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 준비를 해야겠다.
열흘 동안 병원에서 잘 쉬었다.
호텔 같은 병원에서 삼시 세끼 꼬박 꼬박 받아먹으며 편히 지냈으니 넘치는 호강을 한 셈이다.
병원비는 걱정하지 말라지만, 마음은 편지 않다.
아직 통증은 좀 남았으나, 오랜 시간 바닥에 앉지만 않으면 괜찮을 거란다.
그 또한 생활환경이나 습관을 바꾸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다.
내일 정선으로 출발하여 닷새정도 서서 놀다 보면 다시 동자동에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지난 금요일엔 조준영 시인이 병문안을 왔다.
병실에 없으니 물리치료실 까지 찾아왔는데, 바쁜 시간 빼앗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구내매점에서 팥빙수 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이틑 날은 가족들이 몰려왔다. 정주영과 유원이네도 왔고, 아들도 왔다.
아들 햇님은 정의당 은평구 사무실을 새로 단장하고, 전국위원 출마 준비로 바쁘단다.
걱정은 되지만, 열심히 잘 할 것으로 본다.
새로 이전할 사무실에 걸 ‘87민주항쟁’ 사진 한 점 만들어 주었다.
퇴원에 앞두고 병원 옥상에 올라 오랜만에 담배 한 대 피워 물었다.
시름을 담배 연기에 날리며 평화공원을 내려다보니 이름처럼 평화로웠다.
꼬맹이들이 천진하게 노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는데,
저 애들이 크면 정의로운 세상이 올까도 생각되었다.
내일부터 설치해야 할 ‘정선 오일장 박람회’의 정영신 장터사진전에 기대감도 있었으나,
문제는 동자동 일이 마음에 걸렸다. 좋지 않은 이야기가 흘러 다니지만, 부디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간밤의 꿈에 처음으로 돌아가신 어머니가 나타나셨는데, 좋은 일일까? 나쁜 일일까?
사진, 글 / 조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