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광장’은 흥청댔지만, 진짜 봄이 오긴 온 건가?
박근혜가 파면된 다음 날인 11일의 ‘광화문 광장’은 한 바탕 신명난 축제가 벌여졌다.
‘광화문미술행동’에서는 ‘이게 나라다!’는 휘날레를 장식하는 예술 난장을 벌였다.
‘바람찬 전시장’에서는 다섯 명의 작가가 시와 그림, 글로 메워가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술이 거나하게 취한 이도윤시인은 흰 천위에 시를 적기 시작 했고,
여태명 작가는 ‘사드 가고 평화 오라’는 큰 글을 빗자루 같은 붓으로 휘 갈겼다.
김구 작가는 적폐를 청산하라며 물속의 청소부라는 세우 떼를 그려 나갔고,
한상진 작가는 먹물로 추상화를 그렸다.
류연복 작가는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고 써 나갔다.
이 얼마나 가슴 후련한 말이던가. 그 밑에 ‘이제 새로운 시작이다’라고 쓰자
송용민, 정덕수, 김진하씨가 꽃으로 장식했다.
박방영 작가는 힘찬 매화 가지와 붉은 꽃망울을 그려 광장을 봄바람으로 휘날렸다.
풍물패들의 풍악소리에 신바람이 절로 나는 봄의 향연이었다.
그런데, 색다른 풍경도 연출되었다.
세종대왕동상 사방으로 개업 집에나 볼 수 있는 축하화환이 즐비하게 세워진 것이다.
‘민미협’회장 이인철씨가 광화문광장에 일일 무허가 꽃집을 차렸는데,
자기 마음대로 화환에 이름을 적어 놓은 것이다.
박근혜 파면 축하 화환을 외상으로 세워 준 모양인데, 김정헌, 신학철,
박재동, 유홍준씨 등 대개 방귀께나 뀌는 작가들 이름은 다 적혀 있었다.
그런데 이 친구 진짜 장사할 줄 모르는 것 같더라.
돈 있는 작가들이야 외상으로 줘도 될지 모르지만,
장경호씨나 나 같은 개털 이름도 많이 보였다.
장사는 아무나 하나...
촌스러운 낭비 문화인 화환도 박근혜와 함께 청산하자는 퍼모먼스 같았다.
그 날 함께한 작가로는 김준권 대표를 비롯하여 류연복, 김남선, 김진하, 장경호, 여태명,
김 구, 한상진, 박방영, 이도윤, 정덕수, 송용민, 이인철, 이철재, 정영신, 이광군, 유대수,
이재민, 김가영씨 등이다. 그리고 백기완, 강 민, 김윤수, 채현국, 신학철선생과 노형석, 최석태,
김사빈, 김명희, 박옥수, 고 헌, 남 준, 강제훈, 성남훈, 조신호, 송명식씨 등 많은 분들을 만났다.
차벽공략 프로젝트로 시작된 '광화문미술행동'은 그동안 열 네 차례에 걸쳐
다양한 전시와 퍼포먼스, 공연 등으로 시민들과 함께 해 왔다.
서예가들이 쓴 글은 시민들의 마음이 담긴 낙서판이 되기도 했고, 작품 앞에서 인증샷을 찍는 등,
작가와 시민이 함께 어울리는 자리가 되었다. 대중과 호흡하는 현장미술이었다.
박근혜 때문에 시작된 고생이었지만, 의미 있는 예술행동이라 작가들에게 보람도 안겨 주었다.
그러나 박근혜는 파면되었지만, 적폐가 청산되는 정의로운 세상은 아직 요원하다.
기득권층의 발악도 만만찮겠지만, 대선을 앞두고 벌어지는 꼬락서니를 보니,
죽 쑤어 개주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다들 고생 하셨지만, 마음 단단히 먹어야겠다.
사진, 글 / 조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