회(이사장 만월 손정은)가 주최한 한민족 역사성화 전시회(클릭)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최 화가는 20대 초반에 선도(仙道)수련을 했다. 그의 그림이 ‘선仙의 세계’를 담게 된 계기다. 그동안 미국 애리조나주를 중심으로 활동했다. 지난 2009년 선도문화진흥원의 의뢰를 받아 마고시대부터 단군조선시대까지의 역사를 5년 동안 61점의 그림으로 완성했다. 전시회는 17점이 출품됐다.

“한 작품씩 계획적으로 하지는 않았어요. 떠오르면 바로 그렸죠. 안 떠오르면 수행하거나 등산하고 그랬습니다.”

전쟁의 군신(軍神), 치우천왕의 다른 모습은?

올해 브라질 월드컵이 열린다. 이날은 100일을 앞둔 붉은악마와 시민 1천여 명이 서울광장에서 출정식도 했다. 붉은악마는 배달국 14대 ‘치우천왕’으로 유명하다.

치우천왕을 처음으로 그린 최 화가는 “제일 극적인 인물이라 재밌게 그렸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그런데 그림을 자세히 보면 전쟁에 나서는 장수의 모습이지만, 무섭지가 않다.

“치우천왕을 지배자의 모습으로 패국적으로 그린 그림도 있습니다. 저는 힘도 있으면서 백성들을 품는 연민의 모습도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리게 되었는데 의도했던 것에는 많이 못 미쳐요.(웃음)”

치우천왕은 동양의 군신으로 숭앙됐다. 한고조 유방이 전쟁에 나갈 때마다 치우 천왕에게 제를 올렸다고 전한다.

최 화가는 “여러 자료를 보면 덕(德)으로 다스린 모습도 있다. 그런 부분에서 시각을 달리해서 봐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백성과 같은 옷을 입은 ‘단군’

최 화가의 말을 듣고 나니 그림이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 왕의 옷이 백성들과 같은 점도 흥미로웠다.

“너무 권위적이지 않게 일반 백성과 차이가 없도록 표현했습니다. 배달국이 밝은 땅을 나타내죠. 태양을 닮은 옷인 흰옷을 주로 입었습니다. 왕과 신하가 다르다는 것보다 함께 아우르는 상징일 수 있죠. 백성과 비슷한 하얀 옷으로 진리를 품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이어 <신시개천> 그림으로 자리를 옮겼다. 배달국 1대 거발환(居發桓) 환웅이 나라를 세우고 신단수 아래에서 신시(神市)를 개천하는 모습을 그렸다.

지난 2004년 천안 국학원 개원 기념으로 전시한 <신시개천도>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한 손에 청동거울과 방울을 들고, 또 한 손은 검을 치켜든 모습이었다. 3천여 명의 백성들보다 더 높은 단상에 있는 환웅의 모습은 그림을 압도한다. 이에 반해 <신시개천>에서 환웅은 신하들과 같은 위치에서 검을 들었다. 그러나 환웅이 높이 든 칼의 뜻은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검은 법입니다. 우리 민족의 천지인(天地人) 사상이죠. 근본적인 법을 들고 나왔다고 보면 됩니다.”



▲ 5일 '한민족 역사성화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최종린 화가가 <배달국 14대 치우 환웅>을 보고 있다(사진=선도문화진흥회)
 
스스로 자랑스러운 역사를 만들어야

한민족의 역사를 담았다고 해서 동양적이지 않을까 했는데 서구적인 느낌도 든다. 초등학생이 보면 환웅 할아버지가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간달프’라고 볼 수도 있겠다고 농을 던졌다.

“그런 느낌이 있죠. 동양적이지도 않고 서양적이지도 않은 그런 느낌을 주고 싶었습니다. 모든 인종을 복합적으로 그리다 보니 서양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네요.(웃음)”

인사동은 외국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 그들은 작품을 어떻게 봤으면 좋겠는지 물어봤다.

“어떻게 보면 우리 민족 우월주의나 국수주의라고 볼 수도 있는데, 근본적인 사상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인류를 포괄할 수 있는 홍익정신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역사보다 그 분들이 가진 정신과 사상에 초점을 맞춰서 보면 그분들과 우리가 분리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공감하게 될 겁니다.”

단군조선 47대 마지막 단군 고열가를 그린 <2천년 후의 약속>으로 자리를 이동했다. 이 그림에서 주목되는 것은 산을 배경으로 뒤돌아선 단군의 표정이다.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감정을 담고 싶었어요. 나라를 폐관하고 산으로 수행하러 가는 모습에서 민족적인 애환도 있을 것이고 어떤 미래에 대한 희망도 있지 않았을까요? 감정을 초월한 면도 있습니다.”

최 화가는 우리 민족이 인류의 뿌리 민족이라고 하는데 우리 스스로 말하지 않고 중국이나 일본에서 역사를 조명할 수 있어야한다고 지적했다. 과거의 역사에 갇히는 것이 아니라 자랑스러운 미래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는 그의 말에 공감됐다.


■ 최종린(Al Choi)

1971년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났다. 20대 초반에 선도수련을 했다. 이후 선仙의 세계를 그리기 시작했다. 선도수행과 명상은 그의 무의식을 깨워주어 그림 작업에 무한한 생명력과 창조력을 불어넣어 주었다고 한다. 그동안 미국 애리조나 주를 거점으로 활동했다. 지금은 국내에서 작업하고 있다.


2000년 세계밀레니엄 세계평화회의 전시(서울 코엑스)
2000년 개천절 행사 초대전
2003년 미국, sedon artist association 공동전
2003~2004년 미국, SHAA(sedona healing art association) 아트디렉터&전시 활동
2007~2009년 미국, jerome art association 공동전
2008년 NOISE 아리조나 매거진 인터뷰
2008년 미국, 스캇데일 갤러리 전시
2008년 미국, 세도나스토리 전시

[브레인 미디어] 글, 사진. 윤한주 기자 kaebin@lyc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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