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27일 오후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 2층 예술가종합지원실. 전화벨 소리에 상담원 조연진씨가 수화기를 들자 다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저희 아버지가 전업 화가인데요. 문화예술진흥기금 지원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죄송한데요, 2014년도 문예진흥기금 신청은 2013년 12월31일 이미 마감했습니다.” 기운이 빠진 것 같은 민원인에게 조씨가 친절하게 차후 절차를 소개했다. “2015년 문예진흥기금은 오는 10, 11월쯤 공모할 예정이니까 그때 신청을 해보시죠. 자세한 내용은 시각예술지원 담당부서 직통번호를 알려드릴 테니 그리로 전화해 문의하세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권영빈)가 운영하는 예술가종합지원실이 지난해 11월 문을 연 뒤 어느덧 3개월을 보냈다. 그동안 방문 상담 532건, 전화 상담 361건 등 900건 이상의 상담을 처리하며 예술인들 사이에 ‘고민 해결소’로 어느 정도 자리매김을 했다.
현재 지원실은 박설아 팀장 등 상담원 4명이 상근하며 ‘예술가지원 통합콜센터’ 역할을 하고 있다. 경제적 이유 등으로 창작에 곤란을 겪거나 부당한 저작권 침해를 당했을 때 국번 없이 1566-0013으로 전화하면 누구나 상세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아무래도 문예진흥지금 신청 기간이나 방법을 묻는 질문이 가장 많고요. 극단 같은 예술단체 설립에 관한 문의, 생계가 어려운 예술인에 대한 긴급복지지원 관련 문의 등도 자주 눈에 띕니다. 지원실이 대학로에 있다보니 직접 찾아와 상담을 받는 예술인이 의외로 많습니다.”(박 팀장)
물론 예술인들의 모든 요구사항을 지원실이 다 들어줄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날 지원실에 전화를 건 한 민원인은 다짜고짜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 예술인 의료비 지원을 신청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거세게 항의했다.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 2층 예술가종합지원실 직원들이 예술인들에게서 걸려 오는 상담 전화를 받고 있다.
지원실은 2013년 11월 개소 후 전화 상담과 방문 상담 등 900건 이상을 처리했다.
“아픈 몸을 이끌고 각종 서류를 잔뜩 떼 들고 갔는데 이럴 수 있느냐”며 화를 내는 민원인한테 상담원이 “예술 활동증명을 받았느냐”고 물었지만 정확한 의사소통 자체가 힘든 상황이었다.
결국 상담원은 “예술인복지재단 측에 얘기해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이유를 직접 설명하도록 하겠다”고 겨우 매듭을 지었다.
지원실의 정확한 기능을 몰라 엉뚱한 문의를 하는 이용자도 더러 있다. 예술공연 관람을 안내하는 곳으로 잘못 알고 공연정보를 묻거나, 예술가가 되는 길을 알려주는 곳으로 오해해 ‘등단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는 경우 등이 대표적이다.
박 팀장은 “아직 3개월밖에 되지 않아 홍보가 널리 이뤄지지 못한 측면도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상담 인력을 늘리고 상담 내용도 다양화해 예술인들에게 서울시의 ‘120다산콜센터’ 같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일보]글=김태훈, 사진=이제원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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