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20일 송년회를 갖는 다는 ‘갤러리 브레송’ 김남진 관장의 연락을 받았다.
서인형씨와 함께 충무로로 갔더니, 마침 김미경씨의 ‘익숙함의 경계에서’ 사진전이 열리고 있었다.
아마 개막식을 겸해 송년회를 갖는 것 같았다.
전시장에는 전시 작가 김미경씨를 비롯하여 김남진, 김문호, 양재문, 이주영, 이수철, 김동진, 김형기,
강제욱, 박찬호, 이경자, 라인석, 최인기, 박신흥, 하지권씨 등 많은 사진가들이 모여 있었다.
좀 있으니 곽윤섭, 김영호, 정영신, 고정남씨도 나타났다.
난, 전시 작가 김미경씨를 잘 모른다.
전시장 출입은 가급적 자제하지만, 송년회 덕에 보게 되었으니 감상문이라도 몇 자 적지 않을 수 없다.
김미경 전시작
전시 작품을 돌아보니, 그렇고 그런 일상적인 풍경들이 마치 도면을 보듯 낯설었다.
사진에 등장하는 내용은 집이나 길, 나무, 전신주 같은 주변에 늘려있는 흔한 것을
간략하게 구성하여 맥락을 단절시켰더라.
정사각형 프레임으로 철저하게 객관화시킨 풍경이 차분하게 가라 앉아 있었는데,
사람이라고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낯선 풍경은 생소한 미적 체험이기도 했다.
튀지 않는 사진의 색조나 정면에서 바라 본 정사각형의 프레임 등 모든 것이 철저한 계산에 따랐다.
전혀 낯설지 않은 일상적인 풍경을 낯설게 만든 것이 작가의 의도였다.
그 낯선 살풍경은 오늘의 시대상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난, 사진하는 사람들을 대충 네 종류로 분류한다.
첫째, 생활에 여유가 있거나, 직업은 다른데 두고 취미로 하는 사람은 현명한 사람.
둘째, 상업사진이나 사진기자 등 사진을 직업으로 선택하여, 사는데 어려움이 없으면 복 받은 사람,
셋째, 가난한 사람이 문화발전이나 사회개선을 위한 사명감으로 한다면 미련한 사람.
넷째, 가난한 주제에 사진으로 명예도 얻고 돈도 벌 목적이라면 불쌍한 사람으로 본다.
셋째는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이고, 넷째는 사기꾼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 전시하는 김미경씨는 첫 번째 케이스의 현명한 사람인데,
그것도 밥 팔아 똥 사먹는 헛짓하는 분들이 많은 현실에서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어 축하할 일이었다.
개막식에서 이수철씨가 전시작품의 맥락을 설명했고, 지도작가인 김남진 관장이 보충 설명했다.
전시회에 참석한 이경자씨는 강서구 공항대로에 ‘올브갤러리’를 개관했다는 소식을 전해 주기도 했다.
김미경씨의 ‘익숙함의 경계에서’전은 오는 29일까지 열리니, 한 번 관람하시기 바란다.
다들 송년회 자리로 옮겼는데, 한동안 충무로에 가지 않았더니 바뀐 것도 있었다.
‘갤러리 브레송’에서 단골로 애용하던 ;충무해물탕‘이 문을 닫아
옆에 새로 생긴 ’강화통통‘이란 고깃집에서 송년회를 겸한 뒤풀이를 했다.
전 날 과음해 십겁한 터라 술을 아껴 마셨는데, 2차로 간 ’그린호프‘에서는 콜라나 마셨지만 어쩌겠는가?
살아남기 정말 힘든 것이다.
이 달까지 금주라는 서인형씨는 술 한 잔 마시지 않으면서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데...
새해에는 다들 좋은 일이 많기를 바라며 건배를 했다.
“조선 찍사들을 위해 다 같이 건배~”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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