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찍는 사람이 사람이 싫어지면 어쩌지?
요즘 주변 사람들 때문에 마음을 너무 많이 다쳤다.
사람 찍는 사람이, 사람이 싫어지니 분명 예삿일은 아니다,
사진을 시작하며 물고 늘어졌던 인본이란 말조차 무색해 졌다.
돈에 눈이 뒤집혀 정이나 양심은 전당포 잡혀 먹은 돈 벌레들,
수단과 방법을 가지지 않고, 정치권력의 문전을 기웃거리는 똥파리들,
예술가라는 가면을 뛰집어 쓴, 사기 치는 양아치들,
사람 좋아하는 천성에 비롯된 자업자득이긴 하지만, 사진을 그만 둘 것인가? 사람을 포기할 것인가?
몇 날 며칠 동안 나를 우울하게 만든 화두였다.
돈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 될 마약 같은 존재라 치더라도,
예술 한다는 사람이 정치권에 기웃거리며 벌이는 형태는 구역질나 못 봐 주겠다.
얼마 전, 어느 전람회 감상하러 권력 실세가 인사동에 나타난 적 있다.
어떻게 알았는지 평소에는 꼴도 보이지 않던 똥파리들이 줄줄이 나타나 알랑방구를 뀌어댔다.
청와대 문전을 호시탐탐 노리는 한 언론인은 사기꾼의 말 장난에 눈이 뒤집어졌다.
위선 투성이의 노인을 대통령과 잘 통한다며 바람 잡은 모양인데, 그것도 남을 모함하기 위해서다.
그런 일들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관련된 모든 사람이 인사동에서 자주 만나 온,
잘 아는 사람들이라는 게 문제다.
바른 말이나 충고 해주는 사람이 없으니, 다들 유아독존 격이다.
잘 못을 잘못으로 생각하지 않고, 당연한 것으로 합리화시키며,
지적을 고맙게 생각하여 고칠 생각은 않고, 오히려 원수처럼 대한다.
평창가는 운전 길에 트럭기사가 옆에서 계속 사인을 보내왔다.
뭔지 싶어 갓길에 세워보니, 앞 쪽 바퀴의 바람이 빠져 차가 기울어 있었다.
바람 빠진 타이어 갈아 끼우느라 낑낑거리다 어렵사리 도착하니, 오전 아홉시가 넘어버렸다.
그런데, 장터를 오가는 사람들이 찍기 싫어졌다.
차 안에서 잠 자며 시간을 보냈으나, 관광지 순례에는 따라 나섰다.
황태 덕장이나 양떼 목장, 상원사, 월정사 등을 골고루 다녔으나, 마음이 텅 비었다.
여기 저기 셔터는 눌렀지만, 사람은 피해 찍었다.
황태를 매다는 작업도 이미 끝났고, 양 때들도 겨울이라 갇혀 있었다.
20여 년 만에 가본 상원사도 많은 것들이 바뀌어 있었다.
법당의 불경소리조차 돈, 돈, 돈을 노래하는 것 같더라.
변함없이 지키고 있는 것은 '월정사'의 '팔각구층석탑'이었다.
위대한 예술의 자태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예술가는 사라져도, 훌륭한 작품은 영원하다는 것을 다시 일깨웠다.
오대산 일대를 돌아다니며 많은 생각을 했다.
얼마나 더 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앞으로 할 일만 생각했다.
이제 사람이 아닌 쓰레기는 찍지 않기로 작정했다. 사진은 물론 상종도 않을 것이다.
그 중 사기꾼들이 가장 많이 득실거리는 인사동 출입을 가급적 줄이고, 동자동 작업에 몰입하기로 했다.
내가 지켜 보기로는 돈에 오염되지 않은 가난한 자들이 마지막 희망이다.
다들 짬 내어 스스로를 한 번 돌아보자,
과연 사람답게 살고 있는지...
사진, 글 / 조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