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인사동 나들이를 했다.
동자동으로 시집 온 다섯 달 동안 밤에 술자리나 불려 다녔지, 낮 시간에는 좀처럼 나갈 일이 없었다.
나간다 해도 안국역에서 내려 바로 술집골목으로 들어 가버리니 큰 길은 만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마치 배신당한 애인처럼 등 돌리고 살았는데, 지난 3일은 오찬모임으로 오랜만에 인사동 큰길을 돌아다닌 것이다.
‘미워도 다시 한 번“이란 신파극 제목처럼, 다시 한 번 고개 돌려 보았는데, 얼핏 낯설어 보였다.
거리에 관광객들도 붐비지 않았고 낯 선 건물들이 많이 들어 서 있었다.
작년 가을에 공사하던 건물들은 다시 크게 지어 단장해 놓았고, 인사동19길에 있던 폐지 창고는 사라져버렸다.
인사동 20길에 있던 돌마당은 호텔 짓는 가리개로 가려져 있었고,
인사동5길 에 있던 ’수갤러리‘가 사라지고 대신 근사한 가방매장이 들어섰더라.
문제는 신축으로 점포는 많이 늘어났지만, 들어 올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예전 같았으면, 건물 지어면서 입주자들이 다 정해졌으나,
빈 점포 주인 구하는 글들이 굶주린 늑대 아가리 벌리듯 건물에 쓰여 있었다.
인사동의 봄 날은 간 것인지 온 것인지 헷갈린다.
이제 인사동 정취가 살아 남은 곳은 골목 뿐이다.
골목길에서 인사동 사람들 만나 대포나 한 잔하자.
사진, 글 / 조문호
'인사동 정보 > 인사동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탄핵 전 날, '유목민'에서 시름 달랬다. (0) | 2017.03.13 |
---|---|
유진규 광대 패거리가 인사동에 나타났다. (0) | 2017.03.10 |
강민 시인의 생신 날, 인사동 터줏대감들이 다 모였다. (0) | 2017.03.05 |
[스크랩] 최백호 "아내 설거지보며 쓴 '낭만에 대하여' 인생곡 될 줄이야" (0) | 2017.02.23 |
노시인 황명걸선생의 시집을 전해 받다. (0) | 2017.0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