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에도 손님이 찿아온다.
코구멍만한 쪽방에도 손님이 찾아온다.
이주용교수와 최건모, 김시우씨는 프린트기 때문에 도와주려 왔었지만,
얼마 되지 않는 기간에 조성기, 최영문, 정중근, 조수빈, 김보섭씨가 다녀갔다.
지난 9일에는 무의도를 예술의 섬으로 만들기 위해 전 재산을 꼴아 바친 정중근씨와
인천의 소리꾼 조수빈씨가 온다는 연락을 받았다. 일단, 만나기 쉬운 서울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여성을 고려해 입맛대로 골라 먹을 수 있는 서울역 그릴이 좋을 것 같았다.
쇠고기 전골인지 뭔지 음식은 별로였지만, 식당 분위기는 좋았다.
막걸리도 조그만 유리병에 담겨 나왔는데, 공기 잔에 한 잔씩 마시니 없어졌다.
내가 밥값을 내진 않았지만, 계산은 만만찮을 것이다.
쪽방 지척에 이토록 근사한 곳이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그 날은 번잡한 서울역 시설 곳곳을 둘러보느라 눈병 날 번했으나,
사람들이 몰리는 서울역 변두리에는 어김없이 노숙자들이 있었다.
두 분을 쪽방으로 모셔와 겨우 믹스커피 한 잔 대접했다.
두 분 모두 공연이나 축제촬영을 부탁하러 온 고객인데, 이 따위로 처신해 사업이 제대로 돌아갈지 모르겠다.
그 이튿날인 10일엔 사진가 김보섭씨가 찾아왔다.
충무로 ‘브레송’에서 최광호씨 전시 보러 온 김에 들린다고 했다. 전시장에서 먹다 남은 와인을 가져왔는데, 맛이 꽤 괜찮더라.
김보섭씨는 아직 양동 사창가가 남아 있는지 궁금해 하여 양동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돌아 본 것이다.
빌딩 숲 속에 끼어 있는 낡은 골목 곳곳에, 이불 아닌 가난한 사람들의 한숨이 널려있었다.
사진, 글 / 조문호