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정보/인사동 이야기
우크라이나 자선 공연에 바람맞아 술만 취했네.
만지산할배
2022. 6. 26. 16:14
지난 토요일 인사동에 나갔다.
‘인사아트프라자’ 앞에서 열리는 '우크라이나 난민 어린이 자선 공연'에 들리기 위해서다.
보름 전에 사진은 찍어 올렸으나, 그때 돈이 없어 모금에 참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날 자선 공연은 열리지 않았다.
더 이상 나설 뮤지션이 없었을까?
아니면 모금이 신통찮아 그만두었을까? 별생각이 다 들었다.
그러나 자선음악회가 있다고 나팔 분 것이 문제였다.
행여 그 글을 보고 나왔다면 얼마나 원망하고, 실없는 사람으로 보겠는가?
주최 측에 재확인하지 못한 탓이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헛걸음 한 모든 분에게 정중히 사과드립니다.
몇 푼 되지 않는 후원금은 후원계좌를 찾아 보내기로 하고,
비참한 심정을 달래려 벽치기 골목으로 들어갔다.
벽치기 딱 좋은 좁은 골목을 들어서니, 반대편에서 장춘씨가 걸어왔다.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유목민’에는 전활철씨 3-40년전 친구들이 모여 있었다.
그중에는 안면 있는 분도 여럿 있었는데, 술 장사에 찌든 활철씨가 제일 많이 삭았더라.
다행히 그날부터 ‘유목민’에 새 지배인이 들어와 활철씨도 편하게 마실 수 있게 되었다.
전활철씨의 해방인지, 아니면 사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한건지 분간 안 간다.
담배 피우기 딱 좋은 술집 입구에 술상을 차렸는데,
장춘씨에 이어 강남에 전시 보러 간다던 정동지도 돌아오고,
‘갤러리시네’ 노광래 관장과 불화가 이인섭선생 등 줄줄이었다.
덕분에 정성진, 안지현씨 등 미녀들도 알현할 수 있었다.
노관장은 전시 중인 “Funny Art, Money Art’ 리플렛 한 장 내놓았다.
7월19일까지 열리는 이번 기획전에는 돌아가신 민병산, 김구림, 변우식, 임창렬,
이존수, 강용대, 김지하시인에서 부터 요즘 잘 나가는 최울가, 강찬모에 이르기까지
22명의 작품을 모은 전시로 소품 위주라 마음에 들면 소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생각지도 못한 술자리가 만들어져 술은 취했으나, 씁쓸함은 지워지지 않았다.
기레기나 다를 게 뭐 있나?
덕분에 반가운 분들 만나 잘 마셨다.
인사동에서 그리운 분들 만나 전시 보아가며 좋은 시간 만들자.
남는 건 그리움의 추억뿐이다.
사진, 글 / 조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