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용주의 ‘쪽방촌의 봄’, 쪽방촌을 꽃 피우다.
장애 화가 윤용주씨의 ‘쪽방촌의 봄’이 지난 8월5일 충무로 ‘갤러리 꽃피다’에서 열렸다.
‘쪽방촌의 봄’은 절망의 늪에서 건져 올린 작품이라 보는 이에게 잔잔한 감동을 안겨 주고 있다.
윤용주씨가 동자동 쪽방 촌에 들어 온 지도 어언 20년이 지났다.
그는 30대부터 그림을 그렸으나, 전업작가로 살기가 만만찮은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먹고 살기 위해 건설 하청 업체를 운영했으나, IMF를 맞아 부도를 낸 것이다.
어렵게 이어가던 일용직마저 끊기자 술에 빠져 살았다.
노숙과 고시촌, 쪽방 촌을 전전한 체념의 세월은 몸을 보살필 겨를조차 없었다.
천식과 고혈압, 신장질환, 뇌전증, 폐기종, 당뇨 등 온갖 질환에 시달렸는데,
8년 전부터 합병증으로 혈관이 막혀 다리가 썩기 시작한 것이다.
윤용주씨를 처음 만난 것은 2016년 추석 무렵이었다.
그때만 해도 왼쪽 다리는 남았으나, 점점 썩어 들어가 체념의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런 그가 술을 끊고 새로운 삶을 살게 한 것은 예술의 힘이었다.
한 사람 눕기도 빠듯한 공간에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다.
작업공간도 열악하지만, 20여 년 동안 손을 놓았던 그림이 쉬울 리가 없었다.
포기하지 않고 매달린 결과 서서히 빛을 발하며, 한 가닥 희망이 생겨났다.
그림에 옛 솜씨가 살아나며 한의 무게까지 실렸다.
2017년 8월, 제2회 국제장애인미술대전에 출품한 작품이 특선을 수상하며 재기한 것이다.
그해 12월 ‘후암동성당’에서 그의 첫 개인전이 열렸다.
어려운 역경을 딛고 일어선 결실이라 더 아름다웠다.
그가 그려낸 붉은 꽃은 아름답다 못해 처절했다.
그림 한 점 한 점에 다시 일어서려는 결기가 엿보였다.
이번에 마련한 ‘쪽방촌의 봄’은 세 번째 열린 개인전이다.
지난 5일 열린 개막식에는 아산농장 가는 주말이라 참석하지 못했다.
월요일 오후 무렵 전시장에 들렸는데, 마침 작가가 지키고 있었다.
예전부터 그려 온 산수화나 꽃그림에서 진일보한 삶의 주변풍경도 여러 점 걸렸다.
그림도 좋아졌지만, 군데군데 팔려 나간 빨간딱지가 붙어 더 좋았다.
윤용주씨는 2년 전부터 ‘동자동 사랑방’ 대표를 맡으며, 어려운 노숙인을 돕는 일에도 나서고 있다.
이번 전시도 주민자치단체인 ‘동자동 사랑방’ 기금 마련이 목적이다.
그리고 윤용주씨가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은 사진가 김 원씨 덕이다.
화구를 사주며 재기의 불을 지핀 것도 그였지만, 세 차례의 전시를 열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었다.
이보다 더한 자선이 어디 있겠는가?
동자동에 살다 보면 여기저기 먹거리를 갖다 주거나 빈민을 돕는 자선가들이 더러 있지만,
지속적으로 지켜보며 재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런 자선은 흔치 않아, 귀감이 될만하다.
26점이 전시된 ‘쪽방촌의 봄’은 오는 17일까지 열린다.
많은 관람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사진, 글 / 조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