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은 보수단체의 확성기 소리로 이른 시간부터 소란스러웠다,
서울역광장에서 외치는 소리가 동자동 쪽방까지 울려왔다.
나가보니, 전국각지에서 몰려 온 버스가 곳곳에 대기하고 있었다.
한 번 들려 사진이나 찍어볼까도 생각했으나, 왠지 가기 싫었다.
충무로 ‘브레송’에서 열리는 김동진씨 전시장부터 들렸다.
전시하는 김동진씨와 김남진 관장을 만나 북어국을 얻어먹고,
4,3국민문화제가 열리는 광화문에서 반가운 분들도 여럿 만났다.
그런데, 서울역광장의 시위대가 남대문과 시청을 거쳐 광화문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4,3국민문화제 행사부스를 사이에 두고 시위를 벌였으나, 별 마찰은 없었다.
그냥 서울역이나 시청 앞에서 하지
왜 원혼을 기리는 추모현장을 소란스럽게 하는지 모르겠다.
아마 박근혜 선고공판에 대한 불만으로 시위를 벌이는 것 같았다.
마치 교주를 모시는 맹신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다양한 페션의 박근혜 사진을 들고 가는 피켓들을 보니 웃음이 절로 났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나이 많은 분이었다.
제발 늙은이를 혐오대상으로 만드는 쪽팔리는 짓거리 그만하라고
소리치고 싶었으나, 몰매 맞을 것 같아 속으로 삼켜야 했다.
그런데, 카메라 파인더에 잘 아는 분 모습이 보였다.
오히려 내가 창피해 인사도 나누지 않고 피했으나, 마음은 찹찹했다,
난, 여지 것 태극기부대에 동원되는 사람은 비정상적인 사람들이라 생각했는데,
내가 아는 멀쩡한 분을 보았으니 귀가 막힐 지경이었다.
사실상, 나와 비슷한 또래의 나이 든 분들은 대부분 보수층이다.
특히 경상도가 심한데, 서울 친구는 물론 고향 친구까지 대부분이 보수라
정치이야기는 입도 벙긋 안한다. 그들은 어쩔 수 없는 사람들이다.
우리 세대는 철저하게 반공으로 세뇌된 세대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부터 미술공부라면 반공포스트를 그렸고,
글짓기 공부라면 반공에 대한 글 짓느라 머리를 짰다.
곳곳에서 반공이란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으며 살아 온 세대다.
나야 늦게나마 꿈을 깼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철저하게 세뇌되어버렸다.
보수가 무너지면 죽는다고 생각할 정도이니,
원칙이나 정의도 개념 치 않는다.
이제 우리가 살면 얼마나 살겠는가?
이 나이에 보수, 진보 따져보았자 무엇이며,
죽일 놈 살릴 놈 싸울 필요는 또 무언가?
제발 정치꾼들의 논리에 휘말리지 말자,
나도 더 이상 태극기 집회자를 욕하지 않기로 했다.
정치는 젊은이들에게 맡기고 재미있게 여생을 즐기자.
그리고 군복에 휘장 달고 나오는 분들은 대개 참전용사일 것이다.
어쩌면 별의 별 치장을 하고 나오는 것으로 보아 광대 끼도 많은 것 같다.
이제 집회를 하더라도 행위예술로 승화시킬 수 있을 만큼 재미있게 만들어라.
노래 한 곡 불러 드릴 테니, 제발 부탁드린다.
“노세 노세 늙어서 노세~ 죽고 나면 못 노나니~
인생은 십일홍이요. 달도 차면 기우나니라~“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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