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글 쓰는 건 생각을 몸으로 드러내는 일이죠”
필기구로 쓰면 글 잘써져
초안·교정작업 땐 만년필로
책 읽으며 밑줄 칠때 ‘행복’모은필기구다써보는게내인생목표중의하나
박영택 경기대 교수가 연구실에서 자신이 모은 필기구들을 보여주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필기구를 좋아하지 않나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유난히 필기구에 애착이 많았습니다.”
박영택 경기대 미술경영과 교수(51)의 필기구에 대한 애정은 차고도 넘쳤다. 샤프펜슬이 처음 등장했을 때 스스로가 ‘환장했었다(?)’고 회상할 정도다. 독특하고 예쁜 연필과 볼펜, 만년필 등 그가 지금까지 수집한 필기구는 600여점. 명품 <몽블랑> 만년필을 비롯해 원고지에 연필로 직접 작품을 쓰는 유명 소설가 김훈씨가 애용한다는 <파버카스텔(Faber-Castell)> 연필 등등 종류도 다양하다.
“수집 자체가 목적은 아니에요. 20대 후반부터 제 마음을 사로잡는 디자인과 색상의 필기구들을 자연스럽게 모은 거예요. 다 쓴 필기구도 버리지 않다 보니 여기까지 이르렀네요.”
그는 꼭 명품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일주일에 한번 대형서점에 들렀을 때 눈에 띄는 필기구를 한두개씩 사 모은 것. 학생들에게 ‘취향’이 널리 알려져 스승의 날 선물로 그가 좋아하는 청색 볼펜 등을 선물받을 정도다. 심지어 자녀들도 어버이날엔 그에게 필기구를 선물한다.
미술평론가라는 직업상 글쓰는 일이 잦은 그에겐 필기구가 더더욱 친숙한 벗이다. 그는 초안을 잡을 때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게 아니라 필기구로 쓴다. 그 다음 본격적인 글은 컴퓨터를 이용하지만 컴퓨터에서 작성한 글을 인쇄한 뒤 교정할 때는 연필이나 만년필을 쓴다.
“필기구를 손에 잡으면 글이 훨씬 잘 나갑니다. 책을 읽으며 밑줄 칠 때는 행복하고요. 그래서 필기구가 참 매력적이에요.”
그는 필기구를 통해 자신의 손으로 글 쓰는 일을 상당히 중요하게 여긴다. 그는 ‘필기구로 글쓰기란 자신의 생각을 몸(손)으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손으로 직접 쓴 글씨를 ‘육필(肉筆)’이라 하듯이 필기구를 통한 글쓰기는 곧 몸이 하는 일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글씨에는 자신만의 분위기나 개성이 담겨 있다는 것. 특히 그는 미술평론가답게 다음과 같은 예를 들었다. 그는 그림에 나타난 화가의 붓질만 봐도 그 화가의 솜씨와 내공을 알 수 있단다. 육필 역시 그와 비슷하다는 설명이었다.
뒤 이은 그의 말에는 필기구에 대한 사랑이 가득 담긴 듯 싶었다.
“제 인생의 목표 중 하나는 제가 모은 필기구들을 다 쓰고 죽는 것입니다.”
[농민신문]수원=강영식 기자 river@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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